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에 되살아나는 옛 길
불가의 가장 큰 길,
수행의 길은 더욱 아름답다

요즈음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걷기 열풍과 함께 올레길, 둘레길 등이 유명해졌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앞 다투어 새 길을 조성하고 있다. 여기에다 역사문화유적과 관련한 길도 생겨나고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미 조성된 팔공산의 ‘왕건길’, 충남 공주 마곡사의 ‘김구선생의 길’ 등과 같이 문화유적과 연계된 길도 있다. 전남 순천시가 올해 상반기에 “조계산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추억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송광사 탑전에서 불일암까지 1.5㎞ 구간에 법정스님 수행 무소유 옛길 복원사업을 추진한다”고 하고, 경남 하동군에서도 고운 최치원 선생의 흔적이 있는 하동 쌍계사에서 화개동천 불일폭포로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길이 1.5㎞의 탐방로를 2019년까지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다니는 길은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주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 길이기도 하다. 조정의 명령이 하달되고 지방민원이 다시 조정으로 올라가는 관도(官道)였던 영남대로(嶺南大路)와 달리, 문경새재 단애를 따라 형성된 벼랑길로 명승 제31호로 지정된 ‘토끼비리’(兎遷 또는 串岬遷棧道)가 과것길과 보부상 등 우리 조상들이 드나들었던 옛길처럼 우리나라의 방방곡곡에 있던 옛길들은 조선 순조 8년(1808) 왕명에 의해 편찬된 〈만기요람(萬機要覽)〉에 잘 기록되어 있다.

〈주례(周禮)〉에 의하면, 우마(牛馬)가 다닐만한 오솔길이자 지름길을 경(徑)이라 하고, 논과 밭 사잇길과 같이 수레가 다닐 수 있는 작은 두렁길(小路)을 진(畛)이라 불렀다. 도(途)는 마차(乘車) 한 대, 도(道)는 마차(乘車) 두 대, 로(路)는 마차(乘車) 세 대가 나란히 다니면서 교차로가 이어진 길을 가리킨다. 조선 초기 한양 청계천에 놓인 광통교(廣通橋)가 마차 2대(輛)가 동시에 다니던 길이고 보면, 왕복 6차선의 고속도로와 같은 길에만 쓸 수 있던 용어이다. 오늘날 새로 난 길을 신작로(新作路)라 부르는 것과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또한 길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는 하늘 길(航路)과 바닷길(海路), 땅길(陸路, 林道, Forest road)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예나 지금에서나 유난히 길에 관한 속담들도 많다. 옛 사람들이 초행길이나 지름길을 택할 때 자주 사용했던 “길을 무서워하면 범(虎)을 만난다.”는 속담은 미리 상상해 겁을 먹지 말라는 속뜻이 담겨 있다. 그리고 “좋은 길(道) 닦아 놓으니까 깍쟁이가 먼저 지나간다.”는 뜻은 어떤 이가 정성들여 한 일에 엉뚱한 사람이 덕을 본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한 말이다. 또 “길로 가라니까 뫼(山)로 간다.”는 속담은 이익 되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도 굳이 자기식대로 하는 경우, “길을 떠나려거든 눈썹도 빼어 놓고 가라.”는 옛말은 먼 길을 나설 때는 가장 필요한 것만 준비를 하라는 뜻도 담겨 있다. 이처럼 오직 두 발로 먼 길을 나서야만 했던 옛 사람들이 길 가운데 서서 느끼고 배우는 삶의 교훈이자 지혜일 것이다.

불가의 가장 큰 길(大路)은 수행의 길이다. 부처님의 사문유관으로부터, 통도사·해인사·송광사·구인사 등으로 출가하고 불제자가 되는 유형의 길이 있다면, 간화선을 하고 염불선과 기도, 간경 수행하는 사유의 길도 있다 이 무형의 길은 가장 자유로운 길로서, 이를 잘 통제하고 제어하며 축적하는 신경망(Synapse)에 의해 수행의 완성도가 나타는 길이기 하다. 이 길에도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른 여울(灘)과 풀등(모래톱)이 있기도 하고, 풀등에 걸린 수행자를 끌고 밀어주는 ‘끌패’(牽夫)와 같은 선지식도 있다. 이를 지나면 호(湖)ㆍ연(淵)ㆍ소(沼)와 같이 물살이 깊고 호수처럼 잔잔해진 곳에 다다를 수 있으므로 수행의 길이 아름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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