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74년 전인 1942년 2월 3일 해저 탄광인 일본 죠세이(長生) 탄광이 붕괴했다. 이 사고로 한국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총 183명이 목숨을 잃었다.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이 사건은 1976년 우베여고 역사교사 야마구치 다케노부에 의해 한국인 징용자들의 희생 사실과 함께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40년이 흐른 지난달 30일 한국불교계가 공식적으로 첫 위령제를 봉행했다. 죠세이탄광 한국인 희생자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위령제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주최했다.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천태종 춘광 총무원장, 진각종 회정 통리원장 등 각 종단 총무원장 스님과 駐히로시마 한국 총영사, 희생자 대한민국 유족회, 일본 시민단체 회원 150여 명이 참석하는 등 규모도 적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강제연행·강제노동으로 목숨을 잃은 수몰 희생자들의 넋을 달랠 수 있었지만, 한·일 양국 정부의 무관심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 정부는 하루빨리 희생자들의 유골 수습 등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독도영유권, 역사 왜곡 등 과거사와 관련해 참회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군국주의 부활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죠세이 탄광 사건에서 드러나듯 일제강점기 강제로 자행한 수많은 만행은 감춰졌고, 후속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위령제는 단발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 수몰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과거의 만행과 아픔을 망각하고 있는 한·일 양국 정부와 후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더욱 그러하다. 불교계도 이런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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