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물질문명의 발달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온갖 편리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거운 짐을 옮기기 위해 만들어진 수레는 자동차와 선박, 기차와 비행기로 진화하였고 서로간의 소통을 위한 인간의 목소리는 전화기에서 시작돼 지금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집합하는 스마트폰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얼마든지 화상으로 통화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당장 물자와 자금을 보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래세대의 인류는 기기의 무한 진화로 인하여 재산의 과학적 관리는 물론 건강에 대한 세심한 체크로 수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기의 혜택이 날로 커짐에 따라 일상 생활의 편리함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물질문명의 편리가 날로 커지고 있는데 비해 인간의 마음은 수레에 의지해 살던 그 옛날보다 평안한 것 같지 않습니다. 여전히 불안과 분노와 불만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을뿐더러 문명의 이기는 이러한 마음을 해소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더욱이 마음을 치유하는데 있어서 종교와 의학과 과학의 비중은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또한 물질의 편리함이 마음의 편안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증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앞으로 물질문명이 끝없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도모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진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각종 기기가 인간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스마트 월드’ 시대는 인간들의 변형된 욕망들을 충족시키고 있지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위한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순박한 욕망은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오히려 부정적 전망들이 더 다양하게 쏟아지면서 인간의 미래는 물론 심리상태를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특히 ‘마음의 종교’라고 일컬어지는 불교가 인간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는데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가 뭐래도 불교는 마음을 닦는 종교이며 궁극적으로는 모든 불안심리가 사라진 최고 적정(寂靜), 즉 열반(涅槃)의 경지를 성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르침 때문에 지금 서구사회에서는 불교가 갈수록 각광받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불교는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 것을 요체(要諦)로 법문이 전해져왔습니다. ‘안심법문(安心法門)’이 바로 그것입니다. ‘안심법문’은 달마대사가 주장한 선사상(禪思想)의 하나로서 공안집 〈무문관〉에도 소개되는 등 화두로도 유명합니다. 달마에게 법을 구하러 온 혜가(慧可)가 어느 날 “제 마음을 편하게 해주십시오”라고 하자 달마는 “그대의 불안한 마음을 내게 가져오너라”하였습니다. 그러자 혜가는 “아무리 마음을 찾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고 대답합니다. 이에 달마는 “내가 이미 그대의 마음을 편케 하였다”고 말합니다. 혜가가 이 말에 크게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안심법문’입니다. ‘아무리 마음을 찾아도 찾을 수 없다’는 혜가의 말은 그 마음이 형상과 문자를 초월한 것으로서 깨달음을 통해 마음의 세계를 여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처님은 언제라도 늘 한결같은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려면 여섯 가지 공덕을 쌓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부처님이 카필라바스투 니그로다 동산에 계실 때 안거를 마치고 다른 곳으로 떠나려 하자 재가신도 마하나마가 더 오래 있어주길 청했습니다. 근기가 약해 부처님이 안계시면 사방이 아득해지고 들은 법도 다 까먹을 것 같다는 이유를 들면서 불안한 심리를 부처님께 고하였습니다. 이런 마하나마에게 부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하나마여, 너무 섭섭해 하지 말라. 네가 믿음이 깊은 신자라면 여래가 곁에 있거나 없거나, 친한 친구들을 보거나 보지 않거나 항상 다섯 가지 바른 법을 생각하고 닦으라. 그러면 너는 항상 여래와 그 제자들과 함께 있는 것이 되리라. 첫째, 바른 믿음을 갖는 것이요. 둘째, 계율을 잘 지키는 것이다. 셋째는 자주 설법을 듣는 것이며 넷째, 널리 보시를 행하는 것이고 다섯째, 바른 지혜를 갖는 것이다. 마하나마여, 이 다섯 가지 법에 의해 여섯 가지 공덕을 잘 닦아야 하리니 여섯 가지란 첫째, ‘여래는 나의 스승’이라고 믿는 것이다. 둘째, ‘불법은 가장 귀한 것’이라고 믿는 것이며 셋째, ‘승가는 가장 청정한 집단’이라고 믿는 것이다. 넷째, ‘계율은 가장 깨끗한 것’이라 믿는 것이며, 다섯째, ‘보시는 가장 훌륭한 공덕’이라고 믿는 것이다. 여섯째는 이러한 믿음의 공덕으로 천상에 태어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항상 이상과 같은 열한 가지 법을 잘 닦고 성취하면 내가 있으나 없으나 단언컨대 그 성취가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니라.”

〈아함경〉 ‘십일경(十一經)’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마음의 평안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아함경〉에 나오는 부처님의 이 말씀을 요약하자면 삼귀의계를 수지하여 계율을 지키고 보시 등 보살행을 실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불자의 길은 편안한 마음을 성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참된 불자의 길을 걷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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