전기소설 '붓다가 된 엿장수'


〈붓다가 된 엿장수〉

정범 / 동쪽나라 / 364면 / 14,000원

대한불교조계종 초대종정을 지낸 효봉 학눌(曉峰 學訥, 1888~1966) 스님은 근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지식이다. 속명은 이찬형. 그는 평양고보와 일본 와세다대학 법대를 졸업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평양복심법원 법관으로 재직 중 독립군에게 사형선고한 사건을 계기로 방황을 한다. 엿장수로 3년 간 유랑걸식을 하다가 금강산에 머물던 석두 선사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효봉 스님의 열반 50주기(10월 2일)를 즈음해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소설 〈붓다가 된 엿장수〉가 나왔다.

서른여덟. 늦은 출가만큼 스님의 수행열정은 대단했다. 엉덩이 살이 눌러 붙어 진물이 날 정도로 지독하게 수행, ‘절구통 수좌’란 별명을 얻은 스님은 금강산 법기암 주변에 출입문 없는 토굴을 만들어 스스로를 유폐, 참선에 매진한 지 1년 6개월 만에 깨달음을 얻는다. 은사 석두 선사를 비롯 당대 제일의 고승들로부터 인가를 받은 후 송광사로 내려가 10년 간 주석하며 후학들을 제접했다. 1950년 8월, 당시 가야총림 방장으로 있던 당시 총칼을 앞세운 인민군으로부터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일화는 유명하다.

저자는 집필을 위해 기존에 발표된 효봉 스님 관련 저술과 에세이, 논문 등 다양한 자료를 두루 섭렵했다. 또 생전에 효봉 스님을 직접 시봉했던 스님과 불자들의 회고담을 취재하며 3년여 동안 원고를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잘못 알려진 이야기를 바로잡고 격랑과 같았던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스님의 생애를 조명했다. 저자는 후기에서 “굵직한 발자취와 연보 등은 손상좌인 현호 스님이 정리한 행장을 기준으로 삼았고, 기록에 남아있지 않은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고은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효봉 스님은 나의 출가 은사이시다. 지금도 내 마음 속에서 그이는 은사의 혼백이시다. ‘새벽 봉우리’ 얘기를 앞세웠거니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나를 마치 호랑이 목청으로 꾸짖어 깨우시던 때가 어제인 듯 선연하다. 그럴 때의 스승은, 평소의 태연한 동심이 어린 목소리와 아주 딴판으로 가위 ‘임제의 할’ 그 이상이다”며 “전기소설 〈붓다가 된 엿장수〉가 나오게 되었다. 나나 법정 수좌가 진작에 할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회를 가지고 교정쇄를 읽어 보았다. 무엇보다 평이하고 자연스러운 어조로 읽힌다. 당대 고승선덕과 주인공의 다채로운 인연 관계나, 여러 시대의 환경에도 철저한 탐색이 발휘된 고증 서술에 신뢰감이 생겨난다.”고 평했다.

저자 이정범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불교계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했다. 우리 역사와 불교인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서프라이즈 한국사〉, 〈어린이 삼국유사〉, 〈다큐동화로 만나는 한국 근현대사〉(전 15권), 보조국사 지눌을 다룬 역사소설 〈그대 마음이 부처라네〉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효봉 스님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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