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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종교이야기 5. 육식(상)

금한 건 육식 아니라 살생

   
 

육식은 불교에서 음식과 관련,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경전이나 계율에 대한 해석, 지역이나 환경적 차이에 따라 입장이 다른 게 원인이다. 오늘날 불교를 신앙하는 국가별로 살펴보면 육식을 금하는 나라보다 허용하는 나라가 많다. 남방불교권인 스리랑카, 라오스, 미얀마 등은 탁발을 하면서 육식도 한다. 라마불교권 국가인 네팔, 티베트, 몽골 등은 탁발을 하지 않지만 육식은 허용한다. 고원지대 특성상 채소가 귀하고, 육식은 유목민족의 주식이기 때문이다. 대신 늙거나 허약한 가축을 선별적으로 도축한다.

대승불교권은 일반적으로 육식을 금한다. 하지만 이 계율을 엄격하게 수지하는 나라는 중국과 대만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계종, 태고종 등이 육식을 금하지만, 다수의 스님들이 음성적으로 육식을 행하고 한다. 반면 생활불교를 지향하는 천태종·진각종 등은 육식을 허용한다. 종단별 종풍과 계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메이지유신 직후인 1872년 포고령을 통해 육식을 허용하고 있다.

공양 위한 살생에 淨肉 정해

부처님 당시 인도 사회에서는 “비린내 나는 음식을 먹으면 사람이 부정해진다”고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한 바라문은 부처님이 비린 음식(생선과 고기)을 금하지 않았다는 걸 전해 듣고는 실망했다고 한다. 초기경전을 보면 이와 관련해 부처님께 질문을 하는 이도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산 것을 죽이는 일, 훔치고 거짓말 하는 일, 사기와 속이는 일, 그릇된 것을 배우는 일, 남의 아내와 가까이 하는 일, 이것이 비린내 나는 일이지 육식이 비린내 나는 일은 아니다”고 대답한다.

앞서 연재에서도 지속적으로 언급했듯이 불교의 음식 관련 계율의 근간은 ‘식탐’이란 집착의 금지다. 즉, 음식 맛에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부처님 당시 병든 비구가 신도에게 고기를 사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이 경전에 나오는 것에서도 육식이 허용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스님들을 위하는 지나친 마음이 육식을 제한하는 단초가 됐다. 한 신도가 승단에 고기를 공양하기 위해 소를 도살하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부처님은 먹어도 되는 고기를 제한하는데, 바로 3종, 5종, 9종의 깨끗한 고기[淨肉]다.

3종은 △자신에게 주려고 잡은 동물이거나 잡는 모습을 본 동물의 고기가 아니어야 하고 △남으로부터 그런 사실이 있다고 듣지 않은 고기여야 하고 △앞서의 사실이 의심 가는 고기가 아니어야 한다. 5종은 △여기에 수명이 다한 동물의 고기 △동물이 먹다 남긴 고기가 더해진다. 9종 역시 유사한 내용이 더해지는데 지면관계상 줄인다.

비린 것은 부정한 행위

이렇게 초기 승단은 육식에 대해 관대했다. 한 비구가 탁발을 하던 도중 새가 물고 있던 고기가 발우에 떨어졌다. 비구는 이 고기를 익혀서 먹었는데, 누군가가 문제를 삼았다. 이때의 대중이 내린 결론은 ‘축생이 떨어뜨린 것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므로 계를 어긴 것이 아니다’였다. 육식의 여부가 논점이 아니라 고기의 소유주가 논점이었다는 점에서 육식에 대한 관대함을 재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동물의 고기를 허용한 건 아니다. 율장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데, 주로 용(뱀), 코끼리, 말, 개, 원숭이, 사자, 호랑이 고기 등은 깨끗하지 못한 고기[不淨肉]로 금했다.

스리랑카 출신의 학자이자 고승인 담마난다(1919~2006) 스님은 남방불교가 육식을 금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생선이나 고기를 먹는다고 사람에게 나쁜 업이 생기는 게 아니라 기만·질투·오만·시기 등 나쁜 행위로 인해 부정해지는 것이라면 굳이 육식을 금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남방불교에 전하는 여러 율장 어디에도 ‘고기를 먹지 말라’는 계율은 나오지 않는다. 행위가 업을 결정짓는 것이지, 음식이 업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는 불교의 기본교리로 볼 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계율적 측면에서는 적어도 북방불교보다 엄격하다고 평가받는 남방불교가 북방불교에서 금한 육식을 허용한 데에는 이 같은 근거가 있다. 지금도 남방불교권은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초기불교의 여러 전통과 계율을 잘 지켜오고 있다. 육식은 부처님 열반 후 첫 결집을 통해 율장이 성립될 때까지도 허용됐다는 게 학계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대승불교가 일어나면서 비린 음식을 부정하게 생각하던 고대 인도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게 대승불교의 ‘육식 금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완수 기자  yws3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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