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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식, 과거속으로 1. 영산재(靈山齋)

부처님 영취산 <법화경> 설법 상징화
유네스코 등재 한국불교의식 자부심

   
▲ 영산재보존회 스님들이 천수바라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영산재보존회장 선암 스님>

인류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이 문화는 유형ㆍ무형의 문화유산으로 나뉜다. 유형유산은 궁궐ㆍ사원ㆍ서원 등의 건축물과 조각상, 회화 등 형체가 있는 것을, 무형유산은 공동체와 집단이 자신들의 환경ㆍ자연ㆍ역사의 상호작용에 따라 끊임없이 발전시킨 각종 지식과 기술ㆍ공연예술ㆍ문화적 표현을 통칭한다. 이 무형유산은 공동체 내에서 공유하는 집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구전에 의해 전승돼 왔다.

 

불교 또한 이 과정을 거쳐 많은 무형문화유산을 전승해 오고 있다.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영산재를 비롯해, 국가 중요무형문화재인 연등회와 국행수륙재, 지방무형문화재인 삼회향놀이 외에도 지정ㆍ비지정 무형문화유산들이 많다. 한국불교가 전승하고 있는 무형문화유산들을 재조명한다. 편집자

한국의 많은 사찰에서 행하는 ‘영산재(靈山齋)’는 한국불교 문화의 중심 요소 중 하나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석가모니 부처님이 인도 영취산(靈鷲山)에서 〈법화경(法華經)〉을 설법할 때의 장면(영산회상)을 재연한 것이 영산재다.

즉, 〈법화경〉을 설하는 부처님과 설법을 듣기 위해 모여든 모든 대중들에게 공양하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설판재자(說瓣齋者, 한 법회의 모든 비용을 마련하여 내는 사람)와 동참대중이 영산회상에서 불법과 선근인연을 맺게 해주는 매개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불교 최고ㆍ최대의 의식인 영산재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73년 11월 5일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됐다.

이어 2009년 9월 30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서 열린 유네스코 제4차 무형문화유산 정부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전 세계에 영산재의 무형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알렸다.

당시 정부간위원회는 “영산재는 불교의식의 하나로 석가가 인도의 영취산에서 설법하던 영산회상을 상징화한 의식이다. 영산재에는 전수자들의 정체성이 표현돼 있으며, 대표목록에 등재되면 유산의 국내외적 가시성을 높이고 문화다양성을 증진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정부 및 영산재보존회는 영산재를 보호와 홍보 계획을 수립했으며, 전수자들의 사전 동의를 받아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언급했듯 영산재가 부처님 재세 시 인도의 영취산에서 대중들에게 〈법화경〉을 설법하던 장면을 재연한 것이기에 인도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영산재가 언제 중국으로 건너갔고, 이것이 한반도에 언제 전래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영산재의 주요 구성 요소인 범음범패(梵音梵唄)와 작법무(作法舞)의 연원이 기록된 옛 문헌을 통해 대략 추정할 수 있다.

인도ㆍ중국 거쳐 한국 전래

범패와 작법을 ‘어산(魚山)’, 범패의 대가인 장부(丈夫)를 ‘어장(魚丈)’이라고 부른다. 그 연원에 대해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3년 간행한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글 심상현) ‘범패’ 부분에 잘 나와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중국 위무제(魏武帝, 155~220)의 넷째 아들 조식(曹植, 192~232), 일명 조자건이 산동성 연주부 동아현 서쪽에 있는 어산(魚山, 영취산의 다른 이름이라고도 함)에 올라 고요히 앉아 있다가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 소리는 세상의 소리와 달리 사람의 마음을 감동케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에 조식은 〈태자서응본기경(太子瑞應本起經)〉에 기초를 두고 ‘태자송(太子頌)’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범패의 시원이라 했다. 일설에는 조식이 어산에서 범승(梵僧)을 만나 범패를 배웠다고도 전한다.

이 범패가 한반도에 언제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삼국유사〉와 하동 쌍계사에 있는 국보 제47호 ‘진감선사탑비(眞鑑禪師塔碑)’의 비문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범패가 일찍이 전해졌음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 권5 감통 제7 ‘월명사(月明師) 도솔가(兜率歌)’ 조에 ‘… 월명사가 긴 둑길을 가고 있었다. 왕이 사람을 보내 그를 불러 단을 열고 기도하는 글을 짓게 하자, 월명사가 아뢰었다. “저는 다만 국선(國仙)의 무리에 속해 있어 겨우 향가(鄕歌)만 알 뿐, 성범(聲梵, 범패)에는 서투릅니다…(…時有月明師, 行于阡陌時之南路. 王使召之. 命開壇作啓. 明奏云. 臣僧但屬於國仙之徒. 只解鄕歌. 不閑聲梵…)”라고 기록돼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왕은 경덕왕이고 재위 19년 때인 760년의 일이다.

신라의 석학 최치원이 쓴 신라 후기의 고승인 혜소 스님(774~850)의 탑비인 ‘진감선사탑비’의 비문에는 “…선사는 평소 범패(梵唄)를 잘하였는데, 그 소리가 금과 옥과 같았다. 곡조를 빗겨서 소리를 날리면 상쾌하고 슬프고 완곡하여 능히 천상계의 모든 신선과 부처를 기쁘게 하였다. 먼 지방에까지 흘러 전해짐에 배우려는 사람들이 마루에 가득 찼는데,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어산의 묘음을 익히는 자들이 다투어 코를 막고 배웠듯이 옥천사의 진감선사가 남긴 소리를 본받고자 한다. 이 어찌 성문(聲聞)으로 중생을 제도한 교화가 아니겠는가?…”라는 내용이 있다.

이 두 기록과 다른 기록을 통해 한반도에도 범패가 일찍 전해져 신라사회에 널리 퍼져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장엄·범패ㆍ작법무로 구성

영산재는 장엄과 소리인 범패 무용인 작법무로 구성돼 있다. ‘장엄’은 영산재 시작전 도량을 장엄하는 것을 말한다. 범패는 ‘범음범패’의 줄임말이다. ‘범음’은 부처님의 음성을 말하며, 범패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를 일컫는다.

범패는 △안채비(범패의 사성) △바깥채비(홑소리와 짓소리) △축원 △화청으로 이뤄져 있다. 범패의 사성(四聲)은 △유치성(由致聲) △착어성(着語聲) △편게성(編偈聲) △게탁성(偈鐸聲)을 말한다.

바깥채비의 홑소리는 안채비를 거행하기 위한 준비 또는 거행 후에 내용을 압축ㆍ정리한 것으로, 한시 형태가 대부분이다. 짓소리(겹성)는 ‘무리를 지어 소리를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의식진행에 중점을 두고 거행하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길다.

축원은 불ㆍ보살 등 소례(所禮)에게 능례(能禮)인 자신이나 시주(施主) 또는 사중(寺中)의 소원을 말하고. 이 소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비는 일이다. 화청은 ‘고루 청한다’는 뜻으로, 불ㆍ보살과 중생들을 모두 청해 정토를 구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작법은 넓게는 스님들의 모든 언행(행주좌와 어묵동정)을 통칭한다. 좁게는 의식에서 예배의 대상인 소례(所禮)를 찬탄하거나 기원의 성취를 발원하고, 법회에서 얻은 법열(法悅)을 타나내기 위해 바라ㆍ착복ㆍ법고 등 율동으로 표현하는 신업공양(身業供養)을 말한다. 작법은 주로 좁은 의미로 많이 쓰인다. 이 작법무의 종류로는 △바라무(舞) △착복무(着服舞) △타주무(打柱舞) △법고무(法鼓舞) 등이 대표적이다. 바라무의 종류로는 △명(鳴)바라 △천수(千手)바라 △사다라니(四陀羅尼)바라 △내림게(來臨偈)바라 △관욕쇠(灌浴金)바라 △화의재(化衣財)바라 △요잡(繞)바라 등 7가지가 있다.

착복무는 권공의식에서 육수가사(六銖袈裟)를 입고 고깔을 쓴 스님 2명이 타주채(둥근 나무 막대기)를 들고 추는 춤사위를, 법고무는 1명의 작법승이 법고를 치는 것을 일컫는다.

대규모의 영산재를 봉행하려면 최소 50명의 의식승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소요 비용도 막대하다. 그럼에도 불교계는 전통무형문화의 보존ㆍ계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외에도 부산영산재(釜山靈山齋)는 부산광역시 시도무형문화재 제9호, 불모산영산재(佛母山靈山齋)는 경상남도 시도무형문화재 제22호, 영산작법보존회(靈山作法保存會)는 전라북도 시도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돼 있다. 〈자료제공=영산재보존회〉
 

영산재보존회장 선암 스님 “영산재 가치 더 빛나게 할 것”

   
 

 “전 세계 순회 공연을 통해 영산재를 세계인들에게 알려 왔습니다. 영산재가 세계적인 무형문화유산인 만큼 보전ㆍ전승해 영산재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물론, 사라져가는 원형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산재보존회장 선암 스님(신촌 봉원사 주지·사진)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문화유산인 영산재가 한국불교의식의 진면목을 보여 줄 수 있는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암 스님은 영산재를 사진기록으로 남기다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다가 영산재의 해외 공연도 연출하게 됐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때도 관여했다. 스님은 영산재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후, 등재 기념 특별공연을 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스님은 “당시 중국발 사스가 창궐해 등재 기념 특별공연을 하지 못했다”며 “등재 10주년 때에는 특별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또 영산재의 보존ㆍ계승을 위해 영산재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모아 집대성해 후손들에게 남길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사라져가는 영산재의 원형을 되찾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이다. 스님은 “과거 범패 중 짓소리의 종류도 수십종이 넘었다고 하는데, 지금 재현할 수 있는 짓소리는 그리 많지 않다”며 “영산재 보유자인 구해 스님을 중심으로 잊혀져가는 짓소리를 복원하는 노력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영산재를 문화축제로 승화시켜 국민들과 세계인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선암 스님은 “봉원사든, 올림픽 체조경기장 같은 큰 규모의 공연장이든 상관없다. 예전에 3일 영산재를 했었는데, 3일 동안 영산재 시연과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문화축제를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스님은 또 “영산재가 갖는 보편적 가치를 문화영역으로 확대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영산재 거행 순서 시련~봉송의식까지 12대목 진행

영산재를 봉행하는 기간은 사찰마다 다르다. 며칠 간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내용을 간소화해 아주 짧게는 몇 시간만 하는 경우도 있다. 영산재는 의식에 앞서 준비단계인 도량장엄부터 시작된다. 각종 번(幡)과 개(蓋), 금은전, 지화 등의 제작해 영산재가 펼쳐질 도량을 청정하게 하고 여법하게 장엄하는 단계다. 이어 본 의식은 12대목으로 진행된다. 12대목은 △시련(侍輦) △대령(對靈) △관욕(灌浴) △조전점안(造錢點眼) △신중작법(神衆作法) △괘불이운(掛佛移運) △상단권공(上壇勸供) △법문(法門) △식당작법(食堂作法) △중단권공(中壇勸供) △시식(施食) △봉송의식(奉送儀式)이다.

영산재 진행은 크게 세 부분 또는 네 부분으로 나누는데, 시련~괘불이운은 도입부, 상단권공~시식은 전개 및 절정 부분, 봉송은 결말 부분에 해당한다.

‘시련’은 하늘과 땅의 영가와 모든 성인(聖人)을 맞아들여 영가를 인도하는 불ㆍ보살의 가르침을 받아 의식이 성스럽게 거행될 수 있도록 베푸는 의식이다. 시련을 행하는 장소는 주로 해탈문 밖 사찰의 입구에서 이뤄진다. 시련의식은 △옹호게 △요잡바라 △헌좌진언 △다게 △행보게 △산화락 △귀의인로 △영축게 △보례삼보 순으로 진행된다.

‘대령’은 유주무주(有主無主)의 모든 영가를 도량으로 맞아들이는 의식이다. 유족들은 영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의미로 음식과 술(법식)을 베푼다. 대령은 △거불 △대령소 - 수설대회소, 피봉식 △지옥게 △착어 △진령게 △보소청진언 △고혼청 △향연청 △가영 △가지권반 등으로 진행된다.

‘관욕’은 영가가 일체의 번뇌를 소멸하고 청정한 본래 마음을 회복해 해탈의 길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정화 의식이다. 관욕의식은 △인예향욕편 △가지조욕편 △가지화의편 △수의복식편 △출욕참성편 △가지예성편 △가지향연편 △수위안좌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전점안’은 저승에서 사용할 돈을 만드는 ‘조전’과 돈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하는 ‘점안’을 합친 말이다. 의식을 마련한 이를 위한 수생전(壽生錢), 선망부모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의식은 △조전점안 △금은전 이운 △경함 이운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신중작법’은 초청된 모든 영가에게 다례를 제공하는 의식으로 △옹호게 △요잡바라 △거목 △가영 △다게 △탄백 등으로 진행된다.

‘괘불이운’은 함에 보관돼 있는 괘불탱화를 법회도량으로 옮기는 의식이다. 의식 전체의 구성으로 볼 때 법회의 주인공인 부처님을 모시는 것으로, 도입부 중 가장 중요하다. 의식은 △옹호게 △찬불게 △출산게 △염화게 △산화락 △거령산 △등상게 △사무량게 △영산지심 △헌좌진언 △다게 △보공양진언 △건회소로 구성돼 있다.

‘상단권공’은 불ㆍ보살에 공양을 베푸는 의식으로 크게 △결계의식 △소청의식 △설법의식 △권공의식 △회향의식으로 이뤄져 있고, ‘법문’은 스님이 부처님을 대신해 의식의 목적을 재확인하고, 영산재에 참석한 대중들이 진리의 문에 이르도록 가르침을 주는 것을 말한다.

‘식당작법’은 설판재자가 의식에 참석한 스님들에게 음식을 공양하고, 스님들은 설판재자와 육도중생에게 법공양을 베푸는 의식이다. 이때 범음범패로 의식을 거행하며, 사물을 비롯한 각종 법구가 동원된다. 법고ㆍ바라 등 작법무가 펼쳐지는 등 의식 규모와 절차가 매우 방대하다.

‘중단권공’은 모든 신중을 청해 모시는 의례다. ‘시식’은 영가를 천도하기 위해 법식을 베풀면서 법문을 설하고 경전을 독송하며 염불하는 등 의식을 행하는 의식이다.

‘봉송의식’은 도량에 초청한 불ㆍ보살을 비롯해 모든 신중과 영가를 전송하는 의식이다. 영산재 전체 중 회향에 해당한다. 소대의식에서는 도량의 장엄을 위해 마련한 각종 장엄과 영가를 위해 준비한 금은전ㆍ옷 등을 불에 태우는데, 이는 법회의 공덕을 모두 영가의 몫으로 회향해 영가를 극락세계로 인도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 괘불이운 의식. <사진제공=영산재보존회장 선암 스님>

 

   
▲ 관욕의식. <사진제공=영산재보존회장 선암 스님>
   
▲ 식당작법. <사진제공=영산재보존회장 선암 스님>
   
▲ 영산재의 첫 의식인 시련의식. <사진제공=영산재보존회장 선암 스님>
   
▲ 황화개작법. <사진제공=영산재보존회장 선암 스님>

 

이강식 기자  lks971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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