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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종교이야기 3. 걸식도 예외는 있었다

환자에겐 특식, 기근 때 저장도 허용 

   
 

오욕(五慾) 중 하나인 식욕(食慾)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다. 음식은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요소지만 자칫 욕망이 요구하는 대로 먹다보면 ‘맛난 음식’을, ‘많이 먹는’ 습관이 생기게 된다. 〈유가사지론〉 등 불교 논서는 음식에 대한 탐욕을 ‘미식탐(美食貪)’과 ‘다식탐(多食貪)’으로 분류한다. 걸식과 오후불식은 이런 두 가지 식탐에 대한 일차적 대비책인 셈이다. 또 재가자들의 식사 초대를 거부하고 항상 걸식만 하는 ‘항걸식(恒乞食)’과 일곱 집에서 걸식할 때 한 집도 건너뛰지 못하게 한 ‘차제걸식(次第乞食)’은 미식탐에 대한 대비책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해도 식탐이 다스려지지 않을 때는 감각기관을 제어하는 수행을 하기도 했다. 

치료 때는 오후 섭취 허용

그렇다면 수행자들은 반드시 걸식만 해야 했을까? 또 오후에는 어떤 음식도 먹을 수 없었을까? 피치 못할 사정이 하나 둘 생기면서 걸식에 대한 몇 가지 예외규정이 만들어졌다. 〈마하승기율(摩訶僧祇律)〉에 나오는 ‘시약(時藥)’, ‘시분약(時分藥)’, ‘칠일약(七日藥)’, ‘진형수약(盡形壽藥)’은 음식을 ‘약’으로 표현한 단어들인데, 걸식의 예외조항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시약(時藥)’은 ‘때에 맞춰 먹는 약’으로 수행자들이 걸식을 통해 오전에 한 끼 먹는 음식을 말한다. 걸식의 예외조항은 시분약, 칠일약, 진형수약 등이다. ‘시분약’은 ‘야분약(夜分藥)’이란 다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식사가 허락되지 않는, 오후부터 밤사이에 마시는 14종류의 과즙이다. ‘칠일약’은 일종의 환자용 음식이다. 병이 난 수행자에게 7일 간 허락된 환자용 음식으로 미식(美食)의 대표적 음식인 연유·기름·꿀·석청·버터 등이 해당한다. 마지막 ‘진형수약’은 평생토록 먹어도 되는 음식으로 약용 과일즙과 후추·생강·소금류를 말한다.

특히 몸이 아픈 수행자에게는 평소 엄격히 금했던 음식에 대해서도 섭취를 허용해 병을 치료하는데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집송률〉을 보면 한 수행자가 인삼 잎·무 잎사귀 같은 것만 먹다가 몸이 점점 마르고 혈색이 나빠진 일이 일어난다. 이 모습을 본 부처님은 밥·떡·밥 말린 것·어류·육류 등 다섯 가지 음식의 섭취를 허락하셨다. 또 치료를 위해 술을 섞은 음식이나 술을 마시는 것도 허용해 건강을 되찾도록 했다.

예외규정은 이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다. 다음은 〈십송율(十誦律)〉에 나오는 이야기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머물 때 투라난타 비구니가 생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걸식에 나섰다. 거리를 거닐 때 피가 땅에 떨어지자 여러 사람들이 ‘단정치 못한 수행자구나. 어찌 생리 중에 거리를 거니는가’라고 비난했다. 여러 비구니들이 어찌할 바 몰라 이 사실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에 부처님은 ‘비구니가 생리 중일 때 밖으로 다니면 돌길라죄가 된다’며 이 기간 걸식을 금했다.

생리 때, 대신 걸식도

대신 생리를 하는 기간에는 양식을 비축했다가 먹을 수 있게 했다. 또 제자가 스승을 대신해 걸식을 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제자가 없는 비구니는 월수의(月水衣, 생리대)를 입고 걸식하는 걸 허용했다. 이런 내용은 〈오분율(五分律)〉에도 나온다. 계율이 규제를 위해 제정된 게 아니라 수행자의 몸과 마음을 욕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마을에 기근이 들어 음식을 충분히 먹지 못할 때도 정사 안에 음식을 저장하거나 정사 안에서 음식을 끓여 먹는 것을 허용했다고 여러 율장에 나온다.

걸식의 예외규정이 다양하다고 수행자들의 음식 관련 규정이 생각보다 느슨하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건 오산이다. 예를 들어 묘지 근처에 살던 비구가 죽은 사람에게 올린 음식을 가져다 먹다가 비난을 받은 일이 일어나자 ‘불수식계(不受食戒)’를 제정했다. 이후 수행자들은 길에 떨어져 있는 음식도 주워 먹을 수 없게 됐다. 주인 없는 나무에 달린 과일도 따서 먹을 수 없었다. 재가자가 따서 보시할 경우만 예외로 허용했을 정도로 엄격했다.

인도와 남방불교권에서 시행되던 걸식은 북방불교권으로는 전해지지 않았다. 중국으로는 전해지지 않은, 인도와 남방불교권의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인도를 비롯한 남방불교권은 따뜻한 기후로 먹을거리가 풍부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달리 중국은 척박한 환경으로 걸식이 자칫 거지의 동냥으로 보일 수 있었다. 또 인도는 음식 재료가 풍부하다보니 조리를 할 때 넉넉하게 하는 문화가 있었다. 여유 있게 만든 음식을 먼저 보시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은 남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농사짓기 좋은 환경이 드물었다. 문화적, 환경적 차이로 걸식이 시행되지 못한 것이다.

윤완수 기자  yws3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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