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수 기자의 북가이드 (256호)

윤완수 기자의 북가이드 <만화 캐릭터로 마음 다이어트 3권>

 

한국·중국·일본 스님이 만화로 들려주는 마음 다이어트법
‘쉽게 썼다’는 불교 서적도 일반인이 읽기에는 어렵기만 하다. 불교 교리와 용어의 난해함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일까? 최근 불교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채 마음공부를 돕는 책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특히 한국·중국·일본의 세 스님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만화 캐릭터를 등장시켜 독자들의 마음 다이어트를 돕는 책을 내놔 눈길을 끈다.

동국대 선학과를 나와 만화를 통한 포교활동에 매진하는 지찬 스님의 〈어라, 그런대로 안녕하네〉(들녘, 12,000원), 중국불교협회장을 맡고 있는 쉐청(學誠) 스님의 〈내려 놓으면 더 많이 얻는다〉(담앤북스, 14,000원), 일본에서 대중포교에 앞장서고 있는 구사나기 류순 스님의 〈고민오프〉(아름다운인연, 12,000원) 등 3권.

<어라, 그런대로 안녕하네> 주인공 '어라 스님'

<내려 놓으면 더 많이 얻는다> 주인공 '셴얼 스님'

<고민오프>의 주인공 캐릭터

 

어라, 그런대로 안녕하네
하체보다 큰, 어떤 표정도 담을 수 있는 넉넉하고 둥근 머리. 팔등신을 기준으로 볼 때 주인공 어라 스님은 2등신이다. 어깨에 작은 가사 한 벌 걸친 어라 스님이 세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경험하는 소박한 이야기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생활수행자의 숨 고르는 법’이란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어라 스님은 저자 지찬 스님의 다른 모습.

어라 스님은 섣불리 독자들에게 교훈을 주려 하지 않는다. 출가승답지 않은 솔직한 속내도 가볍게 드러내는가 하면 사소한 일에 기뻐하고, 슬퍼하다가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 속에는 사람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눈길이 배어 있다. 종교와 무관하게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일을 유머와 재치로 짤막하게 풀어냈다. 그림은 가볍지만 가슴에 닿는 무게는 묵직하다.
 

내려 놓으면 더 많이 얻는다
중국 베이징 용천사 주지이자 중국불교협회장을 맡고 있는 쉐청(學誠) 스님이 들려주는 위트 넘치는 65편의 토막만화 모음. 2014년 ‘견행당(見行堂, 용천사 법당) 어록’ 시리즈 첫 권 〈번뇌는 자기 스스로 만든 것〉을 출간, 베스트셀러에 올린 바 있는 쉐청 스님의 두 상좌 셴판(賢帆) 스님과 셴수(賢書) 스님이 이번에도 은사 스님의 법문과 글의 일부를 발췌, 삽화를 그렸다.

시리즈 첫 권 출간 후 용천사에는 60cm의 로봇 셴얼이 등장했다. 이 셴얼은 신도들의 질문에 대답도 하는데, “아내의 성격이 나쁜데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에 “그래도 살아야지 어떡하겠어요”라고 답하고 “엄마가 자꾸 잔소리를 하는데 어떡하죠?”라고 물으면 “엄마는 어르신이니 네가 참아야지”라고 위트 있는 우문현답을 한다고.

고민오프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구사나기 류슌 스님이 들려주는 고민해결법이다. 스님은 고민을 기대·판단·분노·미혹·망상 등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그리고 병에 걸렸을 때 병명을 찾듯, 고민이 생겼을 때 고민에 꼬리표를 붙이고 고민을 알아차리라고 조언한다. 대신 어떤 판단도 반응도 하지 않는 게 고민으로부터 벗어나는 첫 걸음이라고 말한다. 각 장마다 핵심을 삽화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불교는 부정적인 마음의 습관을 줄이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키워나간다는 두 가지 방향성을 지닌 풍요로운 사상”이라고 말하는 류순 스님은 “부정적인 반응을 만들어 내는 마음 습관을 줄이고, 긍정적인 반응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과 삶의 방식을 배워 나가자”고 당부한다.

 

윤완수 기자의 북가이드 <새로 나온 책>

 

시인의 감성으로 본 山寺 27곳
“보리암이 깃든 남해 금산은 붉은 보리수 열매 같은 암자 몇 개를 입에 물고 바다를 바라보며 합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상사바위에서 둘러보면 멀리 아이들이 여기저기 흘려놓은 밥알 같은 섬들 사이로 고깃배들이 떠다니고, 해변 마을에서부터 산기슭까지 굽은 길들을 따라 널려 있는 푸른 마늘밭이 이른 봄볕을 받아 더욱 싱그럽다 ……”

금산에서 내려다본 보리암과 남해 ⓒ임재천

 

피었으므로, 진다 이산하 / 쌤앤파커스 / 15,000원
시인의 눈으로 산사를 돌아보며 쓴 기행산문집이다. 삼보사찰을 필두로 5대 적멸보궁과 3대 관음성지을 망라한 전국 27곳 산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2002년 출간한 〈적멸보궁 가는 길〉을 모본 삼아 12편을 보탠 후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임재천 씨 등 여러 작가의 산사 사진을 추가했다. 글을 읽다보면 새벽녘 절간의 노스님 기침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절 마당 꽃잎이 피고 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같은 사찰을 다녀와서도 그냥 지나쳤던 산사의 숨은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소개해준다. 그리움 사무치는 큰스님들의 일화도 곁들였다. ‘미황사’편에서 주지 금강 스님은 법정 스님 입적 전날 병문안을 갔다. 중환자실에 들러 미황사 동백꽃과 매화를 안겨드렸다. 스님의 고향이 해남이었기 때문이다. 꽃을 받은 법정 스님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못 가니 그대가 왔구나.”

 

최초의 불교는 어떠했을까 나카무라 하지메 / 문예출판사 / 16,000원
불교학자 나카무라 하지메(1912~1999) 박사가 NHK에 출연해 초기불교에 관해 강연한 내용을 엮은 책(원제 原始佛敎)의 번역본이다. 국내에 두 차례나 출간됐을 정도로 초기불교 관련 손꼽히는 고전이다. 불교방송 진행자 원영 스님이 번역했다.

책은 14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불교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부터 9장 ‘초기의 교단’까지는 빨리어 경전을 토대로 불교의 탄생과 당시의 시대상, 가르침의 본질, 초기불교의 사상과 교단의 모습 등 초창기불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0장 ‘생활윤리의 기초’부터 14장 ‘경제에 관한 윤리’는 불교의 윤리성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부와 권력의 심각한 불균형이 만연한 오늘날, 눈여겨봐야할 부처님 가르침 중 하나다.

나카무라 하지메는 도쿄대에서 인도철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객원교수를 역임했고, 은퇴 후 (재)동방연구회를 설립해 오랫동안 후학을 양성했다. 비교사상학을 정립했고, 한국관계학을 처음 개강해 한일불교학 교류에도 큰 역할을 했다.

 

무엇이 삶을 예술로 만드는가 프랑크 베르츠바흐 / 불광출판사 / 13,800원
사람은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과 달리 개개인이 동일하지 않은, 고유의 특성을 지닌 존재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공장에서 출하를 앞둔 제품마냥 동일한 시스템을 거쳐 동일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이런 상태에서 창조적 삶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창조적 삶에 대한 조언서다. 부제 ‘일상을 창조적 순간들로 경험하는 기술’에서 드러나듯 6장에 걸쳐 자신의 삶과 스스로를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해답은 삶에 대한 통찰이다. 저자는 ‘마음챙김’, ‘명상’, ‘선(禪)’, ‘차(茶)’ 등도 하나의 방편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은 세상 자체가 물질주의적인 것이며 성공은 돈으로만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판단은 주로 그 의견을 말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낼 뿐”이라면서 “물질주의자는 눈가리개를 쓰고서 자신이 갇혀 있는 세계의 작은 단면만을 본다. 반면 창조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시야를 넓히고 고정관념의 틀을 벗어나서 세계를 바라본다”고 말한다. 저자는 현재 독일 쾰른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