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신문

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100세 불자를 위한 제언
100세 불자를 위한 제언 ⑨ 어떤 취미(습관) 가져야 할까
  • 이미령/불교칼럼니스트
  • 승인 2016.08.26 09:55
  • 댓글 0

몸·마음 함께 건강해지는 ‘여가’ 갖자

산다는 것은 참 숨가쁜 일입니다. 어머니 몸 밖으로 나오는 순간 첫 숨을 토해내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서 학교에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하고 세상에서의 역할을 내려놓을 때까지 제대로 자기 자신에 대해 혹은 인생에 대해 음미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먹고 사느라 돈벌이에 급급하면서 살아온 세월, 이런 삶이 내가 정말 원한 것이었는지를 반성할 겨를도 없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이게 보통 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인데요. 취미생활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일생을 허덕이며 살아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자신의 취향을 잘 살려서 생계와는 무관한 순수한 취미활동을 할 것을 적극 권하고 있습니다.

〈육방예경〉의 가르침
취미라는 말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둘째,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셋째,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이런 말뜻을 보자니, 살면서 취미생활 하나 갖지 못하면 너무나 억울할 것 같습니다. 인생을 즐기지도 못한다는 말이 되니까요.

그렇다면 부처님은 이런 취미생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품고 계실까요? 안타깝지만 경전에서 취미와 관련한 구절들을 만나기란 참 어렵습니다. 심지어 부처님은 사람들이 여가생활로 즐기는 취미활동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을 경계하기도 하십니다.

저 유명한 〈육방예경〉(초기경전에서는 〈싱갈라에게 주는 가르침의 경〉이란 제목으로 등장합니다)에서는 ‘재물이 흩어지는 여섯 가지 길’에 대한 법문이 들어있는데, 그 여섯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게으르게 만드는 술 마시는 일에 빠진다.
둘째, 때 아닌 때에 거리를 돌아다닌다.
셋째, 구경거리에 정신이 팔린다.
넷째, 게으르게 만드는 도박에 빠진다.
다섯째, 나쁜 친구와 사귄다.
여섯째, 게으름에 빠진다.

이 여섯 가지는 애써 모든 재산을 흩어지게 하는 파멸의 길이라는 내용으로 법문은 이어지지만, 여섯 가지 항목을 음미해보면 우리가 대체로 취미활동이라고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술과 도박에는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모두가 찬성할 것입니다. 그런데 둘째 항목인 ‘때 아닌 때에 거리를 돌아다닌다’는 것은 요즘으로 치자면 정처 없이 어슬렁어슬렁 밤길을 돌아다니거나 ‘묻지마 관광’같은 것이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빽빽한 일상생활에서 애써 틈을 내어 어딘가로 떠나는 일은 정말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오히려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해로움에 노출시킨다고 경에서는 말합니다. 휴가와 여행조차도 자신의 일상에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을 이 법문에서는 암시하고 있지요.

셋째 항목은 우리로 하여금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른바 공연이나 전시장 등을 찾아다니는 것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어디에 구경거리가 없나 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그 구경거리를 찾아다니느라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않고 팽개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다섯째 항목에 등장하는 ‘나쁜 친구’는 이른바 성적쾌락이나 식도락을 함께 하는 친구, 도박이나 음주, 폭행이나 사기로 자꾸 이끄는 친구를 경계하라는 뜻입니다.

여섯째 항목은 깊이 음미할 만합니다. 게으름에 빠지게 하는 일은 경계하라는 뜻입니다. 빽빽한 일상생활에서 여유를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자신을 게으르게 만든다면 삼가야 한다는 말이지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런 내용들은 취미생활, 여가활동 그 자체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이런 활동에 지나치게 빠져버리지 말라는 것이 주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불자들은 생계를 위한 시간 이외에 무엇에 마음을 쏟으며 살아가는 것이 좋을까요? 역시 초기경전을 찾아보면 부처님이 권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혹시 나꿀라의 부모 이야기 알고 계십니까? 아들 이름이 ‘나꿀라’이기 때문에 나꿀라 아버지, 나꿀라 어머니로 불리는 부부가 있습니다. 부부는 늘 부처님을 뵙고 그 곁에서 머물며 법문을 듣고 궁금한 것을 여쭈는 것으로 노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부는 부처님에게 이런 것도 여쭈었지요.

“저희 부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부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남은 생도 지금처럼 행복하고, 그리고 다음 생에도 부부의 인연을 맺어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처님은 언제나 윤회를 끊을 것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노부부의 이런 소박한 바람에 부처님은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 일러주십니다.

“두 부부가 이번 생에서도 해로하고, 다음 생에서도 만나고 싶다면 두 사람은 네 가지를 함께 해야 합니다. 첫째, 같은 믿음을 지녀야 합니다. 둘째, 함께 계를 지켜야 합니다. 셋째, 함께 보시해야 합니다. 넷째, 함께 지혜를 닦아야 합니다.”

부처님이 권장하는 네 가지를 삶 속에서 실천해가는 것-저는 이것을 불자가 평생 지녀야 할 취미생활로 받아들여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나씩 짚어보지요.

부처님이 권장하는 네 가지
첫째, 같은 믿음을 지닌다는 것은 부부가 같은 신앙을 지니고 신앙생활을 꾸준히 하는 것을 말합니다. 강의하러 절에 가면 부부가 함께 나란히 앉아서 경청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어쩌다 배우자에게 사정이 생겨서 결석하면 꼭 녹음을 하거나 꼼꼼히 필기를 해서 챙겨주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따금 이런 말을 듣기도 합니다.

“우리집 양반은 지금 절 주차장 어딘가에 있어요. 나를 법회시간 맞춰서 태워주었는데 자기는 종교가 싫다면서 그냥 밖에서 기다리고 있지요.”

“아내에게 함께 절에 다니자고 했지만 지금까지 설득하지 못했어요. 어떻게 하면 아내가 나와 함께 법회에 즐겁게 동참할 수 있을까요?”

부처님은 자기 종교를 강요하기에 앞서 상대의 마음을 먼저 열기를 권했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종교적인 삶을 거부하는 이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이 좋은 이유는, 절에 와서 다양하게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님의 법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물론이요, 단청이나 주변 자연환경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전국에 좋은 사찰을 소풍하는 마음으로 함께 찾아다니는 것을 부부의 노후생활에 꼭 해야 할 버킷리스트에 추가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둘째, 같은 계를 지닐 것이란 항목은, 오계를 지킬 것을 권하는 내용입니다. 남의 생명을 해치지 말고, 주지 않은 것을 갖지 않으며, 그릇된 이성관계를 맺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술에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취미생활을 하더라도 이런 다섯 가지 원칙에 준하는 것으로 하실 것을 권합니다. 내 인생의 여흥을 위한다고 해서 그게 다른 생명을 해치거나 겁을 주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이쯤 되면 어떤 취미생활을 하면 좋을지 저절로 분명해질 것입니다.

셋째, 함께 보시하기란 항목은 요즘 같은 시절에 참으로 필요한 일입니다.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돈을 모으고, 모은 돈을 지키기 위해 애면글면합니다. 하지만 기껏 고생해서 번 돈을 허망하게 날리는 경우도 있고, 설령 끝까지 잘 지킨다고 해도 재산을 가지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없습니다. 재물이란 것이 본래 그런 것이라고 경에서는 말합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는데 재물, 돈이 영원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그렇게 덧없는 재물 모으느라고 일생의 대부분을 써버렸는데, 이보다 더 억울한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귀가 번쩍 뜨이는 부처님 말씀이 있습니다. 선업에 따른 과보는 끝까지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덧없는 재물을 가지고 선업을 지으면 됩니다. 그러면 저승으로 돈 한 푼 가져갈 수 없어도 그 돈으로 지은 선업은 행복한 과보를 불러옵니다. 한꺼번에 전재산을 쾌척해도 좋지만 어딘가에 도움이 필요한 곳이 없는지를 잘 살펴서 짜임새 있게 기부를 하는 것, 이런 노후의 삶도 꽤 멋질 것 같습니다.

넷째, 함께 지혜를 닦기라는 항목은 또 어떻습니까? 평생 입시공부, 취업공부, 스펙 쌓기와 승진을 위한 공부에만 매달렸지 진정으로 세상과 인간을 통찰하는 지혜를 제대로 길러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요즘 사찰에서는 교양강좌도 부쩍 많이 마련하고 있습니다. 경전강좌는 물론이요, 다양한 수행방법도 제시하고 있지요. 일주일에 하루는 절에서 불교공부하는 날로 정해보시면 어떻겠습니까? 한번 들었던 경전강의도 거듭 자꾸 들어보시면 뜻밖에 소중한 어떤 체험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틈틈이 다양한 일반 책들도 접하시기를 권합니다. 경전을 조금 더 폭넓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더 넓은 안목도 기르게 해주니까요.

평균수명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사는 온통 건강에 몰려 있습니다. 건강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부처님에게 건강은 목적이 아니라 수행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었습니다. 주변에는 건강해야 된다는 데에만 집착하는 이들을 꽤 많이 보게 됩니다. 하지만 평소 건강을 잘 챙기되 ‘건강은 위의 네 가지를 삶에서 누리기 위한 수단’이라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여유를 누리는 삶-불자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여가활동, 취미생활도 없을 듯합니다. 이번 생도, 그리고 다음 생도 행복해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미령/불교칼럼니스트  ggbn@ggbn.co.kr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령/불교칼럼니스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