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부처님 오신날은 화사했다. 전국의 수많은 절에서 화려한 연등과 풍성한
음식을 나누며 불자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부처님이 이 사바세계에 태어나심을 축하
하는 불자들의 마음이 담긴 행사들이 이 날을 밝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런 부처님오신날을 보내면서 불자들은 올해도 부처님을 향한 찬탄과 축복의 마음으로 할 일을 다한 것처럼 만족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불자들은 부처님으로부터 무한한 자비의 복전을 선물받는 꿈으로 충만하게 된다. 어떤 이는 부처님께 건강을 기원드리며 어떤 이는 학업성취와 입학 성공을 기원한다. 누구는 좋은 배필을 점지받아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꿈을  키우기도 할 것이고 누구는 사업의 어려움이 잘 풀려나가기를 부처님께 기원했다.
 
그런 행태가 사실은 우리네 보통 불자들의 소박한 신행의 모습일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대권을 꿈꾸는 이들은 부처님 앞에서 권좌를 점지해주시기를 빌었다. 아니 사실은 부처님을 믿기보다는 불자들의 표를 얻을 욕심으로 겉치례 불자시늉을 했다.
 
그렇지만 부처님의 입장에서 보면 누구는 예쁘고 누구는 미운 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부처님 앞에서 원을 세우는 이들을 이리저리 구분지워 크고 작은 복을 나누어 주시려고 하시지는 않으실 것 같다. 다만 성심을 다해 일심으로 원을 빌고 실천하는 이에게 돌아가는 복은 무한하다는 것을 증명하시기만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세상의 복이 수많은 사람이 나누어 가진다고 결코 줄어 들것 같지도 않다. 현실에서 10개의 떡이 있다면 한사람이 6개를 가지면 다른 사람은 분명 4개밖에 못갖는다는 계산이 나와서 당연히 더 가지려는 다툼이 수반하지만 부처님이 주시는 복덕은 지은 공덕에 따라 또 원의 크기에 따라 무한정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네것 내것을 다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 뜻에서 부처님은 ‘가난한 이의 한등'이 폭풍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이치를 설하시고 있고 기독교에서는 예수가 5개의 떡과 2마리 물고기로 수많은 이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불자들은 부처님오신날에 부처님의 참 마음을 배웠으면 좋을 것 같다. 부처님을 위한 장대한 불사를 위해 무리한 보시를 구하기보다는 부처님을 대신해 어려운 이들에게 자비의 마음을 나눠주는 법을 배웠으면 좋을 것 같다. 세상에 사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부처님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당장 잠자리와 먹을 것이 없는 이들에겐 그 모자람을 나눠주고 보충해주는 자비의 손길을 부처님에게서 배웠으면 좋겠다.  

부처님오신날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쓸 돈을 마련하려고 물건을 팔고 있는 길상사신도들의 마음도 부처님의 마음일 것이다.  동자승들과 함께 부산 국제시장과 광복동 상가에서 탁발하였던 정년스님도 그런 몸짓일 것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과 종합사회복지관과 청소년 수련관 등 사회사업시설을 운영하면서 그것도 모자라 장애인 재활병원까지 설립하려 동분서주하는 스님의 모습이 부처님의 참마음이 아닌가 싶다. 문을 연 병원에서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부처님의 마음일 것이다.  

치매노인을 수용할 시설은 아직도 부족하고 장애인을 재활시설도 여전히 부족하다. 부처님오신날에 그런 곳이 불자들의 힘으로 하나씩 둘씩 만들어지고 사회의 그늘이 조금씩이라도 줄어들게 되었으면 더 뜻이 있을 것 같다.

공종원 전불교언론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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