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음 들으며 차향에 취하다

범패를 들려주는 쌍계사 조실 고산 스님.

경남 하동은 전남 보성, 구례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차 생산지로 손꼽히는 고장. 이곳에서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5월18일부터 21일까지 펼쳐졌다. 올 주제는 ‘세계 속에 스며드는 천년의 향'. 쌍계사와 화개면 운수리 차 시배지 인근에서 열린 축제의 현장을 다녀왔다.  - 편집자 -

# 하동녹차의 세계화 선언
다맥전수식문화관광부 지정 우수축제인 ‘하동야생차문화축제'의 올 목표는 외국인과 국내 관광객들의 행사 참여를 높여 하동 녹차의 우수성을 적극 알리겠다는 ‘하동 녹차의 세계화'. 프로그램도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기획됐다.
날짜별로는 18일 △한국 최고(最古) 차나무 헌다례 △하동에 차 씨를 심은 대렴공 가장행렬, 19일 △야생차 그림그리기 대회 △야생차 요리강좌 △중국 전통다도공연 △차여인선발대회, 20일 △야생차잎 따기 대회 △국제차 학술심포지엄 △차사랑 춤다스름 공연, 21일 △외국인 차예절 경연 △마당극 ‘하동야생차의 비밀' △야생 국악동요제 등으로 이어졌다.

# 천년차, 1300만원 낙찰
다례시연하동 차 시배지에는 기념비가 서 있는데 바로 옆 ‘도심다원'에는 수령 1,000년으로 추정되는 야생 차나무가 매년 새순을 틔운다. 일명 ‘천년차(千年茶)'로 불리는 이 차는 축제기간 경매에 붙여졌다. 차 100g과 나전칠기에 옻을 칠한 차함, 순금 2냥으로 만든 차칙을 포함한 낙찰가는 자그마치 1,300만원. 명원문화재단 김의정 이사장이 낙찰을 받았다. 김 이사장은 하동 녹차가 세계로 뻗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천년차를 하동군에 기증할 뜻을 밝혔다. 하동 차의 유래는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대렴공이 천태산에서 자생하던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하동에 심었고, 830년 진감선사가 차를 번식시켰다'고 삼국사기에 전한다.

# 산사음악회와 템플스테이
햇차 시음쌍계사 산사음악회는 올해가 2회째. 쌍계사 입구 쌍계초등학교 교정에서 20일 오후 7시부터 펼쳐졌다. ‘진공묘유(眞空妙有)'란 주제로 2시간30분 동안 펼쳐진 음악회는 1,500여 명의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흥겨운 한마당을 연출했다.
산사음악회는 나왕케촉의 피리 연주, 전남대 국악과 학생들의 민요, 이필원 씨의 통기타 연주, 김태곤 씨와 김세라나의 노래, 이생강의 대금연주, 놀이판 ‘들뫼'의 공연과 쌍계사합창단 및 해림사합창단의 찬불가 공연으로 이어졌다. 쌍계사 조실 고산스님은 1부 막바지에 무대에 올라 범패를 선보였다.
쌍계사는 축제에 맞춰 템플스테이도 개최했다. 참석자는 14개국의 주한외국인 대사 가족 30명과 한국선다회 회원 100명. 이들은 헌다례와 참선, 다맥전수식을 참관하며 한국 다도의 멋에 흠뻑 취했다.

# 초의선사 다맥 32명 계승
야외공연진감, 초의 선사의 다맥과 그 정신을 잇기 위해 21일 오전 10시30분 쌍계사 팔영루에서 열린 다맥전수식은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 고산 스님을 비롯해 5명의 전수사로부터 전통다법을 배운 6대와 7대의 전수제자 32명이 전수증을 받고 초의다법의 보급을 다짐했다. 증명법사는 백운 스님과 고산 스님.
고산 스님은 이 자리에서 “한 잔의 차를 마시고 부처님의 경지에 들 수 있는 게 바로 다도요 선다일여(禪茶一如)”라며 “값비싼 다기를 탐하고, 잘난 체하는 다인이 되지 말며, 항상 근검과 하심을 통해 타의 모범이 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에는 쌍계사 금당에서 가예원(원장 설옥자) 회원들의 다례시연이 봉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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