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금관욕동자불(我今灌浴童子佛) 정지공덕장엄취(正智功德莊嚴聚) 오탁중생명이구(五濁衆生命離垢) 당증여래정법신(當證如來淨法身)
제가 이제 동자불을 목욕시키오니 바른 지혜 공덕을 모아 오탁중생들은 더러운 때를 씻고 여래의 깨끗한 법신을 증득케 하옵소서.

불기 256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자님들께서는 아기부처님을 목욕시켜드리는 관욕의식(灌浴儀式)에 참여하셨을 것입니다. 부처님은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자 마자 사방으로 일곱걸음을 걸으면서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또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하늘 위 하늘 아래 내 오직 존귀하나니 온통 괴로움에 휩싸인 세계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고 외쳤다고 합니다.

<보요경(普曜經)>에 의하면 이때 “제석천과 범천이 홀연히 내려와 여러 향수로 보살을 목욕시켰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한국불교에선 제석천과 범천이 목욕을 시켰다는 내용보다 아홉 마리 용이 입에서 물을 뿜어 목욕시켰다는 구룡토수(九龍吐水) 이야기가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관욕의식은 여기에서 유래합니다.

부처님께서 활동하셨던 인도에서는 목욕이 종교의례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몸을 정결히 해서 부정을 씻어내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힌두교의 경우 갠지스 강의 물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모든 죄를 없애고 해탈로 이끈다는 종교적 신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힌두교도들은 매일 아침 강을 찾아 몸을 씻어 부정을 쫓아내는 의식으로 목욕을 의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목욕을 청결 수단 이외 질병을 치료하는 의식의 수단으로도 인식하였습니다. 문헌에 전해지는 최고(最古)기록은 신라시조 박혁거세와 그의 아내 알영 왕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박혁거세는 뭇 사람들이 놀랄 만큼 아름다운 남자였는데 동천(東泉)에서 목욕시키자 몸에서 광채가 났다고 합니다. 알영은 몸매와 얼굴이 매우 아름다웠으나 입술이 닭의 벼슬과 같은 게 흠이었습니다. 이에 북천(北川)에 데려가 목욕시키니 완벽한 미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고려도경>에서는 고려인들은 하루에 서너 차례 목욕하였고, 개성의 큰 내에서는 남녀가 한 데 어울려 목욕을 즐겼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목욕재계를 계율로 삼는 불교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우리가 관욕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은 앞의 게송에 나오는 것처럼 ‘깨끗한 법신’을 증득하자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목욕 자체를 청정한 범행(梵行)의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관불이란 아기부처님을 씻겨드리면서 우리 자신의 마음의 때를 함께 씻어내야 한다는 각오와 다짐의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잡아함경》 ‘손타리경’의 가르침은 이를 잘 일깨워주는 대목입니다.

부처님이 코살라의 순타리카 강가에 있는 명상의 숲에 머물고 계실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이 강가에 사는 바라문이 부처님을 찾아와 순타리카 강가에 들어가 목욕을 하자고 권했습니다. 부처님은 바라문에게 왜 강물에서 목욕을 해야 하는지, 목욕을 하면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부처님을 단순히 한 수행자로 알고 있던 바라문이 답했습니다. “사문이여, 순타리카 강은 구원의 강이요, 깨끗한 강이며 상서로운 강입니다. 만약 누구나 여기서 목욕을 하면 모든 죄업이 다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부처님은 바라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바라문이여, 순타리카 강이나 바후카 강이나 강가 강이나 사라사티 강이나 어떤 강물도 사람의 죄업을 깨끗하게 할 수는 없소. 만약 그 강물에 목욕을 해서 죄업이 사라진다면 그 강물 속에 사는 물고기는 죄업이 하나도 없다고 해야 할 것이오. 그러나 어찌 사람이 물고기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겠소. 죄업을 깨끗이 하고 싶다면 오로지 청정한 범행을 닦는 것이 옳소. 즉 생명을 함부로 해치지 말 것이며,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 것이며,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 것이며, 남을 속이지 말아야 하오. 이러한 사람은 우물물에 목욕을 해도 깨끗할 터이므로 굳이 갠지즈 강에 들어가 목욕할 이유가 없소. 그러나 범행을 닦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자주 갠지즈 강에 들어가서 목욕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죄업을 깨끗하게 할 수는 없소.”

부처님의 말씀처럼 몸의 때를 씻어내는 일보다 마음의 때를 벗겨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마치 세탁하지 않은 옷을 입고 다니면 악취를 풍겨 주변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듯이 마음의 때를 씻어내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 마음에 악취를 풍겨 다른 이에게 폐를 끼치게 됩니다.

부처님오신날 관욕의식은 마음의 때를 벗겨내겠다는 자기다짐으로 참여해야 하겠습니다. 동자불을 목욕시키는 행위는 바른 지혜의 공덕을 모아 마음의 때를 벗겨냄으로써 ‘깨끗한 법신’을 증득하고자 함입니다. 마음의 때가 두터우면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불평과 화풀이, 비방, 폭력, 시기와 질투 등을 유발합니다. 결국 대인관계는 악화되고 사회로부터 소외되기 쉽습니다.

마음의 관욕을 통해 이러한 감정들을 말끔히 청소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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