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경철의 '생활 속 습관으로 건강 지키기' (256호)

‘침’ 뱉지 마세요 최고의 약이니까…
인체의 타액은 건강의 척도가 되는데, 평소에 비해 식사 후나 스트레스로 감정이 폭발할 경우, 질병 발생 등에 각기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한의학에서는 생체에너지 순환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지표로 파악한다. 즉, 타액 분비는 인체 기운의 승강(昇降) 작용이 원활한가를 측정하는 지표가 된다. 이른바 가슴의 심화(心火: 심장의 박동력)와 아랫배의 신수(腎水: 비뇨생식 기능과 호르몬)의 기운이 비토(脾土 : 소화기)를 중심으로 수승화강(水昇火降)으로 순조롭게 순환하여, 인체가 건강하게 기능을 발현하는가를 판단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침을 ‘옥 같이 맑은 샘’이라고 하여 옥천(玉泉)이라하고, 진단ㆍ치료ㆍ예방과 양생 등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침, 맑은 기운의 ‘물’
자연에서도 한국의 대표 산인 백두산ㆍ한라산 같은 명산에는 반드시 그 정상에 샘물이 용솟음치는데, 이것이 바로 명산의 기운이 잘 순환하여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제대로 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물은 수기(水氣)로서 밑으로 내려가고, 그래서 바다는 육지의 아래에 있고, 인체의 비뇨생식 기관도 신체 하부에 위치하고 있다. 산의 샘물과 같이 침은 오히려 위로 용솟음치는 것이므로, 한의학에서는 생체의 맑은 기운이 제대로 살아있는 물로 인식하는 것이다.

침을 자주 삼키는 ‘옥천(玉泉) 상식법(常食法)’은 건강 장수에 이르는 아주 좋은 방법이 된다. 옥천을 장기간 복용하면 얼굴에 광색이 나고, 몸도 상쾌해지고, 건강하게 된다. <동의보감>에 보면, 옛날 한(漢)나라의 어느 노인이 120세에도 오히려 기력이 대단히 건장하였는데, 그의 양생법은 아침마다 침을 삼키고 이를 마주치는 것이었다. 이 ‘옥천(玉泉) 상식법(常食法)’은 건강 양생법의 프로그램으로 매우 복잡한 내용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는 현대 생활에서 건강 습관법으로 실천 가능한 몇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서 몇 번의 심호흡을 하고, 이빨을 상하로 36번 마주치며, 혀를 좌우로 돌려서 입안을 고르게 자극하면, 기운이 잘 순환되어 온 몸이 화창해진다. 이때 입안에 침이 나와 가득 고이는데, 이 침을 천천히 3회로 나뉘어 삼켜서 배꼽 아래의 단전으로 보내어 원기를 보한다. 이어서 평소에 복용하는 건강 보약을 마시거나, 두 손을 비벼서 전신을 마사지 한다. 그런 다음에 천천히 아침 산책을 한다.

혀 마사지 운동, 타액 분비 촉진
또 다른 방법은 아침ㆍ점심ㆍ저녁 식사 후에, 혀를 좌우로 돌려서 입 안을 자극하여 타액의 분비를 촉진하도록 한다. 입안에 가득 고이면 3회로 나뉘어 삼킨다. 현대 한국인의 식습관이 매우 급해서 많은 문제라고 하는데, 사실 식사를 천천히 하는 식습관은 음식물의 분쇄 외에, 침의 분비를 도와서 음식물이 타액과 잘 혼합하도록 하는 취지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식사 후에 입안에서 혀의 마사지 운동으로 타액의 분비를 촉진하는 행위가 소화기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심신(心身)의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시(23~01시)에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호흡을 고르게 하면서, 혓바닥을 입천장에 대고 있으면, 침이 저절로 나와서 입에 가득 고이게 된다. 입에 고인 침을 천천히 삼켜 오장(五臟)을 강하게 한다. 이는 누워서 해도 되는 법이다. 이처럼 자시 등의 밤에 옥천을 삼키는 이유는 인체의 수기(水氣)를 담당하는 신장(腎臟)이 밤의 자시의 기운에 상응하는 바이오리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혀 밑에 있는 아주 세밀한 두 구멍이 신장의 기운과 서로 통하기 때문에 이 시간에 더욱 침이 잘 나오고, 건강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불면이 오면 짜증내거나 억지로 자려고 고생하지 말고, 오히려 역발상으로 ‘타액을 삼켜서 건강할 수 있는 기회로구나’하는 인식의 전환으로 20분이나 30분 정도 혀 운동으로 침 삼키는 건강법을 실천하면 된다. 가벼운 목 운동과 어깨 운동을 겸하면서 말이다.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면 3회 정도로 나뉘어 삼키면서 하면 된다.

심신 안정ㆍ스트레스 해소 도움
이처럼 하루에 여러 번 하도록 자신의 생활에 맞는 구체적인 방법을 정해두고 실행하는 것이 좋다. 이른 새벽, 해가 뜰 무렵, 정오의 점심, 오후 3~5시경, 저녁 식사 후 밤 11~1시 등 모두 좋다. 수시로 자신의 침으로 양치해서 삼키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임상적으로 경험해보면, 침 삼키기 운동은 역류성 식도염, 위염, 소화불량, 과민성 대장염, 불면, 스트레스 해소, 심신의 안정 등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좀 더 전문적으로 ‘옥천(玉泉) 상식법(常食法)’을 하고픈 경우에는, 가만히 앉거나 서서 편안하게 호흡을 천천히ㆍ가늘고ㆍ고르고ㆍ길게 하면서, 들숨에 아랫배를 내밀어 부풀리고, 날숨에 아랫배를 들어가게 하면서 정신을 집중하는 것도 좋다. 척추를 쭉 바르게 펴고 가슴을 펼치고 하되, 어깨의 긴장을 풀고, 치아를 다물고 혀를 입천장에 대고, 양손은 무릎에 가만히 대고서 호흡을 고르게 하는 것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호흡운동에서 생성되는 타액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내단(內丹)이 된다. 최고의 건강 장수 명약을 복용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건강 장수를 잘 챙긴 우리 조상들은 잠시 할 것이 아니라, 평생을 두고 실천할만큼 좋은 건강습관법이라고 하여, 아주 소중하게 여기고 실천하면서, 후대에게 전달하였다.

 

김경철
1986년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2년 동 대학 대학원에서 한의학박사를 취득했다. 동의대학교 한의학연구소장과 한의대 부학장, 한국정신과학학회 부산ㆍ울산ㆍ경남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동의대 한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대한한의진단학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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