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다양해졌는데 처방전 여전히 ‘단순’
신도 욕구 ‘누가 충족시키느냐’가 관건

현대인 정신적 고충 해결 못하면 도태
대만인 번민 치유해준 대만불교 모범

신도들 종교 넘나드는 ‘탈 종교’시대
종교인 절박함, 위기의식 없는 듯
각 종교 다양한 메뉴 개발 필요성 대두
스님들, 일반사회 구성원과 소통해야

▲ 봉축 좌담회에 참여한 패널들. 왼쪽부터 손석춘 교수, 박찬욱 소장, 이찬수 교수, 박문수 원장.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어제의 세상이 다르고, 오늘의 세상이 다르다. 그런데 종교는 어떤가? 세상의 변화에 순응하는 종교가 있고, 애써 외면하는 종교도 있다. 또 종교 내에서 순응할 수 있는 영역과 순응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 종교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변화를 두려워하는 종교는 인류사에서 사라질 수 있다. 현재 한국불교의 위치를 반성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찬욱 사)밝은사람들연구소장, 손석춘 건국대 교수, 박문수 한국천주교문화연구원 원장, 이찬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로부터 종교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 사회를 맡은 박찬욱 소장.

박찬욱 :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종교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가 이번 좌담의 주제입니다. 주요 종교인 불교, 천주교, 개신교가 사회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지 말이죠.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미흡한 부분은 없는지, 있다면 어떻게 잘 적응해 나가야 하는지 등에 대해 각 종교 전문가들과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과학의 발달로 각 종교의 교리도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생명복제, 줄기세포를 이용한 병 치료, 안락사, 동성 결혼 허용 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 등이죠. 종교가 보수적이면서도 변화하는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면 존재 이유가 있을까요? ‘왜 종교가 존재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불교, 천주교, 개신교는 어떤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종교가 어떻게 변화할지와 종교인(성직자)들이 갖고 있는 도덕성 문제 등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부여한 종교인에 대한 지위나 리더 자격에 걸맞게 현대인들을 리드하고 있는가라는 문제도 논의해 봤으면 합니다.

손석춘 : 불교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1994년 조계종의 종단개혁 당시 불교계의 사회적 책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습니다. 불교가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에 발맞추어 어떤 역할을 해야 될지 등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못한 실정입니다. 최근 조계종의 경우 불교가 현대사회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죠.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가 그것입니다, 100인 대중공사의 모델은 바티칸 공의회입니다. 바티칸 공의회는 “사회에서 종교를 가진 인간은 사회 속에 있는 존재다”라고 규정했죠. 그것은 1600여 년 된 한국불교가 벤치마킹 할 만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문수 : 천주교가 사회적 역할에 적극 나서게 된 건 1981년의 역사적인 사건이 기폭제가 됐습니다. 북반구의 백인 신자들보다 남반구의 유색인종 신도수가 많아진 해가 1981년입니다. 지금은 7:3정도로 남반구의 신도가 많죠. 남반구의 신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이들의 권익을 대변해 주지 않았습니다. 항상 유럽 중심의 신앙생활을 중요시했죠. 프란치스코 교황이 등장하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은 공의회가 끝난 지 50년 만에 비로소 공의회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천주교 입장에선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거죠. 하지만 결정권을 갖고 있는 고위 성직자 수는 유럽이 더 많기 때문에, 정책 면에서는 역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1980년대 이후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넘어가죠. 종교가 이런 변화에 대해 변화의 본질이 무엇이고, 변화에 상응하는 종교다움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신자답게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천주교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제도권 종교 일반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어떤 종교도 신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른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박찬욱 : 사회 변화를 따라 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이 세 종교만 놓고 봤을 때 천주교가 사회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 손석춘 교수.

손석춘 : 세계적으로 보면 다른 나라의 불교에서도 변화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불교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만불교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대만불교는 한국불교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영향력은 한국불교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큽니다. 160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불교가 한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한국불교는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갖고 있는 교리를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만불교는 도심불교를 강조합니다. 매스컴을 만들고 대학을 만들어 현대인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해나갑니다. 대만사회의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데 불교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한국불교가 벤치마킹할 것은 대만불교의 현대적인 도심불교 포교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찬수 : 변화를 경험한 이들에게 ‘변화’는 불안의 요소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안정감을 찾으려고 합니다. 개신교가 시대변화에 대응하는 스팩트럼이 가장 넓을 것 같습니다. 변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주류이지만, 그에 대한 진지한 반성은 없습니다. 변하지 않으면 자신의 무덤을 파는 것과 같다는 의견도 제법됩니다. 그럼에도 개신교적 공통성(예배)이 있어서 개신교 범위 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박찬욱 : 시대변화에 따른 종교의 대응은 지도자 즉, 사람의 문제와 대중들에게 유익함을 주는 시스템 문제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종교의 역사가 오래됐고, 세상이 아무리 많이 변하더라도 우리 사회에 종교가 남아 있다는 건 인류에게 유익함을 주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습니까. 성직자를 우리의 지도자로 보고 따르는 입장이라면 종교의 본질적 문제와 종교인 내지는 신도들의 문제, 시스템의 문제로 좁혀 나가면 어떨까요. 종교인이 되려고 하는 이들을 종교 내의 교육 시스템을 통해서 정말 거룩하게 좀 더 성숙한 종교 지도자의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종교마다 갖추고 있는 교육 시스템에 따라서 종교인이 되려고 하는 이들의 역량과 열정을 떠나서 많은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찬수 : 제도권 종교 일반이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변화에 적응을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신자들은 종교의 경계를 넘어서기 시작했는데, 제도권 종교는 그 틀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습니다. 각자 종교에 소속돼 있지만 경계를 넘어섰다고 봅니다. 제도 안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어온 자기들의 교리를 지키려고만 하다보니, 신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죠. 그래서 신자들은 각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여러 종교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수천 년의 전통이 있다 하더라도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정신적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없으면 쇠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손석춘 : 제도 종교가 위기라는데 공감합니다, 젊은 친구들과 얘기해 보면 종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비관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제도권 종교 안에서 새로운 정통성을 찾으려는 노력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불교 안에서도 ‘붓다로 살자’는 움직임이 있고, 재가자들이 스님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얘기해 나가는 불교시민사회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이걸 말해줍니다. 불교가 스님 중심으로 돼 있었기 때문에 사부대중 공동체를 되찾자는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강한 것 같습니다.

다른 종교에서 보더라도 종교의 위기를 넘어서려는 움직임은 보입니다. 한국개신교에는 민중신앙이라는 굉장히 주목할 만한 것도 있습니다. 개신교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예수살기’ 같은 모임이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죠. 천주교 교황이 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제도권 종교가 현대사회에 맞추어서 종교의 원천으로 돌아가는 움직임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박찬욱 : ‘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합친 단어입니다. 새로운 도전이 있으면 인간은 응전해서 발전시켰죠. 이것이 역사입니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 입장에서 제도권 종교의 위기감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요?

손석춘 : 최근에 불교 내부의 언론매체들이 스님들의 계율 문제 등을 아주 집중적으로 감시하면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죠. 한국불교는 스님들이 계율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 얼마나 청정하냐는 문제보다 더 깊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테면 제가 생각하는 붓다 가르침의 핵심은 무아 사상이고, 그 무아가 갖고 있는 현대사회에서의 해법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한국의 스님들은 붓다의 가르침인 ‘무아’를 현대사회에 적용하지 못해 현대인이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담론을 형성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청정성이나 계율을 지키는 문제도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한국 스님들이 더 본받아야 할 것은 대만불교가 산중불교를 벗어나 대만인들의 번민을 치유해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스님들은 그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담론을 한국불교 어디에선가 만들고, 그 결과물로 스님들이 일반사회 구성원들과 소통해 나가야 합니다.

박문수 : 천주교 내에는 사회변화에 대한 3가지 입장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2000년 동안 해 온 게 있으니까 이대로 가자는 의견입니다. 절대 변하지 않는 교조주의자들이지요. 두 번째는 시대에 적응해야 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자들이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것이냐에 대한 답을 주어야 한다는 그룹입니다. 세 번째는 다 부정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세 번째는 너무 약하고, 두 번째도 영향력이 크지 않습니다.
종교인들에게 절박함이 없는 듯 합니다. ‘변화’를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가, 위기의식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는가에 대해 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한국 천주교에도 질문합니다.

 

▲ 이찬수 교수.

이찬수 : 종교는 신앙 내면의 세계를 중요시 합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리 표현돼야 한다는 생각이 열려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한국불교는 깨달음 자체를 신비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개신교에서 미국 보수 개신교 선교사들이 성경과 관계없이 전해준 습관을 교리처럼 받들고 있는 게 금주와 금연입니다. 대부분의 목사는 술이나 흡연을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신자들에게 금주의 관습은 깨졌습니다. 가요를 교회에서 부르는 것도 인정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대중가요 장르를 교회에서 불러도 괜찮다는 흐름으로 가고 있죠. 이렇듯 개신교의 교리도 점차 변하고 있습니다. 다른 종교를 인정하는 종교 다원주의가 아킬레스건처럼 남아있긴 하지만요. 큰 틀에서 보면 배타성이 점점 퇴색되고 있는 거죠. 순간 변하지 않으려고 고집하고 있는 것 같지만 120년의 역사를 보면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회변화를 이기지 못합니다.

박찬욱 : 석가모니 부처님은 당시 민중의 언어로 설법하셨습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부처님의 근본적인 메시지가 신비화되고 우상화되고 커져서 부처님이 제시하는 삶의 모습을 아무나 경험하지 못하는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간주하는  현상도 없잖아 있습니다.

손석춘 : 깨달음의 신비화 문제는 불교 안에서 지금 쟁점화 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산중에서 살고 계시는 선승들을 위해서라도 깨달음의 신비화 문제는 진지하게 논의돼야 합니다. 부처님은 전법을 다니면서 하층민들에게도 안목의 변화를 주었죠. 그런면에서 천태종의 생활불교, 대중불교는 주목 받을 만 합니다. 천태종이 한 단계 발전하려면 대중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 좀 더 천착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종립 금강대에서 담론을 만들고 일선 포교현장에 접목 시켜나간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박찬욱 : 부처님 당시 아주 체계적인 사념 체계를 갖추도록 권장했습니다. 바른 견해를 갖추라고 했지, 아무 견해를 갖지 말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나중에 선정 수행이 강조돼 모든 것을 알음알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자기 견해와 식견에 집착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견해와 식견 없이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박문수 : 그간 천주교는 배교(종교를 배신하는 것)했다가 돌아온 사람들에게 관용적이지 못했습니다. 현 시대에는 배교한 이들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넘어졌다가 일어서고 하는 것 아닙니까. 신자들의 종교적 일상도 그렇기 때문이죠. 신자들은 매우 다양한 욕구를 갖고 있어요. 하나의 메뉴만 제공하다보니 이런 사태(배교)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메뉴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신도들의 다양한 영적 요구에 답변하고 실천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신도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욕구들에 대해 어느 종교가 더 다양한 메뉴를 제공해 주느냐에 따라 앞으로 살아남느냐, 부흥하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찬수 : 현대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답을 주는 종교를 찾아갑니다. 리모컨으로 TV채널을 돌리는 게 종교입니다. 답을 주는 스님, 목사, 신부의 말씀이 종교가 아닙니다. 아주 작은 개인의 궁금증을 표현하는 과정이 21세기 종교의 모습입니다.

박찬욱 : 부처님이 하신 게 상담입니다. 수행지도의 목표는 이고득락이죠. 부처님은 재가자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고민을 치유해 주셨죠. 어떤 환자를 보더라도 바로 처방을 내리고 치유하셨습니다. 지금 이 시대는 환자는 다양해 졌는데, 처방전은 단순해졌습니다. 신자들이 의심하고 다른 병원이 없나 기웃기웃하죠. 제도권 종교가 현대사회에서 살아남아 사회에 기여하려면 메뉴를 다양화하고 세밀화시켜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입니다. 이 현상은 이제 거부할 수 없게 됐습니다.

 

▲ 박문수 원장.

박문수 : 천주교는 독신 출가자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재 신부가 5000명인데, 수사를 포함하면 수도자가 1만7000명 정도입니다. 출가자 감소는 천주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감소하는 이유도 서로 맞물려 있을 겁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재가자로 있으면서 종교적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봅니다.

손석춘 : 출가자 감소로 인해 불교계 각 종단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먼저 스님들의 교육체계를 대폭 강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조계종은 요즘 교육원 체계를 더욱 강화해 잘 꾸려가고 있는 것 있습니다. 천태종은 생활불교와 대중불교를 기반으로 대중 속으로 좀 더 천착해 나간다면 출가자 감소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스님들의 재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과학적 발견 중에서도 사회과학적 성과를 스님들이 깊이 이해한다면 현대인들이 겪는 고통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님들의 교육체계를 대폭 강화시켜 가야합니다. 종단 지도자들이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바꿔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박문수 : 한국 천주교는 기존 사제들의 재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7년에 한 번씩 안식년 제도를 시행, 사제 연수를 통해 자극을 주려고 합니다. 그것만으로는 안됩니다. 신자들의 욕구가 다양화 되고 있기 때문이죠. 기존 신부들이 하는 일 중 2/3는 안해도 되는 겁니다. 나머지 1/3에 집중해서 역량을 100퍼센트로 늘리면 많은 신자들이 호응할 것입니다.

이찬수 : 개신교는 교파마다 신학교를 많이 세워서 현재로선 수습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작은 교파와 큰 교파가 신학교를 통폐합을 하지 않고서는 문제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양질의 목회자를 배출해야 하는데, 수준이 떨어지는 목회자가 나오고 있어 우려스럽습니다. 개신교는 출가 수행 전통이 없습니다. 그래서 목사는 수행자보다는 교사, 영적 지도자 느낌이 강합니다. 신도를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데, 신자들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것이 대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불교는 수행전통이 있죠. 출가자 수가 줄어든다고 염려하는데, 수행자로서의 출가자와 종교지도자로서의 출가자를 구분했으면 합니다. 종교지도자의 출가조건은 강화하고, 출가수행자 출가조건은 완화해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조직화된 종교를 이끌어가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찬욱 : 인류 사회에서 종교가 갖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죠. 종교 내지 종교단체가 대중들을 유익하게 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 문제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고 봅니다. 오늘 이 좌담을 마무리하는 말씀을 한 마디씩 해 주시죠.

손석춘 : 붓다가 21세기에 태어났다면 어떤 가르침을 펼쳤을까를 늘 생각합니다. 붓다는 상대의 근기에 따라 설법하셨습니다. 이 시대는 2500년 전의 사회보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탐욕을 부추기는 세상입니다. 붓다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하셨을테고, 대안을 내놓았겠지요. 오늘을 살아가는 이 시대 불교지도자들이 이런 중생들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박문수 : 이론적으로 공부할 때는 잘 몰랐는데 수행을 하면서 불교적인 방법을 도입해 보니까, 불교가 아주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종교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불교는 대중들이 갈구하는 질문에 대한 좋은 해답을 갖고 있습니다. 불교가 갖고 있는 수행체계 안에서 다양하게 경험한 것을 재가불자나 종교를 떠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장점을 잘 살린다면, 지금이 호기가 될 수 있습니다. 불교가 그 장점을 잘 살리기를 기대합니다.

이찬수 : 앞으로 종교는 과학적 합리성을 수용하면서도 그것에 모순되지 않는 영성적 기법을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그 점에서 불교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불교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에너지를 개발하는 오래된 전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이란 이름으로 지나치게 회귀, 폐쇄, 현실도피적인 느낌을 주기보다는 영성적 분위기를 확장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박찬욱 :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가를 고민하다보면 부처님이나 예수님 등 위대한 스승을 만나게 됩니다. 그 분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을 되새기고, 각자 처해진 환경 내에서 제대로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급변하는 사회에서 종교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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