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뒤틀리면 오장 손상, 생명력 악영향

 

 

 

 
감정 손상 시 현장서 푸는 게 중요
들숨ㆍ날숨으로 심신 독소 배출해야

 

불교에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는 말씀이 있다. 화를 안내고 말을 부드럽게 하려면, 감정 조절이 필요하다. 문제는 감정 조절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생활에서 실천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120세 건강장수를 해치는 가장 큰 병인(病因)은 ‘격한 감정’이다. 인간 생명과 생활의 다양한 요소에서, 감정은 무병 건강장수를 방해하는 최고의 적이다. 또한 동시에 감정은 우리 마음이 여러 물질과 모습에 집착하여 일어나는 현상으로, 신행 생활에도 방해가 된다. 복잡한 현대인의 감정은 음식ㆍ기후ㆍ운동 등 그 어느 건강 요소보다 중요하다. 특히 1995년 미국정신학회가 화병을 분노를 억제하여 생기는 ‘분노증후군’으로 설명하면서, 한국식 발음 그대로 ‘hwa-byung(화병)’으로 표기했을 정도로, 한국 사회는 격한 감정의 화병 국가로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불안ㆍ분노ㆍ공황장애ㆍ우울ㆍ감정노동자의 억울함 등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한의학과 〈동의보감〉은 질병 발생의 입장에서 인간의 감정을 관찰해 인간의 감정을 성냄ㆍ기쁨ㆍ생각ㆍ우울ㆍ슬픔ㆍ두려움ㆍ놀라움의 칠정(七情)으로 보고 있다. 질병 발생과 관련해 인간의 감정을 칠정으로 분류하는 것은 다른 학문적인 분류와는 차이가 난다. 그 이유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의 관점 때문이며, 특히 성냄과 지나친 기쁨을 말하는 희노(喜怒)를 대표적 감정으로 보는 이유도 ‘희노’가 감정 중에서 가장 질병을 쉽게 일으키며, 감정이 직접 인체의 오장(五臟)을 손상하기 때문이다. 감기ㆍ독감처럼 외부 사기(邪氣)의 침입으로 인한 질병은 순차적으로 인체에 손상을 끼치지만, 감정의 뒤틀림은 곧바로 생명에너지(생체 기운)의 순환에 악영향을 끼쳐 직접 오장을 손상한다. 오장은 인체 생명력 발현의 핵심 부분이므로, 무병 건강장수에서 감정의 조절은 아주 중요하다.

칠정의 분류에서 재미있는 것은 ‘생각 사(思)’이다. 사실 생각은 감정의 범주가 아니다. 그런데 생각을 감정의 범주에 넣어서 연구하는 이유는 인간의 생각은 감정이 아니지만, 감정으로 인한 질병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만약 죽은 나무 같은 무정물처럼 생각이 없다면 감정이 일어날 수가 없으며, 감정으로 인한 질병이 발생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질병 중심으로 감정을 관찰하는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생각을 감정의 바탕이 되는 ‘토(土)’로 분류한다. 임상적으로 생각이 지나친 경우에, 밥맛이 없어지거나 소화불량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보더라도, 생각이 소화기를 뜻하는 토(土)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지나친 생각은 소화기 장애를 유발하고, 다양한 신체적ㆍ정신적 증상을 일으킨다. 너무 골똘한 생각은 건강에 해롭다는 말이다.

‘노여움(怒’)은 기운을 올려서 고취ㆍ격발ㆍ흥분시키는 특성이 있다. 혈류 속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근육 에너지가 높아지고, 흥분하면 기운이 올라간다. 바로 발생 기운에 상응한다. 한의학에서는 성냄이 간장(肝臟)ㆍ쓸개ㆍ근육ㆍ눈의 기운에 손상을 끼친다고 본다. 그래서 노여움은 간장 계열에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임상에서 간염 같은 간장 질환이 있는 사람은 쉽게 흥분하고 쉽게 가라앉다. 또 소화기 장애와 근육 운동의 불편을 호소하곤 한다. 노여움은 전체적인 생명에너지 소모가 가장 심해 과로와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기쁨’ㆍ‘즐거움(喜)’은 에너지를 상승시키는 추진 작용이 지나친 까닭에 화(火) 계열에 속해 심장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오락(娛樂) 같은 외부 자극에서 오는 즐거움이나, 내부에서 느끼는 심리적인 희열(喜悅) 모두 지나치면, 그 기운이 과도하게 심장과 머리 등의 상부로 올라가서, 심장과 두뇌의 혈관 질환을 일으키기 쉽다.

‘우울(憂鬱)’과 ‘슬픔(悲)’으로 의기소침하고 어깨가 축 쳐지거나 기운이 다운되면서 숨 쉬기조차 힘든 경우가 있다. 생체 기운이 안으로 그리고 아래로 기어들어가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억제(抑制)하고 수렴(收斂)하는 기운이 나타난다고 표현한다. 이를 담당하는 장기는 ‘폐장(肺臟)’이다. 그래서 지나친 우울이나 슬픔은 폐장과 호흡기를 손상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공포(恐怖)는 ‘등골이 오싹하다’는 속담이 있듯이, 추위와 같이 등골 쪽에서 강하게 느낀다. 인체의 생체전기 회로를 뜻하는 경락(經絡)으로 말하면, 추위와 공포는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으로 온다. 이 경락은 척추 양 옆 라인에 분포하는데, 추위인 한기(寒氣)와 공포 등 부정적이거나 신체 아래로 기운이 내려가는 감정을 담당한다. 그래서 추위와 공포를 느끼면, 등골이 움츠러들면서 오그라지는 것이다. 이는 생체 기운이 침정(沈靜)하는 수기(水氣)에 해당하므로 신장 같은 비뇨생식기의 기운이 상응한다. 그래서 극심한 공포를 느낄 때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소변을 보게 된다. 지나친 공포는 이렇게 비뇨생식기ㆍ골격 등을 손상한다.

놀람은 감정보다는 감각으로 볼 수 있으나, 질병 발생 차원에서 간장과 담낭(膽囊)에 가장 큰 부담을 준다. 실제 임상에서 너무 놀라서 간장과 담낭에 질병이 오는 경우가 많다. 담낭은 중도(中道)의 기관으로서 용기(勇氣)를 담당한다. 그런데 갑자기 놀라 담낭이 손상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겁을 먹고, 우유부단(優柔不斷)하게 된다. 자주 놀라거나 담낭이 허약하면, 자존심이 약한 약골체질이다. 결과적으로 감정은 직접적으로 내부 오장을 손상하고 평정심을 흔들므로, 복잡한 사회생활로 감정기복이 심한 현대인들은 감정이 격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 감정의 손상은 그 상처가 너무 깊어서 몇 년을 두고도 치료하기가 어렵고, 하나의 요법으로는 치유하기가 어려워 종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러면 건강 장수와 불교 신행에 이렇게 중요한 감정 조절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 당장 감정이 끓어오르는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자. 속으로 골병드는 스트레스나 부당한 일은 우리가 원하는 것과 관계없이 일어난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일을 당하면, 먼저 그 상황을 정확하고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장 상황 파악에 따라, 합리적 이성에 근거한 대처가 강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만약 감정이 먼저 일어나면 판단이 엉클어지고, 일은 틀어진다.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현장 상황을 직시하려면, 감정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직시’는 바로 감정이나 선입관 없이, 어떤 상황을 올바르게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일단은 현장 상황을 직시하도록 스스로를 추스려야 한다. 현장 상황을 직시함으로써 그 상황의 원인, 사건사고의 내용, 정당함과 부당함을 살펴 원활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상황 판단에 따라 사안의 등급 분류도 하고, 도움되는 매뉴얼에 따르기도 하고, 본인의 지혜로서 풀기도 하고 말이다.

다른 방법으로 숨을 5~10회 정도, 길게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성은 마비되고, 얼굴은 웃고 있더라도 마음은 억울하거나 분노가 치밀어서, 직시가 안되고, 짜증만 나기 십상이다. 이런 경우에 남모르게, 손쉽게 감정을 풀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호흡을 10번 정도 길게 하는 것이다. 들숨과 날숨을 10번 정도 가늘게 길게 하고 나면, 어느 정도 마음이 진정된다.(안되면 20~30번이라도 한다.) 이렇게 진정된 마음으로 현장의 상황을 직시, 대처하면 된다.

그래도 안되면, 다음 단계로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 평정심을 찾도록, “이것도 한 때야. 상황은 곧 변화할 거야” 또는 “상대방도 가짜고 나도 가짜야”, “이 상황은 가짜야”라고 수차례 속으로 외치는 방법이다. 감정이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건 우리가 현장의 상황과 일을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거나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어떤 동일한 상황과 일에서 우리가 느끼는 스트레스와 감정은 제각기 다르다. 상황과 일의 정도도 스트레스와 손상받는 감정의 양과 질적인 내용도 다르다. 현장의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엄청나게 흥분하지만, 어떤 이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다. 또는 감정이 일어나는 형태가 달라서, 어떤 이는 분노하고, 어떤 이는 좌절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스트레스를 주고, 받는 등의 현상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가짜라는 외침과 더불어, 상황 종료 후에 나중의 일을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가 아무리 가짜라고 또는 주인공이라고 외쳐도, 스트레스가 일어나고 감정이 폭발하는 것을 어찌할까? 일단 짜증을 내고 분노가 폭발한 이후의 일을 잠시라도 생각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차분할수록 좋은 해결책이 나온다. 지금 당장은 당황스럽지만, 시간이 경과하고, 마음이 진정된 후에는 지금의 일이 부끄럽게 여겨지기고 하므로 나중의 일을 생각해 일단 흘려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이 폭발해 상황이 더욱 복잡하게 꼬이면 안된다고 한번 생각하고, 이 ‘더러운’ 상황도 한 때의 일이라고 여기며 흘려보내자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당장 현장에서 당황스럽거나, 곤란한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감정 손상으로 일어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의 뒤틀림은 감기ㆍ소화불량ㆍ신경통ㆍ근육통보다 더욱 크게 신체를 손상시킨다. 감정은 이렇게 지속적으로 심신을 괴롭히므로 반드시 현장에서 풀고 가는 게 중요하다. 당황스러운 상황으로 감정 조절이 되지않아 발생한 몸과 마음의 독소를 제거해야 한다. 호흡으로 말이다. 토납(吐納)법은 짧게 코로 들숨하고, 상대적으로 천천히 입으로 날숨하여 몸과 마음의 독소를 배출하는 호흡법이다. 상체를 일으키고 펴면서 코로 평소 하듯이 들숨하고, 천천히 상체를 숙이면서 입으로 크게 길게 소리날 정도로 날숨하는 것이다. 5번 정도 이어서 하도록 한다. 몸과 마음의 온갖 독소가 나가도록 말이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