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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종교이야기 2. 걸식, 왜 빌어먹었을까?

수행자에 하심, 보시자 공덕 짓게 해

 

 

 

   
 
예전 순진했던 아이들은 아름다운 여자에게 이런 로망을 품었다. ‘저 사람은 이슬만 먹고 살고, 화장실은 가지 않을 거야.’ 이런 말도 안 되는 로망의 대상에 간혹 스님이나 수녀님이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스코리아든, 도통한 고승이든 먹어야 산다. 먹기 위해서는 음식을 구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돈을 주고 사서 먹거나 농사를 지어 직접 조리를 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이 두 가지를 계율로 금했다. 오직 걸식(乞食)만 허용했다. 걸식은 발우를 들고 재가불자들의 집을 돌며 음식을 얻는 행위다. 걸식을 할 때도 하루 중 오전 한 차례만 허용했다. 부처님은 왜 걸식을 권했을까? 또 오후에 못하게 한 이유는 뭘까?

 

 오후불식, 건강 등 五福 얻어

먼저 걸식을 하게 한 이유를 알아보자. 우리는 끼니때가 되면 ‘무엇을 먹을까?’ 고민한다. 그리고 혀와 입을 즐겁게 해줄 음식을 떠올린다. 달콤한 음식, 부드러운 음식, 얼큰한 음식 따위다. 이런 행복한 고민은 식탐(食貪)과 무관치 않다. 걸식하지 않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면 먼저 음식 재료를 구해야 하는데, 돈 없이 구할 수는 없다. 직접 키우는 방법도 있지만, 요리나 농사는 수행자를 세속적 욕망과 번뇌에 빠져들게 한다. 이런 이유로 불교·힌두교 등 인도의 수행자들은 대부분 걸식을 했다. 남자 스님을 뜻하는 ‘비구(比丘)’도 음식을 빌어먹는 수행자를 의미한다.

〈잡아함경〉에 포함된 〈걸식경〉, 〈청정걸식경〉, 〈책제상경〉, 〈월유경〉은 모두 걸식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경전들은 걸식할 때 가져야 할 몸과 마음가짐에 대해 “단정한 자세와 절제된 행위로 도(道)에 나아감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걸식의 유익함에 대해서는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음식을 주는 사람에게 공덕을 짓게 한다. 둘째, 교만하지 않고 남을 무시하는 마음을 극복할 수 있다. 셋째, 몸에 괴로움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넷째, 음식에 대한 탐욕과 집착을 버릴 수 있다. 걸식은 이렇게 수행에 가장 큰 적인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我慢]을 없애고, 보시자에게 선업 짓는 기회를 주려는 의도가 깃들어 있다. 걸식은 결국 수행자의 세속적 욕망을 미리 차단해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도록 한 기초 수행이었고, 재가자들에게 공덕을 짓게 하려는 방편이었던 셈이다.

그럼, 오후불식(午後不食)을 한 까닭은 뭘까? 〈아함경〉 중 ‘방우품’과 ‘진인경’에는 “출가 수행자의 공양은 하루 한 끼를 원칙으로 하되, 오전에 한 번 먹는다”고 나온다. 여러 번 공양하는 것은 계율을 어긴 것이라 보았다. 탁발을 오전으로 제한한 이유는 늦은 오후나 야간에 걸식 할 경우, 음식에 탐착(貪着)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고, 일반 재가자와 마찰이 생길 수 있기에 취한 조치였다. 비가 오고 천둥과 번개가 칠 때도 걸식 금했는데 같은 이유다. 이외에 당시 걸식을 하는 수행자의 수가 적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공양을 준비하는 재가자들의 부담도 고려했을 법하다.

일곱 집 돌고, 임산부 집 못 가게

경전에는 오후불식의 이로움도 언급하고 있다. 〈석씨요람(釋氏要覽)〉은 ‘처처경(處處經)’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전한다. “정오 이후 먹지 않으면 다섯 가지 복을 얻는다. 첫째 음란한 마음이 적고[少淫], 둘째 잠이 줄고, 셋째 일심(一心)을 얻고, 넷째 방귀가 없고, 다섯째 몸에 안락을 얻어 병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오 이후에는 먹지 말아야 한다.” 적게 먹고, 평소 배를 비워두는 것이 수행은 물론 건강에도 이롭다고 부처님은 가르침이다. 부처님 당시 제자들의 수명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부처님이 80세, 가섭존자는 그 이상 장수했다. 요즘 나이로 120세 이상 장수한 셈이다. ‘일일일식(一日一食)’에 선인들의 지혜가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걸식을 할 때도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흔히 칠가식(七家食)이라고 하는데, 걸식을 할 때는 순서대로 일곱 집을 돌았다. 첫 번째 집 앞에 가서 정중히 서 있다가 그 집 주인이 음식을 보시하면 발우를 내밀어 받는다. 얼마간 기다려도 사람이 나오지 않을 땐 두 번째 집으로 옮겨 가서 반복한다. 일곱 집을 다 돌기 전에 발우가 차면 그쳐도 무방하지만, 음식을 공양하는 집이 한 곳도 없을 때는 그날 굶어야 했다. 또 보시를 받게 되어도 ‘고맙다’는 말이나 인사를 하지 못하게 했다. 그 이유를 경전에서는 수행자가 음식을 먹고 열심히 수행한 공덕이 보시자에게 보시의 공덕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한다.

걸식을 할 때는 유의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어, 임산부가 있는 집이나 개를 기르는 집에는 가지 못하게 했다. 또 똥파리가 있어 날아오면 먹지 않게 했다. 걸식의 의도와 달리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거나 위험한 상황, 위생적 문제와 관련해 제정한 규정이라 생각된다. 먹을 때도 앉아서 먹어야 했는데, 도중에 일어나면 다시 먹지 못하게 했다. 공양할 때 몸과 마음가짐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알 수 있다. ‘공양 한 번하기 참 어려웠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양하다 체하진 않았을는지.

윤완수 기자  yws3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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