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아함경〉에 이르시길 “남이 듣기 싫은 말은 하지 말라. 내가 악한 말을 하면 남도 내게 그렇게 답할 것이니 악(惡)이 가면 반드시 화(禍)가 돌아오듯 욕설이 가고 오면 매질이 오고 간다. 또한 내가 남을 그르다 하면 남도 나를 그르다 하리니 그 중간을 취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괴롭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말로 인해 심각한 갈등을 겪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가정 폭력의 가장 큰 비중은 언어폭력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남을 모욕하고 비방하는 말이 혐오사회를 만드는 주된 요인이라는 점에서 말의 순화가 절대 필요합니다.

국립국어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15년 국어정책통계연감〉에 따르면 가정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잘했어”, “수고했어”와 같은 감사와 칭찬의 말이라고 합니다. 부부는 배우자에게 듣고 싶은 말로 81%가 ‘수고에 대한 감사’를 꼽았습니다. 역시 부모가 자녀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도 ‘수고에 대한 감사’가 71%로 나타났습니다. ‘능력에 대한 칭찬’과 ‘성격에 대한 칭찬’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 자녀들 52%는 부모에게 ‘노력에 대한 칭찬’을 듣기를 원했습니다. 반면 부부와 자녀 모두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말’을 가장 듣기 싫다고 답했습니다. 듣기 싫은 말을 하게 되면 갈등과 반목이 생기게 됩니다. 가정폭력은 듣기 싫은 말에서 발단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상대의 입장에서 말을 하게 되면 가정폭력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출가하시기 전 야쇼다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라아훌라가 출가를 할 당시 12살이었습니다. 라아훌라는 장난기가 심해 엉뚱한 거짓말로 사람들을 골탕 먹이고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습니다. 이러한 라아훌라의 행동이 부처님에게도 보고되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라아훌라를 불러 대야에 물을 떠오라고 한 후 당신의 발을 씻기도록 하셨습니다. 라아훌라가 부처님의 발을 다 씻기고 나자 부처님이 대야를 가리키며 라아훌라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라훌라야, 너는 이 물을 마실 수 있겠느냐?” “없습니다.” “왜 마실 수 없느냐?” “발을 씻어 더러운 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라아훌라야, 너도 이 물과 같다. 마음을 닦지 않고 수행에 힘쓰지 않으면 마치 이 물과 같이 더럽혀지고 만다.”

부처님은 대야의 물을 버리게 한 후 다시 라아훌라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이 그릇에 음식을 담을 수 있겠느냐?” “없습니다.” “왜 담을 수 없느냐?” “이미 발을 씻은 그릇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습니다.

“너도 이 그릇과 같다. 출가 사문이면서 거짓말을 하고 마음 속에 도를 닦을 뜻이 없다면 더러운 그릇과도 같게 되나니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있는 것을 담을 수 없게 된다.”

말씀을 끝내고 부처님은 대야를 걷어찼습니다. 대야가 저만큼 굴러 깨질 듯 요란한 소리를 냈습니다. 부처님이 다시 라아훌라에게 물었습니다.

“라아훌라야, 너는 저 대야가 깨질까 걱정되었느냐?” 라아훌라가 대답했습니다. “저 대야는 싸구려인데 깨진들 무슨 걱정이 되겠습니까?”

“라아훌라야, 너도 저 대야와 같다. 스스로 말을 삼가지 않고 남에게 장난질로 곤경에 빠뜨리며, 메뚜기라 하여 남의 생명을 함부로 다루고 망상이나 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을 스스로 천하게 만드는 행위다. 네가 네 자신을 천하게 만드는데 누가 너를 귀히 여기겠느냐?”

라아훌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비로소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이후 라아훌라는 언행을 언제나 조신하게 하면서 수행에 수행을 거듭한 결과 마침내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하나로서 밀행제일(密行第一)의 존자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알아듣기 쉬운 비유와 언어로 라아훌라를 일깨워주셨습니다. 나아가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도록 하느냐에 따라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냈던 것입니다. 부처님과 라아훌라의 대화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를 사회적 존재로 길러내고 사회와 관계를 맺어주는 데 부모의 언어는 엄청난 힘을 지닙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사회적 존재감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대화는 소통입니다. 일방적인 의사 전달방식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단순히 “하지마” “안 돼” 등 일방적으로 제지하는 수준에서의 말은 대화라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상대방 입장에서 보자면 듣기 싫은 말일 뿐입니다. 앞서 부처님과 라아훌라의 대화처럼, 말이란 소통과 깨침이란 기능을 수반해야 합니다. 그리고 긍정의 말을 덧붙여야 합니다. 부처님이 라아훌라와 나눈 대화에는 라아훌라가 바뀔 것이라는 긍정의 믿음이 있습니다.

이처럼 긍정이 전제될 때 듣기 싫은 말을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서로가 배려하는 언어로 소통한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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