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위상 높은 불교 모든 이를 부처님처럼 대하길”
먼저 이 자리에는 계신 분들은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의 자살률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2010년 기준으로 OECD 평균 자살률이 약 11.3명이지만 한국은 28.1명이다. OECD 34개 국가 중 자살사망률 및 자살증가율이 1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양극화’와 ‘부패’를 꼽을 수 있다.
세계화가 되고 신자유주의가 발달하면서 승자독식의 사회로 변했다. 한국의 임금 불평등은 세계 4번째 수준이다. 옛날에는 중산층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중산층들이 거의 없어졌다. 계층이 불안정하다. 이렇듯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다음이 ‘부패’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부패지수가 27위다. 부패라는 것은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부패가 권력을 만들고, 그 권력이 부패를 감싸준다. 즉 부패가 부패를 낳고, 권력이 권력을 만들어가는 구조다.
이런 사회를 살고 있는 국민들을 위로해 주기 위해서는 종교인들의 역할이 크다.
이제 한국의 종교지형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 한국인의 약 53%는 종교를 가지고 있다. 종교성향으로는 전혀 다른 전통의 여러 종교들이 균형 있게 공존ㆍ공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혈 수준의 종교분쟁이 없는 이유는 뭘까? 바로 불교의 ‘관용성’과 ‘기복신앙’ 때문이다. 이 외에도 남북ㆍ빈부ㆍ세대ㆍ남녀ㆍ지역 등 각종 갈등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상대적으로 종교갈등의 비중이 낮다.
우리나라 종교계의 신뢰도는 낮은 편이다. 2013년 아산정책연구원이 직업별 사회기여도를 조사 했는데 과학자(71.8), 노동자평균(67.1), 기업가(63.6), 공무원(51), 언론인(45.9), 법조인(414.4), 종교인(32.3), 정치인(22.9) 순이었다. 2014년 불교사회연구소가 조사한 각 종교별 신뢰도에서는 천주교(45.5%), 불교(41.6%), 개신교(26.1%) 순이었다.
지금 한국 불교는 위기에 빠져있다. 인구에 비해 사찰 수가 적기 때문이다. 불교가 이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서울의 강남을 잡아야 된다. 도시에 돈 있고,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산속에서 보살님들의 보시금에만 만족하는 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사회를 움직이는 데 불교가 영향력이 적은가를 불교 지도자들은 생각해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라는 종교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1889~1975)는 그의 마지막 강의 때 ‘당신이 세계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건 하나를 뽑는다면 무얼 뽑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1초도 주저하지 않고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건은 동양의 불교가 서양으로 건너온 일”이라고 답했다. 이 대답이 왜 대단하냐면 20세기에는 세계대전이 일어나 5,700만 명이 사망했고, 핵폭탄이 일본에 투하됐으며, 온난화와 탈핵에너지 등 환경문제가 일어났었다. 2007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여론조사 결과 세계적인 모범인물에 달라이라마(44%)가 뽑혔다.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42%)를 앞선 결과였다. 달라이라마는 2016년 미국 비즈니스 잡지 〈Fortune〉이 조사한 세계적 글로벌리더에도 1위를 차지했다. 또 美 컬럼비아대 로버트 서먼 명예교수는 “미국의 건국이념은 불교이념과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건국이념은 기독교를 배경으로 하지만 헌법상 자유ㆍ평등 개념은 불교의 개념이라는 뜻이다. 이 외에도 아르헨티나 소설가 보르헤스(1899~1986), 콜롬비아대 에리히프롬 교수(1900~1980), 파리 소르본대 프랑수아슈네 교수 등이 불교를 높이 평가했다.
〈화엄경 보현행원품〉 9 ‘수순중생편’에 “보리는 중생에 속하는 것이니, 만약 중생이 없으면 일체 보살이 마침내 무상정각을 이루지 못하느니라”고 했다. 자비를 떠나서는 선법(善法)을 얻을 수 없다. 여러분들은 중생을 위하는 것을 부처님에 대한 공양으로 삼으며, 모든 이를 부처님 대하듯이 하길 바란다. 또 시대의 스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출가정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 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 사찰의 재정투명화와 인재양성으로 서로 간 신뢰를 높이고, 중생고와 사회고 치유를 화두 삼는 원력보살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