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사람은 항상 평온하죠”

‘마음은 무언가?’
‘부처님은 어떻게 완전한 자유와 평화를 얻었는가?’

살아가는 의미를 제대로 알고
사람답게 사는 게 참다운 명상
매순간 깨어 있으려는 노력이 핵심

붓다·예수·공자 등 위대한 인류의 스승은 그 존재만으로도 제자들의 의지처가 된다. 30여 년 간 내로라하는 불교 수행자로부터 화두·염불·위파사나·티베트불교 등 각종 불교 수행법을 익히고 대중들에게 명상을 지도하고 있는 오원칠(호는 혜명) 명상수행학교 교장. 그는 ‘혜명 법사’로 더 이름나 있다.

그가 명상지도를 하고 있는 곳은 서울 홍제동 소재 마음일보 부설 마음아카데미 평생교육원. 지난 5월 말 그를 만나러 마음아카데미에 들어섰다. 헛기침 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발걸음 소리조차 내기 미안할 정도로 고요했다. 1시간을 기다려 그와 마주앉았다. 수행이야기를 묻자 서른 해 전의 이야기를 살며시 꺼냈다.

젊은 날의 방황과 수행의 길

종교에 무관심했던 군 훈련병 시절, 군법사의 법문을 듣고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등병 때, 불교가 그리워 군법사에게 편지를 썼고, 군법사의 도움으로 군종병으로 활동하게 됐다. 군종 교육 때 한 스님의 <반야심경> 강의를 듣고 불교에 눈을 뜨게 된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가족을 잘 돌보지 않아 중·고생 시절, 인간이 겪는 고통이나 갈등과 슬픔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 자기 주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고통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을까, 어떻게 마음을 평화로워지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기에 마음의 원리를 담고 있는 <반야심경>의 내용은 그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고 한다.

전역 후 그는 출가사문(행자)이 되어 서른 살의 나이에 늦깎이로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했지만, 수행하는 학승이 거의 없는 걸 보고 실망감을 느꼈다. 그 때 법륜 스님(당시 최석호 법사)을 만나 “불교를 바르게 세우자”고 의기투합해 정토회를 설립했다. 정토수련원 지도법사를 맡아 명상을 지도했지만, 가슴 한 켠에 남은 두 가지 화두가 그를 괴롭혔다. ‘마음이라고 하는 게 뭔지’, ‘부처님은 어떻게 해서 완전한 자유와 평화를 얻었는지’가 그의 화두였다. 나름 마음공부의 원리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완전한 평화와 자유를 얻을 수 없었다. 수행도 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경전을 읽고 나름 사유를 한 것뿐, 제대로 된 수행이 아니었다. 스승없이 혼자 수행한 결과였다.

동사섭을 지도하는 용타 스님을 만나 마음을 보는 수행법을 배우고 익혔다. 이것이 진정한 수행자로서 그의 첫 걸음이었다. 그 때 마음을 관하는 법은 터득했지만, 마음의 본성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전 조계종 종정 서암 스님을 찾아갔다. 서암 스님은 그에게 “괴로움에서 벗어난 마음을 알려면 화두를 들고 수행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었다. 그 뒤로 화두 수행에 매진했는데, 화두가 잡히지 않을 때는 단양 구인사에 가서 일반 신도들 틈에서 여러 차례 밤새워 염불 수행에 매진했다. 염불 수행이 잘 되지 않을 때는 당시 염불선의 대가였던 故 청화 스님을 수시로 찾아가 묻기도 했다.

그는 1989년 경 양주 인근의 회암사에 가서 화두를 붙들고 밤낮으로 씨름했다. 어느 순간 마음이 끊어진 자리가 어떤 것인지, 마음 이전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마음이 괴로운 건 결국 한 생각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는 곧장 서암 스님에게로 달려갔다. 서암 스님은 그에게 “생사지무(生死知無, 생사가 없다는 걸 알고)하고, 생사계무(生死契無, 생사 없는 자리에 계합)하고, 생사용무(生死用無, 삶과 죽음을 자유자재로 함)하고 살아라”고 일러주었다.

이 순간의 가치를 바로 아는 법

이후 그는 출가자의 길을 접고 1991년부터 국내에 유입된 미얀마 위파사나를 접한 뒤 미얀마 스승과 위파사나 수행에 관심을 두고 각종 수행법을 익혔다. 수행을 하면서 위파사나 수행과 화두 수행이 방법만 다를 뿐, 궁극의 목적은 다른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정토회를 나온 뒤 그는 서울에 ‘○○선원’ 대신 ‘명상’이라는 이름을 내건 아카데미를 열어 6년간 운영했다.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내부 갈등이 일어나 아카데미 문을 닫고, 티베트 불교의 ‘보리심 수행’에 관심을 돌렸다. 티베트 불교 자료를 뒤지다가 ‘보리심’에 대한 많은 내용을 보고 달라이라마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2년 반 동안 머물며 티베트의 여러 수행법을 익혔다. 달라이라마의 법문을 들었고, 여러 스승을 찾아다니며 보리심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보리심에 대한 가닥이 잡혔다. 보리심 수행을 한 티베트 스승 대부분은 자비심이 가득했고, 평정심 상태 또한 놀라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 자비심 넘치는 스승이 되기 위해 부단히 정진했다.

그는 30여 년간 명상수행자로의 길을 걷고 있지만, ‘명상’에 대한 갈증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명상(冥想)’의 사전적 의미는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이지만, 어느 수행법까지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은 정리돼 있지 않다. 혜봉 법사는 “명상 안에 모든 불교수행법이 포함돼 있다”고 정리했다. 그리고 명상수행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한다고 했다.

명상수행을 하면 자기를 바로 보게 하고, 혜안을 갖게 해주지만, 수행을 올바르게 하지 못했을 경우 역기능도 만만찮다고. 명상을 제대로 못 배우면, 자신의 삶을 등한시할 수 있다고 한다. 삶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명상의 핵심을 잘못 알았기 때문이란다. 그는 명상수행의 역기능이 생기는 이유 중의 하나로 ‘수행을 통해 자기가 어떤 특별한 존재가 됐다는 착각’을 꼽았다. 그리고 명상을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 ‘자기 혼자 편안해지는 것’, ‘세상을 등지고도 자기 혼자 잘 살 수 있게 해주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면, 명상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혹세무민 하는 것도 역기능 중의 하나라고 봤다.

명상을 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사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난 의미를 제대로 살려내고자 위함이다. 수행을 해서 사람답게 제대로 살다가야 명상하는 의미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 명상 수행자들은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행복의 길로 인도해야 하는 의무가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불교에서 강조하는 진정한 의미의 회향이다.

“불교명상의 핵심은 깨어 있는 것”이라는 혜봉 법사. 호흡을 하면서도, 화두를 들고 있으면서도, 염불을 하면서도, 주력을 하면서도 늘 깨어 있어야 한다. 부처님이 열반하기 전 설한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을 실천하는 그것이 올바로 깨어 있음이라고.

수행은 그의 일상이다. 바쁠 때 수행을 하지 못하면 일부러 시간을 내 정진한다. 많은 수행법을 익혔지만 늘 깨어있기 위해 쉼 없이 정진하는 그의 에너지가 중생의 무명을 벗겨주는 광명으로 피어오르길…….

혜봉 오원칠 법사는

1956년 출생했다. 동국대 불교대학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법륜 스님과 함께 정토회를 설립, 정토포교원 원장과 정토수련원 지도법사를 역임했다. 이후 명상아카데미, 꽃을 피우는 아이들, (사)밝은세상 등 명상수행 단체를 설립 운영했다. 명상수행학교 교장·마음일보 부설 마음아카데미평생교육원 원장으로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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