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갈등
화엄의 세계관
원융무애가 대안

IT, 정보통신의 발달로 전 세계는 하나의 영역권 속에 있다. 국가와 인종, 그리고 문화와 생활습관은 달라도 인류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글로벌시대는 선(禪)에서 말하는 세계일화(世界一花)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한편 세계가 글로벌화 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국가 간, 지역 간, 인종 간의 갈등과 반목, 테러가 빈발하고 있어서 미래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IS의 잔혹한 테러, 센카쿠 열도(중국, 일본)의 대치 상황,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 등의 첨예한 대립은 향후 글로벌 군사력의 광장이 될 조짐이다.

우리나라도 비교적 갈등이 많은 편에 속한다. 한국의 갈등은 남북한의 분단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분단 상황이 이념적·정치적인 갈등으로 전개되면서 지역 간의 갈등을 심화시켰다. 그리고 IMF 이후 신자유주의가 도입되어 무한경쟁 시대로 돌입하면서 갈등이 더욱 치열해지고, 한 가족 간의 갈등도 적지 않다.

물론 세상에 분쟁과 갈등이 없는 곳은 없다. 다만 그 갈등이 정도를 넘어 갖가지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갈등은 이기주의·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한다. 이기주의나 자기중심적인 사고는 사회와 인간관계를 극도로 삭막·각박하게 만든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시사하고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의 성공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특히 가까운 사람의 성공은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데서 더 나아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화엄경〉에서는 온 세계가 하나의 영역 속에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것이 인드라망[因陀羅網]의 세계관[法界觀]이다. ‘인드라망’이라고 하는 거대한 그물에 있는 낱낱 그물코에는 다이아몬드[寶珠]가 달려 있고, 그 낱낱 보주에서 반사되고 있는 빛[映像]들은 그물망 속에서 중첩되어 중중무진(重重無盡)한 세계를 이루고 있지만, 조금도 마찰 없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꽃들이 하나의 화단(花壇)에 공존하면서 갖가지 꽃을 피우고 있다. 꽃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도 하지만[相卽相入], 조금도 마찰 없이 공존·상생하고 있는 것이 화엄(華嚴)이다.

〈화엄경〉 게송에는 “한 개의 티끌 속에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세계가 있고, 있는 곳도 다르지만 각자 제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처럼 무량한 세계가 그 하나 속에 들어가 있지만 그 낱낱은 모두 구분되어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一微塵中多刹海, 處所各別悉嚴淨, 如是無量入一中, 一一區分無雜越)”고 설하고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시간적ㆍ공간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아울러 우리는 각각 개별적인 존재이기도 하다(그물코의 보배구슬). 그러나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로서 한국, 더 나아가 글로벌 사회의 일원임을 인식해야 한다.

오늘날 갈등과 반목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엄의 세계관을 새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원융무애한 화엄의 세계관이야말로 글로벌 사회,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시대에 공존 상생의 길을 열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오직 실천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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