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사회가 평온하지 못합니다. 날마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분노와 적개심은 각종 범죄를 야기하고 있고 사드배치 문제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국내정세 또한 국민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경제상황마저 좋지 않아 불안한 심리는 더욱 더 커져가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마음을 평안하게 다스리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법구경〉 ‘안락품’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들이 나옵니다.

“원한을 품은 사람들 가운데 있으면서 원한을 버리고 즐겁게 살자. 원한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라도 원한에서 벗어나 살자.”

“적의를 품은 이들 속에서도 적의 없이 참으로 행복하게 살아가자. 적의를 품은 사람들 속에서도 적의 없이 지내자.”

“고뇌하는 사람들 가운데 있으면서 고뇌에서 벗어나 즐겁게 살자. 고뇌하는 사람들 속에서라도 고뇌에서 벗어나 살자.”

“괴로워하는 이들 속에서도 괴로움 없이 참으로 행복하게 살아가자. 괴로워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괴로움 없이 지내자.”

“탐욕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있으면서 탐욕에서 벗어나 즐겁게 살자. 탐욕이 있는 사람들 속에서라도 탐욕에서 벗어나 살자.”

“욕심 많은 이들 속에서도 욕심 없이 참으로 행복하게 살아가자. 욕심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욕심없이 지내자.”

이어 ‘안락품’에선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크게 즐기며 살자. 우리는 광음천의 신들처럼 즐거움을 먹으며 살자.”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종교를 갖습니다. 종교는 그렇기 때문에 신자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불교는 어떤 종교보다 중생에 대한 이익과 안락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부처님의 전도선언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바라나시에서 콘단냐 등 5비구에게 삼법인과 사성제의 법문을 통해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함으로서 승가를 처음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직후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전법의 길로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아! 길을 떠나라. 여러 사람들의 이익과 안락을 위하여. 세상을 동정하여 인간과 천신의 이익과 안락을 위하여 길을 떠나라. 두 사람이 한 길을 가지 말라. 비구들아!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게, 의미와 문장을 갖춘 법을 설하라. 아주 원만하고 청정한 행을 드러내 보여라.”

부처님의 이러한 전도선언은 〈쌍윳따니까야〉, 〈잡아함경〉, 〈마하박가〉 등 여러 경전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들 경전에서는 한결같이 부처님이 “많은 사람의 이익과 안락을 위하여” 전법에 나설 것을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를 봐도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중생의 ‘안락’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분노와 증오가 팽배하고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최근의 사회현상은 반불교적 행태라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는 안락을 바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락을 바라는 생명을 폭력으로 해치거나 위해하는 행위가 있어선 안 될 것입니다. 생명이 있는 존재의 평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안락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안락한 마음을 내고 유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세계 4대 성인의 한 분인 공자도 평생을 근심으로 사셨다고 합니다. 〈논어〉 ‘술이(述而)’편에 공자의 근심 얘기가 나오는데 공자는 생전 네 가지 근심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첫째, 덕지불수(德之不修)로 인격을 제대로 연마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근심입니다.

둘째, 학지불강(學之不講)으로 학문을 열심히 익히지 않는 것에 대한 근심입니다.

셋째, 문의불능사(聞義不能徙)로 옳은 것을 듣고 실천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근심입니다.

넷째, 불선불능개(不善不能改)로 좋지 못한 것을 고치지 않는 것에 대한 근심입니다.

공자의 이러한 근심은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스승으로서 사람들의 안일과 나태를 경계하는 심려입니다. 이는 마치 부처님이 중생에 대한 연민으로 가슴 끓이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대목은 각종 실천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도 마음만은 평안하게 안락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티벳의 싸꺄 빤디따 뀐가 겔첸(1181~1251)은 그의 잠언집 〈선설보장론〉에서 “재물의 최고는 곧 베풂이고 행복의 최고는 곧 마음의 편함[安樂]이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번뇌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번뇌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괴로움을 만들어냅니다. 번뇌와 괴로움에 매여 있으면 당연히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멉니다. 싸꺄 빤디따의 말처럼 베풂에서 재물의 최고 가치가 있으며, 마음의 편안함에서 행복의 최고를 느끼는 법입니다. 즉 안락을 누리려면 재물을 베풀 듯 마음의 번뇌와 유혹과 탐욕을 덜어내야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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