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말로 인해 상처를 입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진심을 담아 상대방의 허물을 지적하고 조직과 단체의 화해에 도움이 되길 바랐지만 오히려 돌아오는 게 냉담한 반응과 욕질이라면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지혜롭게 살아가는 처신 중의 하나가 ‘남의 허물을 말하거나 보지 않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그 허물로서 당사자가 갈등의 중심이 되고 개인성장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면 지적을 해주는 게 옳은 처신일 것입니다.

<법구경>에서는 ‘지혜로운 사람’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내 허물을 지적하고 꾸짖어주는 지혜로운 사람을 만났거든 그를 따르라. 그는 감추어진 보물을 찾아준 고마운 분이니 그를 따르라. 그런 사람을 따르면 좋은 일이 있을 뿐 나쁜 일은 결코 없으리라.”

즉 허물을 지적해주는 이를 스승처럼 따르라는 가르침입니다. 그렇다면 허물은 어떻게 어떠한 방법으로 말해주는 게 지혜로운가? 이에 대한 일화는 <아함경> ‘거죄경(擧罪經)’에 나옵니다.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장로 사리풋타가 부처님에게 여쭈었습니다. “부처님, 만약 비구로서 남의 허물을 들추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리풋타의 물음에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리풋타여, 상대의 허물을 말하려면 다섯 가지를 갖춰야 한다. 첫째는 반드시 사실이어야 하고, 둘째는 말할 때를 알아야 하며, 셋째는 이치에 합당해야 한다. 넷째는 부드럽게 말해야 하며, 다섯째는 자비심으로 말해야 한다.” 사리풋타가 또 물었습니다. “그러나 진실한 말을 했는데도 성을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때는 어찌해야 합니까?” 부처님이 대답하셨습니다. “그에게는 그것이 사실이며 자비로운 마음에서 말한 것임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사리풋타가 다시 물었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말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에 부처님은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어떤 나쁜 도둑이 와서 너를 묶고 너에게 해를 입히고자 할 때 너는 도둑에게 나쁜 마음으로 욕하고 반항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러면 도둑은 더욱 너를 괴롭힐 것이다. 그러므로 그때는 나쁜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나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이익이다. 마찬가지로 누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말하더라도 그에게 나쁜 마음을 일으키지 말라. 원망하기 보다는 불쌍한 마음을 일으키라.”

부처님은 다른 이의 허물을 지적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셨습니다. 왜냐하면 허물을 딛고 극복해내야 깨달음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섯 가지의 방편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첫째가 반드시 사실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주관적인 감정과 시각을 드러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사실이어야 상대방이 충고를 겸허히 수용합니다. 둘째는 때를 잘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상대가 우울하거나 또는 분노에 차있을 때 허물을 지적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게 됩니다. 잘못했다간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셋째는 이치에 맞게 논리정연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이 납득하고 허물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부드러운 말과 자비로운 마음으로 대하라는 것입니다. 말과 행동이 자비로우며 부드러워야 진정성 있게 다가설 수 있는 법입니다. 말하는 사람의 얼굴이 굳어있거나 거친 표현을 쓰게 되면 상대는 당연히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이러한 방편으로 허물을 지적하면 누구라도 고마워하고 자신의 허물을 고치기 위해 애를 쓸 것입니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이었던 안자(晏子)는 그 됨됨이가 겸손하여 수레에 앉아 외출할 때에도 늘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반면 그의 마부는 재상의 마부임을 자랑스럽게 여겨 자기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양 거들먹거리기 일쑤였습니다.

어느날, 마부의 아내는 안자가 탄 수레가 그녀의 집 앞을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몰래 숨어서 내다보았습니다. 과연 소문대로 재상은 겸손하게 앉아있는데 남편은 의기양양해서 큰 소리를 내며 수레를 몰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실망한 마부의 아내는 그날 저녁 남편이 집에 들어오자 무턱대고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마부가 어리둥절해서 이유를 묻자 아내가 말했습니다. “안자는 여섯 척도 안되는 몸으로 재상 자리에 있지만 오늘 보니 그토록 겸손하고 점잖은데, 당신은 팔척의 체구로 재상의 수레를 몰면서 그렇게 뽐내니 사람의 비웃음을 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혼하려 합니다.”

아내의 이 말을 듣고 마부는 다시는 뽐내지 않을뿐더러 겸손하게 처신했습니다. 마부가 겸손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된 안자는 그가 자신의 허물을 고치는 용기가 있다면서 대부라는 벼슬에 추천했다고 합니다.

이 일화에서도 시사하고 있듯이 누가 나의 허물을 지적하면 조금도 섭섭한 마음을 내어선 안 됩니다. 오히려 나의 허물을 고쳐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남을 위한다는 핑계로 너무 쉽게 남의 허물을 말하고 충고하는 행위도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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