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협, 1월 30일 日 야마구치현 우베시서 위령제 봉행
韓 불교지도자ㆍ유족ㆍ日 시민단체 회원 등 150여명 참석

▲ 한국 스님들이 죠세이탄광 수몰 희생 한국인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1942년 해저 탄광인 일본 죠세이(長生)탄광의 갱도가 붕괴돼 그 안에서 작업하고 있던 한국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총 183명이 매몰돼 목숨을 잃었다. 한국불교계가 이들의 위령비가 세워진 일본 야마구치현(山口縣)에서 위령제를 봉행, 그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자승 스님ㆍ조계종 총무원장, 이하 종단협)는 1월 30일 오전 10시 30분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宇部市) 소재 옛 죠세이탄광 피아(환기구) 앞 해변에서 탄광 붕괴로 수몰된 한국인과 일본인 의행자들을 추모하는 헌화를 한 뒤, 오전 11시 500m 가량 떨어진 죠세이탄광 희생자 추모광장에서 ‘일제강점기 죠세이(長生)탄광 수몰사고 희생자 위령제’를 봉행했다.

이날 위령제에는 회장 자승 스님, 부회장 춘광 스님(천태종 총무원장)과 회정정사(진각종 통리원장)과 각 종단 총무원장,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종단협 사무총장 월도 스님, 서장은 주히로시마 한국 총영사, 일본장생탄광 희생자 대한민국 유족회, 일본 시민단체인 ‘죠세이탄광 수몰사고(水非常)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역사에 새기는 모임) 등 150여명이 참석해 고인들을 추모했다.

위령제에서 종단협 회장 자승 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1942년, 2월 3일 이후, 74년이 흐른 지금도 비좁은 갱도에 육신을 뉘인 채 구중을 떠돌고 계실 고인들의 비통함과 억울함은 짐작키도 어렵다”고 애통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스님은 “두 개의 피아만이 ‘진실을 외면하지 말라’며 묵묵히 자리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거듭되지 않도록 뭇 생명이 안온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종교인의 책무를 다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서장은 주히로시마 한국 총영사도 추모사에서 “74년 전 비통한 사고로 아직도 차가운 물 밑에 잠들어 계신 영혼들과 혈육의 넋을 기리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신 희생자 유족회 여러분께 삼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영가와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어 “지금도 남아 있는 크고 작은 아픔들이 잘 치유돼 진정으로 견실하고 밝은 한일관계가 구축되기를 다시 한 번 소망한다. 이를 위해 총영사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유족회 김형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일본 전쟁의 노예가 되어 강제노동으로 장생탄광에서 석탄을 캐다가 바다에 수장돼 차디찬 바디 진흙에 계시는 할아버지, 아버지들에게 일본정부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는데,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의 큰스님께서 천도재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김회장은 또 “일본정부도 이에 발맞추어 첨단기술로 유골을 수습해 대한민국 땅에 안장해 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이노우에 요코 ‘역사에 새기는 모임’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유골 수습 사업은 시민운동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미지의 과제다. 그렇다고 이곳 도코나미(床波)의 바다 깊은 곳에 잠들어 계신 183명의 유골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일본이 저질러 온 ‘강제연행ㆍ강제노동’의 역사를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유골 수습은 불가피한 일이다. 유골 수습은 돌아가신 분들의 존엄성을 회복시켜 한반도와의 강건한 유대와 깊은 우호를 이루어가기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죠세이탄광 수몰 희생자들의 유골 수습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한국 정부의 협력 속에서 양국의 공동 사업으로 완수해 주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종단협은 인사말과 추모사에 이어 한국인을 비롯한 183명의 죠세이탄광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축원(종단협 부회장 춘광 스님)과 천도의식(범패와 작법무)을 진행했고, 참석 대중들은 고인들의 극락왕생을 일심으로 발원했다.

이어 양현 유족회 부회장은 참석대중을 대표해 낭독한 발원문을 통해 “아직도 지하에 계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저희들의 마음은 비통할 뿐입니다. 아버지, 비록 고향의 따듯한 언덕은 아니라도 그 긴 세월을 내려놓고, 이제는 편히 잠 드십시오”라고 기원했다. 또 “부처님의 공덕으로 업보의 무거운 짐을 벗고, 해탈의 밝은 빛을 찾아 자비의 품에 들게 하옵시며, 희생자들의 존영이 극락왕생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부처님 전에 발원했다.

위령제 직후 종단협 회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한국스님들은 일본 시민단체의 모금활동에 동참해 죠세이탄광 희생자 유골 발굴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지기를 기원했다.

죠셰이탄광은?

일본 시모노세키 남쪽 61km(히로시마 서쪽 120km) 지점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해저 탄광이다. 거미줄처럼 막장이 이어져 해저로 10km가량 뻗어 있고, 해저면에서 너무 얕아 지나가는 배의 엔진음이 들릴 정도였다고 한다.

1942년 2월 3일 오전 9~10시경 갱도가 붕괴돼 탄광이 수몰됐다. 구사일생으로 탈출해 화를 면한 2명을 제외한 갱도 안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183명(한국인 136명, 일본인 47명)이 사망했다. 한국인의 대부분은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징용자들이었다. 사고 후 환기와 배수를 위한 시설인 피아에서 3일간 물기둥이 솟구쳤다고 한다. 사고 이후 일본이 패전하자 죠세이탄광도 문을 닫았다.

피아 앞에서 헌화를 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스님들.
피아 앞에서 헌화를 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스님들과 유족들.
피아 앞에서 헌화를 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스님들과 유족들,
피아 앞에서 헌화를 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스님들.
피아 앞에서 헌화를 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스님들.
피아 앞에서 헌화를 하는 유족들.
피아 앞에서 헌화를 하는 한 위 오열하는 전석호 씨.
위령제에서 삼귀의례를 하는 사부대중.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자승 스님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부회장 춘광 스님이 축원을 하고 있다.
헌향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자승 스님, 부회장 춘광 스님, 부회장 회정정사.(왼쪽부터)
종단협 사무총장 월도 스님(맨 왼쪽) 등이 헌향하고 있다.
종단협 회장 자승 스님이 일본 시민단체의 죠셰이탄광 유골 발굴을 위한 성금 모금에 동참하고 있다.
추모사를 하는 서장은 주히로시마 한국 총영사.
김형수 유족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사말하는 이노우에 요코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공동대표.
조세이탄광 환기구였던 피아 2개만이 망망대해에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