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실천
나이와 무관한
청춘의 상징

한여름 마당가 자귀나무가 분홍 부챗살 꽃잎을 펼치며 그윽한 향기와 꽃그늘을 선사하는가 싶더니 소낙비 한 차례 스치고 지나간 하늘가에 흰 구름이 상쾌하다. 여름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건강한 청춘의 힘을 상기시킨다. 배움의 열정도 그러할 것이다. 배우고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은 나이와 무관한 청춘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니까 청춘’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여름방학을 앞두고 2015학년도 하반기 석·박사논문 지도와 심사에 매진했다.

배움의 열정은 나이와 무관하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는 평균 나이 50세의 만학도들이 배움과 교류의 장을 펼치는 선두 그룹의 전문대학원이다. 그래서 만학도의 논문을 지도하는 일은 그들이 지닌 삶의 경륜과 열정만큼이나 각별하고 소중하다. 뿐만 아니라 사제지간의 소통과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에 따라 마법 같은 힘도 발생한다. 어느 한 소설가는 일흔 중반의 나이에 박사논문을 완성하고 심사를 대기 중이다. 배움을 완성하고자 하는 그 열정이 참으로 아름답다. 때문에 그 열정은 시들지 않는 청춘의 빛이기도 하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이란 의미를 지닌 ‘버킷 리스트(bucket list)’에 배움이라고 응답하는 중년이 많다고 한다. ‘버킷 리스트’는 ‘킥 더 버킷(Kick the Bucket)’에서 유래한 말로 교수대에서 죽기 전에 받치고 있던 양동이를 발로 걷어 차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07년 개봉한 영화 ‘버킷 리스트’ 이후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영화 ‘버킷 리스트’는 암에 걸려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두 노인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만나 서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고 실행에 옮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여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적음으로써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소망하는지 방향성을 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베이비붐 세대 어느 중년의 경우 어려운 가정형편에 줄줄이 딸린 동생들을 위해 배움을 포기하고 열심히 일해 집안을 일으키며 자수성가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질병으로 병원에 갔다가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눈앞이 캄캄했다. 그동안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는데, 그게 바로 공부였다. ‘버킷 리스트’에 배움을 정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대학원 박사과정을 준비하며 자신을 괴롭히던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대학원 진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며 삶의 활력과 건강을 되찾은 것이다.

요즘 중년 이후를 ‘이모작 세대’라고도 표현한다. 평생교육 시대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얼마 전 50~64세 중장년층의 인생 이모작을 지원하기 위한 ‘50+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배움과 탐색을 통해 급변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깨어있는 지성이 요구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새로운 정보와 학문의 재교육을 희망하는 만학도에게 조심스레 청출어람도 희망해 본다.

한여름 피서객이 넘쳐난다. 멀리 떠날 수 없는 분주한 일정이지만 잠시 주변의 자연이 선사하는 산들바람과 새소리를 법문 삼아 마음을 내려놓는다. 한여름 자연이 들려주는 무정설법에 분주했던 마음과 눈도 쉬어본다. ‘쉼’의 미학도 배움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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