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 깨나 불조심’이라는 표어는 한 시대의 구호가 아니라 인류사의 영원한 경구(警句)일지 모른다. 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닿아있는 불의 영역은 의외로 넓고 절대적이기까지 하다. 인간에게 불은 선인 동시에 악이기도 하다.

삼시 세끼 먹는 식사는 불을 통해 조리되고 대낮같이 밝은 조명도 다름 아닌 불빛이다.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불에서 얻는 에너지이고, 화가 나고 마음이 뒤틀리면 몸에서도 ‘불’이 난다. 마음의 불도 불이다. 불의 파괴력은 대단한 것이어서 크고 작은 화재로 인한 생명의 손실은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다. 전쟁의 승패도 불의 힘 ‘화력’에 달려 있다.

불은 우리 삶의 바탕인 동시에 무수한 생명을 일거에 앗아가는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불은 자나 깨나 조심해야 한다. 인류의 문명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면서 여전히 무서운 존재이기도 한 불의 양면성. 우리는 불의 어느 쪽과 더 깊은 관계 맺기를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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