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이 고려 때 거란의 침입 당시 소실된 초조대장경 중 〈첨품묘법연화경〉의 판각 불사에 돌입했다. 천태종은 8월 13일 단양 구인사 광명전 5층 법당에서 ‘고려대장경 초조본 〈첨품묘법연화경〉 각성불사 고불법회’를 봉행했다. 안준영 대장경문화학교장이 맡아 2019년 5월까지 진행할 이번 불사는 〈첨품묘법연화경〉 전본(全本) 233장과 외장본(外藏本) 일체를 포함한 대작불사다. 부처님의 힘으로 국난을 타개하고자 한 호국의 대발원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이번 불사에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대장경은 불교를 신앙하던 나라별, 언어별로 각각 조성됐다. 산스크리트·팔리어·한역(漢譯)·티베트[西藏]장경 외에 몽골·만주장경도 있다. 우리나라는 1011년 거란의 침입을 계기로 판각에 나서 1087년까지 77년에 걸쳐 완성하는데 바로 고려대장경 초조본[初雕大藏經, 初板古本大藏經]이다. 이 대장경은 안타깝게도 거란군에 의해 전소(全燒)되는데, 일본 교토[京都]의 난젠사[南禪寺]에 판본 1,715권이 전한다. 여기에 〈첨품묘법연화경〉이 고스란히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천태종은 이번 불사를 수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2015년 연초 기자회견 당시 총무원장 춘광 스님은 “구인사 개산 70주년을 맞아 묘법연화경 대장경 판각불사를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후 고려대장경연구소와의 업무협약을 거쳐 일본 남젠사와 수차례 실무접촉을 했고, 결국 지난 4월 관련 데이터베이스 사용을 최종 승인 받은 것이다.

우리는 국가 간, 인종 간 갈등이 세상을 위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계층 간 갈등과 각종 사회문제가 예사롭지 않다. 초조대장경에 깃든 간절한 염원처럼 천태종의 이번 판각불사가 국난 극복과 국민 화합의 불씨가 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