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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종교이야기 6. 육식(하)

동물만큼 식물 생명도 존중

   
 

불교의 육식 금지는 대승불교권 일부 국가에만 해당한다. ‘상편’ 말미에서 언급했듯이 대승불교의 육식 금지는 비린 음식을 부정하다고 생각했던 고대 인도 문화, 즉 힌두교와 자이나교 등의 영향을 받았다. 결국 대승불교에 와서 ‘육식은 무조건 금해야 한다’는 경전이 등장한다. 〈열반경〉, 〈능가경〉, 〈범망경〉, 〈승만경〉 등은 극단적으로 육식을 금한다.

동물과 식물의 생명 차이

〈대반열반경〉 ‘사상품’에는 “고기를 먹는 것은 큰 자비 종자를 끊는 것”이라며 육식을 금하는 내용이 나온다. 초기불교에서 볼 수 없었던, 초기 경전에 나오는 내용과 상충하는 가르침이다. 이런 의문에 답을 주고자 했던지, 가섭 존자는 부처님께 두 가지를 질문한다. △3종정육의 섭취는 허락하지 않았습니까? △식탐 때문에 육식을 금했다면 우유·젖으로 만든 음료·꿀·참기름 등도 금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에 부처님은 “본래 취지와 어긋나게 식탐이 남아 있기에 모든 육류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답한다. 이 말씀을 부처님께서 하셨는지, 후대에 만들었는지 논하기 앞서 식탐으로 인해 육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금한다는 게 요지다.

〈능가경〉은 〈대반열반경〉과 달리 ‘식탐이 아니라 뭇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일체의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편다. 이런 대승불교의 육식 금지는 계율로 이어져 ‘불식육계’를 낳는다. 대승불교 율부의 대표격인 〈범망경〉에는 10가지 무거운 계율[重戒]과 48가지 가벼운 계율을 설하고 있는데, 불식육계는 48가지 가벼운 계율[輕戒]의 세 번째에 해당한다.

〈입능가경〉 ‘차식육품’에는 한 발 나아가 이런 대목이 나온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고기를 먹지 않는 자라면, 고기를 먹는 사람 때문에 또한 동물을 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만약 곳곳에서 고기를 매입하지 않는다면, 돈을 벌기 위한 동물을 죽이거나, 판매하기 위해 죽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고기 구입자도 살생한 자와 다름이 없다. 그러므로 고기를 먹는 자는 성스러운 길[成道]에 장애가 된다.”

육식을 살생으로 확대 해석한 것이다. 육식이 살생이라면 채식은 아닐까? 이에 대해 대승불교에서는 감정이 있고 없는 유정물[사람, 동물]과 무정물[식물, 바위]의 차이로 답을 대신한다. 하지만 부처님은 식물의 생명도 존중했다. 〈마하승기율〉에는 “진흙 일을 할 때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는 수행자가 자기 손에 진흙이 묻었다면 나뭇잎을 따서 물을 마셔야 한다. 그러나 도움을 주는 이가 없으면 반드시 나뭇가지를 휘어서 생잎으로 물을 마셔야 한다. 이때 나뭇가지가 꺾이면 안 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과일을 먹을 때도 금기 조항이 있었는데, 상처 없이 깨끗한 과일을 그대로 먹는 것은 허용하지 않았다. 스님들이 과일을 그냥 먹는 것을 본 외도들이 비방을 했기 때문이다. 자이나교 등 당시 인도에서는 과일에도 영혼이 들어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깨끗한 과일이나 채소를 먹을 때 정인(淨人)과 같은 세속 사람이나 사미(沙彌)를 시켜 불에 닿게 하거나 칼이나 손톱으로서 흠을 낸 후 공양했다.

엄격한 채식은 집착

부처님은 이렇게 동·식물을 구분하지 않고 생명을 존중했다. 때문에 살생을 막기 위해 채식은 되고, 육식은 안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더욱이 앞서 〈능가경〉의 내용처럼 ‘육식을 하는 사람 때문에 동물을 죽이는 사람이 생긴다’는 논리는 세상에서 목축업, 어업 관련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

한국불교의 경우, 천태종·진각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종단이 계율로 육식을 금하고 있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조계종 결사모임 ‘붓다로 살자’는 지난해 초 월례모임에서 ‘출가자의 음식문화’를 주제로 토론을 벌인 바 있다. 이 자리에서는 조계종 포교연구실의 한 연구원은 “스님들의 계율과 행위규범이 생활과 일치 되지 않은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스님들이 육식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안다. 계율에 금기된 육식으로 떳떳하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언급하며 육식에 옹호적 입장을 밝히면서 “부처님은 스님들이 값비싼 음식들을 찾지 말 것 등을 강조했다. 육식보다 음식에 대한 집착과 탐욕을 떨치고, 수행에 전념하도록 하는 절제의 마음을 중요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토론은 육식의 문제가 오늘날 한국불교에서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화두임을 확인시켜준다.

불교의 음식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식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불교는 엄격한 채식주의가 아니다. 불교의 핵심 중 하나인 중도는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어쩌면 엄격한 채식도 결국 집착일 수 있다.

윤완수 기자  yws3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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