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서원을 세우세요”

문 : 스님, 저는 세상에서 제가 제일 부족하고, 못난 사람 같습니다. 그냥 자꾸만 사람들과 비교를 하게 되고 주눅 들게 됩니다. 저도 제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요. 올해는 그동안 못다 한 사랑까지 제 자신에게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 : 절에 와서 법회를 하면 삼귀의로 시작해서 사홍서원으로 끝나죠? 삼귀의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수행자를 향한 경건한 예경심을 보이는 것입니다. 사홍서원은 번뇌를 끊고 열심히 공부해 불도를 이루겠다는 다짐입니다.

매번 법회 때마다 사홍서원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잊지 말라고, 법회 때라도 와서 이 각오를 다짐하고 실천하라고 알려주는 겁니다. 그냥 노래하듯 끝내지 마시고 잘 되새겨 보세요. 매번 같은 서원을 이루라고 가르침을 주는 것입니다.
갑자기 뜬금없다 생각을 하실 텐데, 우리 불자님은 사홍서원 같은 자신의 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나를 사랑하자, 남과 비교하지 말자, 나는 부족하지 않다 이렇게 세 가지 원을 세우시고 매일 아침 소리 내어 다짐하세요. 하루도 빼지 않고 눈만 뜨면 이 세 가지를 떠올리시고, 소리 내어 말씀하세요. 이게 올해 불자님의 서원이고, 이 서원은 꼭 이루셔야할 간절한 소원이기도 한 겁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어요.

다른 거창한 방법이 있을 거 같죠? 아닙니다. 그저 매일 말하세요. 나는 사랑스러운 존재다, 남과 비교해 부족하지 않고, 잘나지 않았어도 평범하다.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불자님의 생각보다 불자님을 높게 평가해주지 않습니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 있죠? 불자님은 매일 아침, 달라질 자신의 모습을 말의 씨로 뿌리고 키우는 겁니다. 말은 힘을 가져요. 꿈꾸면 이루어진다고 하죠? 꿈을 말로 하면 더 빨리 이룰 수 있는 겁니다. 염불기도가 왜 더 잘 되는지 아십니까? 내가 소리를 내고, 내가 듣기 때문에 집중을 더 할 수 있는 겁니다.

나를 위한 서원을 세우고 스스로 인정하게 만드세요. 불자님은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인정하게 되면 주변에서는 저절로 불자님을 인정하게 됩니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합니다. 엄마가 자식을 아끼듯, 불자님은 스스로를 아끼고 다독이고 응원해주세요. 불자님 안에 숨어있는 자신감이 그리고 불성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도록. 아시겠죠?

문 :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란 무엇인가요? 일상생활에서 자비를 실천하는 방법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 : 자비란 사랑할 자에 불쌍히 여길 비 두 글자가 합쳐진 말이에요. 사랑과 연민의 뜻을 함께 포함하고 있죠. 그저 남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 자비가 아니란 것을 우리 불자님들은 반드시 아셔야 합니다. 이기적인 탐욕에서 벗어나야 하고, 질투와 분노, 화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해야 자비심이 발현됩니다.

우리나라는 대승불교국가입니다. 저희 천태종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대승불교의 특징은 모든 수행의 근본이 자비에서 출발한다는 겁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지 못한 범부중생들은 고통의 바다에서 살면서 번뇌와 괴로움이 가득하죠. 그들을 구제하고자 보다 쉬운 말씀, 보다 이해하기 쉬운 방편으로 끊임없이 중생을 설득하는 것이 바로 대승불교에요.

설득만 하느냐? 아니죠. “오늘도 힘들었지?”하면서 들어주고 다독여주고 “내 이름이라도 부르며 매달리렴”하고 엄마처럼 감싸 안는 것이 대승불교입니다. 그렇게 부처님의 가피를 받아 나만 깨달으면 되느냐? 아닙니다. 우리는 자비를 배웠잖아요. 내가 온 몸으로 부처님 자비 은덕에 기대 이렇게 고통을 행복으로 승화시키고 있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내 주변 사람도 돌아봐야죠. 내 가족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하고, 내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하고, 내가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야겠죠. 그리고 나서는 서원을 세우세요. 이 세상에 고통 받는 이 없게 해주소서 하고 말입니다.

자비는 그런 겁니다. 내가 잘나서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내 아픔을 나누고자 내 주변의 아픈 사람을 돌아보는 것이고, 그들과 내 아픔이 둘이 아닌 하나임을 알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비입니다.

불자에게 자비는 숨 쉬는 공기와도 같은 것입니다. 경전 몇 글자 더 읽어서 교리를 잘 알아도 자비로운 마음을 내지 않고, 자비로운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마구니와 같은 겁니다.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처님은 네 가지 행동강령을 주셨어요. 먼저 보시입니다. 재물을 보시해도 좋고, 부처님 법을 널리 알리는 법보시도 좋습니다. 봉사나 재능기부도 모두 보시입니다.

자비심을 내면 얼굴이 저절로 온화해지고 말투는 부드러워지겠죠? 이게 바로 애어입니다. 좋은 말로 부처님 말씀을 알려주세요. 말만 하면 되느냐? 아닙니다. 중생을 위해 선행을 베푸셔야 해요. 이게 바로 이행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생과 일심동체가 되어 고락과 화복을 같이하며 참불자의 길로 인도하는 것, 바로 동사가 있죠.
보시, 애어, 이행, 동사 이 네 가지가 일상생활에서 자비를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열심히 실천하셔서 자비심을 내는 참불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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