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재칠시 실천하며 베푸세요.

저는 사주나 손금, 관상 이런 걸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도 아니고 어디서 주워들은 얄팍한 지식으로 손금을 봐준다면서 제 손을 보고 이러쿵저러쿵 말할 때마다 기분이 나쁩니다. 모여서 한 번 웃고 가는 자리인데 혼자만 손을 꽉 쥐고 있을 수도 없으니 짜증이 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속상하시겠어요. 굳이 안 해도 될 말들 때문에 상처를 받고 계시는군요.

부처님께서는 운명론에 매우 비판적이셨어요. 수행자는 점을 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기도 하셨죠. 전생의 일이 알고 싶으면 지금 내 몸과 주변상황을 보면 되고, 미래를 알고 싶으면 지금 내가 짓고 있는 행위를 보면 된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어요.

동물처럼 본능대로만 살고 있다면 다음 생에는 정말 동물이 되는 거고, 지금 불자답게 살고 있으면 다음 생에는 수행자가 되어 깨달음을 얻게 되겠죠.

또 부처님께서는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과거 생에 성질을 잘 낸 사람은 추하게 태어나고, 과거 생에 베풀기 싫어하고 인색했던 사람은 가난하게 태어나고, 과거 생이 남을 시기질투한 사람은 천박하게 태어난다고요.

불자라면 이러한 인과의 도리를 믿으면 되는 겁니다. 인과를 믿는 건 나를 믿는 것이요, 내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제가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어느 날 스님에게 아이가 찾아왔답니다. 엄마가 점을 봤는데 자기 운명이 엉망이라고 했다고 슬퍼하면서 말이죠.

스님은 아이의 손을 당겨 잡고서는 “손금을 보여 달라”고 합니다. 감정선, 사업선 생명선이라며 하나하나 알려주죠. 그리고는 주먹을 꼭 쥐라고 했답니다.

스님은 아이에게 질문을 합니다. “네 감정선, 사업선, 생명선은 다 어디 있냐?”고. 아이는 “바로 제 손안에 있죠”라고 대답했어요.

스님은 “바로 네 운명은 네 손안에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 입에 달린 게 아니다”라고 아이를 깨우쳐 주십니다.

어떠세요? 손금 봐달라는 사람한테 이야기 속 스님처럼 해봐주세요. 내 운명은 내 손안에 있다고, 팔자는 바뀌는 거라고. 부처님은 내가 지은 업대로 내가 받을 거라고 하셨기에, 내가 오늘 열심히 잘 살면, 보다 나은 미래가 펼쳐지는 건 필연이라고.

더 이상 말에 휘둘리지 마시고 짜증도 내지 마시고 잘 타일러 보십시오.

스님, 저는 지금까지 남을 위해 베풀고 산 게 별로 없는 사람입니다. 여유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소소하게라도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어떤 것이 남에게 베푸는 삶인지 궁금합니다.

남에게 베푸는 삶이라고 하면 금전적이고 물질적인 거 먼저 떠올리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일곱 가지 베푸는 법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어요.

〈잡보장경〉이라는 경전에 나오는 내용인데요. 무재칠시라고 하는 겁니다. 이미 실천하고 사는 불자님들이 많을 텐데요.

무재칠시가 뭐냐! 재산이 없는 빈털터리라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가 있다는 겁니다.

첫째는 화안시(花顔施)입니다. 얼굴에 화색을 띠고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남을 대하는 것인데요. 바로 ‘미소’겠죠? 웃는 얼굴이 재산이에요. 나쁜 일도 비켜가게 하는 힘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얼굴에서 미소를 잃지 마세요.

둘째는 언시(言施)입니다.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남을 대하는 것이에요. 아무리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도 입만 열면 욕을 하고 거친 말을 하면 그 사람이 어떻게 보이겠어요. 가까이하고 싶지 않겠죠?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의 말, 칭찬의 말, 위로의 말, 격려의 말, 양보의 말, 부드러운 말을 하면서 사세요. 그게 바로 보시하는 일이고 또 스스로 복 짓는 일입니다.

셋째는 심시(心施)입니다. 착하고 어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라는 말씀이에요. 그 좋은 마음으로 다른 이들을 대하라는 뜻입니다.

넷째는 안시(眼施)예요. 눈 안자가 들어가는 안시는 부드럽고 온화한 눈빛을 가지고 호의를 담은 눈으로 남을 대하는 것이에요. 심시와 마찬가지입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잖아요. 내 마음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 바로 눈입니다. 바르고 고운 마음을 가지면 부드럽고 온화한 눈빛은 절로 나오기 마련이겠죠?

다섯째는 신시(身施)입니다. 신시는 쉽게 말해, 몸으로 때우는 것이에요. 돈 없으면 가서 몸으로 도우세요. 봉사들 하시죠? 어려운 이웃 위해 청소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몸으로 때우시라는 말입니다.

여섯째는 좌시(坐施)인데요. 다른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에요. 정말 쉽죠? 우리나라 아줌마들 지하철이나 버스타면 빈자리에 가방부터 집어던진다면서요? 이러면 안 됩니다.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세요. 자리 한 번 양보하는 것도 보시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일곱째는 찰시(察施)에요. 굳이 묻지 않고도 상대의 속을 헤아려 알아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 일곱 가지를 모두 들어보니 어떠세요? 남을 향한 배려와 친절이라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보살의 마음이 되도록 노력하시고, 주변을 살피고 배려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걸 잊지 마세요.

그게 물질 아닌 것으로 보시하는 법입니다. 어때요? 참 쉽죠? 불자님이 원하는 베풂을 마음껏 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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