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경철의 ‘생활 속 습관으로 건강 지키기’ (255호)

기후 변화 적응이 생존 필수 조건
여름ㆍ겨울철 양생법 매우 중요
에어컨 바람 신체 내부 손상 우려
더울 땐 따뜻한 물ㆍ음식 섭취해야

습관은 참 무섭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 습관을 잘못 들이면 평생 고생한다. 건강과 관련된 습관이라면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작은 습관 하나가 만수무강한 건강의 비법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무더운 여름철 건강을 어떻게 지킬까. 더운 여름일수록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신체 내부의 오장육부를 보강해야 한다. 적어도 몸이 불편하거나 나이가 마흔이 넘은 사람은 실천하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에 건강 장수하는 양생의 도리를 배우는 데는 나이의 이르고 늦음이 없다고 하였다. 우리는 유전적으로 건강하게 타고난 경우와 허약한 경우가 있다. 중요한 것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태어난 이후의 후천적인 양생 생활인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생활 속 건강 습관으로 우리가 건강하게 타고난 신체를 유지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중요한 점은 회춘과 갱생의 길이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는 걸 인식하는 것이다. 의식 전환 후에, 생활과 함께 실천하면 된다. 머리로 이해만 하고, 실행 · 실천하지 않는 것은 소용이 없다. 지금 배가 고픈데, 밥을 먹지는 않고, 요리하는 이론을 듣고만 있으면 고픈 배를 채울 수는 없는 것이다. 조그마한 내용이라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핵심이다.

월간 <금강> 복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생활 속 습관으로 건강 지키기’ 첫 주제를 7월호에 맞도록, 여름철 생활 건강법으로 ‘더운 여름에 따뜻한 음식 챙겨 먹기’로 하자 적어도 몸이 불편하거나 나이가 마흔이 넘은 사람은 실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더운 여름철 생활에 따뜻한 음식을 섭취하자고 주장하니, 의아하게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계절의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건강 장수 양생의 기본이다. 특히, 중국과 한국 등 동북아시아 온대지방과 같이 사계절의 기후 변화가 뚜렷한 지역에서는 기후 적응이 생명 생존의 핵심적인 필수충분 조건이다. 즉, 사계절의 온열량한(溫熱凉寒)의 기운과 풍도-온도-습도의 기후 조건이 생명 생존의 필수조건이므로, 계절의 기후에 적응하는 양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자의 사망률이 높은 겨울과 여름의 건강법이 중요하다. 더위와 추위가 다른 어떤 기후 변화보다 인체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과 여름의 온도 조절과 체온 유지 섭생이 필요하며, 이는 음식 섭취에서도 적용될 정도이다. 외기 기온이 피부와 코를 통하여 인체에 영향을 끼친다면, 음식 온도는 위장과 소장, 대장 등의 소화기를 통하여 인체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외부 온도의 적응만큼이나, 섭취하는 음식의 온열 상태가 중요하다.

우리는 더운 여름에 시원한 음료나 차가운 음식을 섭취하여 열기를 식히려고 하지만, 더운 여름일수록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여름에 날씨가 더워지고 기운이 밖으로 치닫는 때에, 인체는 이에 상응(相應)하여 인체의 기운이 몸의 피부로 뿜어져서, 피부 표면은 따뜻해지고, 반대급부로 신체 속의 장기는 상대적으로 차가워진다. 몸의 외부가 더워지므로, 몸의 내부는 상대적으로 차가워지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는 자연 순응의 입장에서 관찰한 것이며, 여기에서 신체 안과 밖의 한열(寒熱) 차이는 한 개인에서 상대적인 판단을 말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한여름에 날씨가 더워지면, 팥빙수나 찬 과일 등의 차가운 음식을 과용하여 배탈이 쉽게 일어남을 볼 수 있으며, 또한 성질이 뜨거운 음식을 먹어 보신하는 양생법이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환자들을 보면, 더운 계절에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름철에 열기를 식혀주는 시원하고 간편한 음식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런 음식은 속을 냉하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건강이 걱정되는 사람은 속의 냉기를 몰아내는 음식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더운 여름철에 말이다.

여름철 더운 열기는 신체 표부인 피부에서 강하게 나타나므로, 시원한 물로 샤워하던지, 찬물에 들어가서 열기를 식히면 된다. 그래서 가령, 삼계탕ㆍ소고기국밥 같은 따뜻한 음식을 먹고, 온수나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시원한 냉탕에 들어가거나 찬물로 샤워하는 것이 여름철의 현명한 건강 피서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에어컨의 찬 바람은 코로 바로 들어가서 신체 내부를 손상하므로, 허약한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온혈동물이므로, 따뜻한 양기(陽氣)가 중요하다. 더운 여름일수록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신체 내부의 오장육부를 보강하여 건강하게 지내자!

 

김경철

1986년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2년 동 대학 대학원에서 한의학박사를 취득했다. 동의대학교 한의학연구소장과 한의대 부학장, 한국정신과학학회 부산ㆍ울산ㆍ경남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동의대 한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대한한의진단학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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