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 다하는 것

문 : 남편이 음식에 대해 잔소리를 좀 합니다. 40년을 같이 살았기 때문에 이해를 하다가도 가끔 부딪치곤 합니다. 스님, 저의 불심이 모자라는 탓일까요?

답 : 40년을 같이 사셨다고 하니 자녀들도 다 성장했을 것이고, 두 분이 함께 하는 시간을 요리에 포커스를 맞춰보시는 건 어떨까요?

시장도 같이 보러 다니고,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하는 걸 직접 해보게 동기부여도 좀 해줘보시죠.

직접 재료를 선택하고, 다듬고, 음식을 해보면 남편의 잔소리도 줄어들 거 같은데요.

남편이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더욱 행복하겠지만 요리라는 것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지 알게 된다면 음식투정이 쑥 들어가지 않을까요?

문 : 스님, ‘수처작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딜 가든 주인공으로 살라는 말씀이라고 하던데, 이 말에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살다보면 상황에 따라 주인공이 되어야 할 때도 있고, 손님처럼 조용히 왔다가야 하는 자리도 있지 않습니까? 사람이 모든 곳에서 주인공 역할만 한다면 서로 충돌할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큰스님들이 ‘수처작주’라고 자주 말씀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답 : ‘수처작주’라는 말은 임제 선사께서 하신 말씀이에요. ‘입처개진’이라는 말과 함께 쓰이는데요.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지금 있는 곳이 진리의 세계이다. 이런 의미입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말을 조금 잘못 이해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수처작주’는 세상의 주인은 바로 나며, 나는 누구의 명령이나 지시에 의하여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늘 자유의지를 갖고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느 자리에서건 내가 주인공이 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내가 주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주인이 되라는 겁니다.

‘수처’란 조건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이고 삶터입니다. ‘작주’란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주체적으로 살라는 뜻이죠.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는 건, 지금 머물러 있는 이곳이 바로 진리의 세계요, 깨달음의 세계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번뇌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머무는 곳의 주인이 되면 이 번뇌의 자리가 사실은 진리를 볼 수 있는 자리이자, 깨달음의 자리라는 걸 알게 됩니다.

지금 여기에서 성불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많이 수행한 분들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면 오산이에요.

쉽게 말하자면 내 몸 담고 있는 오늘 현재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수처작주’의 의미인 것입니다.

문 : 요즘 부모, 자식 간의 학대나 살인에 대한 뉴스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요.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어떻게 하고 살아야 하나요?

답 : 장기결석학생들을 조사하다보니 아동학대로 인한 살인사건들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죠. 게임하는 걸 말리고 야단친다고 아버지를 찌른 아들도 있었습니다. 정말 뉴스를 접하는 부모 자식 간의 사건들을 보면 인면수심이 따로 없습니다. 부끄럽고 가슴 아픈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부처님께서는 부모 자식의 도리에 대한 말씀을 누누이 강조하셨어요. 〈육방예경〉이라는 경전에 아주 상세히 설명하고 계시죠.

〈육방예경〉은 부처님이 선생이라는 장자가 아버지의 유훈에 따라 여섯 방향에 예배하는 것을 보시고, 육방에 예배하는 진정한 의미를 일러주고 세상을 살아가는 도리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경전이에요.

육방은 여섯 방향의 방위인데요. 동, 서, 남, 북, 위, 아래를 뜻하죠. 동쪽은 부모와 자식간의 윤리에 대한 예배고, 서쪽은 부부간의 윤리, 남쪽은 사제간의 윤리, 북쪽은 친구나 동료와의 윤리에 대한 예배를 상징합니다. 위는 사문, 바라문 등 모든 행이 높은 사람에 대한 예배이고, 아래는 고용인에 대한 예배예요. 2,600여 년 전 이미 부처님께서는 남녀, 지위 고하, 노소를 떠나 모든 생명이 평등하다는 말씀을 해주신 거죠.

그럼, 부모 자식 간의 윤리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 부모는 자식을 올바르게 가르쳐야 하고, 자식은 부모를 공경심으로 대할 것을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해야할 부분이 부모의 역할에 관한 언급이에요.

부모는 자식을 사악함으로부터 멀리하게 해야 하고, 착하게 살게 해야 하며, 기술을 배워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게 해야 하고, 어울리는 배우자와 맺어줘야 하며, 적당한 때에 유산을 물려줘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잘 크도록 인성교육을 해야 함과 동시에 교육도 제대로 시키고 결혼도 제대로 시키라는 말씀이에요. 내 기분 내키는 대로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려주신 겁니다.

부모의 도리는 이런데, 자식의 도리는 또 어떨까요? 자식은 부모를 잘 봉양해야 하고 자식으로서의 의무를 다 해야 하며, 가문의 대를 확고히 하고, 부모님이 가르쳐준 대로 잘 실천해야 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그 분들을 위해서 보시도 잘 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어요.

결국 부모 자식 간에 사랑으로 키우고, 사랑으로 봉양하며 살아야한다는 겁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기본적인 도리만 하고 살아도 험한 소식은 들리지 않을 겁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