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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로 배우는 불교 1. 돈황 217굴 아미타정토변상도
  • 이승희 홍익대학교 불교미술사 박사
  • 승인 2016.01.1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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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 선도대사 정토왕생관 드러나

   
▲ 〈아미타정토변상도〉, 8세기 초, 돈황 217굴.

〈관무량수경〉(이하 〈관경〉)은 인도 마가다국의 왕사성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기사굴산에서 석가모니불이 설한 내용을 적은 경전이다. 빔비사라왕의 아들 아사세는 제바달다의 나쁜 꼬임에 빠져 아버지를 감옥에 가두고 왕권을 찬탈했다. 이에 왕비 위데희는 몰래 먹을 것을 넣어 왕을 연명시키려 했으나 발각돼 옥에 갇힌다. 비탄에 빠진 왕비는 멀리 기사굴산에 계시는 석가모니불에게 구원을 청했고, 부처님은 친히 왕궁에 출현, 현실의 고통을 벗어나 극락왕생할 수 있는 방편으로 관상수행법을 가르쳐주셨다.

〈관경〉은 424년 인도의 역경승 강량야사(畺良耶舍)에 의해 번역된 후 정토신앙의 근본경전으로 주목 받았다. 〈관경〉에 대한 관심과 연구에 힘입어 관상수행법은 실천적 불교의식으로 정착돼 사회저변에 확산됐다. 당대(唐代)에 이르러 정토행의 일환으로 ‘관경변상도’가 조성되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돈황 등지에 당시 불화가 전해진다. 이 중 8세기 초로 추정되는 돈황 217굴의 ‘아미타정토변상도’를 통해 〈관경〉에 근거한 정토사상과 승려들의 인식이 불화 속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살펴보겠다.

중앙에 웅장한 전각을 배경으로 펼쳐진 연지(蓮池)에 설치된 나지막한 누대 위에는 아미타삼존과 여러 보살이 자리해 있고, 누대 앞에는 극락세계의 상서로움과 아미타불의 위대함을 찬탄하는 주악천녀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웅장한 극락세계의 곳곳에서는 극락세계에 방금 왕생한 사람을 환영하듯 맞이하고 있는 아미타불의 모습도 보인다. 상서로운 기운과 환희에 찬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극락세계는 만개한 반화(半花)로 장식된 띠 안에 배치해, 속세와 분리된 성스러운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반면 장식띠의 외곽에 위치한 ‘관경변상도’는 좌측 서분변상도의 하단에 거대한 도성을 배경으로 아사세 태자가 왕위를 찬탈하는 장면을, 상단에 기사굴산에서 이루어진 석가설법장면을 배치했다. 우측의 1~13관까지의 장면은 위데희 부인이 13가지의 극락세계를 차례로 관상하는 모습을 위에서부터 하향 배치해 석가모니불이 가르친 관상(觀想)의 이해를 돕는다. 하단은 안료의 박락이 심해 잘 보이지 않지만, 같은 시대의 돈황석굴 215굴의 구품왕생장면(도 2)을 통해 아미타불 혹은 보살 등이 구름을 타고 전각 안에 앉아 있는 왕생자를 향해 내영(來迎)하는 모습이 표현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내영은 아미타불이 현세(現世)로 내려와 임종인(臨終人)을 영접해 극락으로 인도(引導)한다는 의미다. 〈관경〉의 구품왕생관(九品往生觀, 14~16관)에는 왕생의 과정이 단계적으로 서술돼 있다. 먼저 왕생자의 근기를 설명한 후 근기에 맞게 아미타불 혹은 보살의 내영을 받는다. 이어 잠깐 사이에 왕생한 후 왕생자는 극락세계에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무생법인을 깨닫게 된다. 당대의 관경변상도에 그려진 구품왕생장면에는 왕생 전에 이뤄지는 ‘내영’에 초점이 맞춰 그려진 것이 특징적이다. 그런데 내영이 이뤄지는 공간은 인간세상이다. 위데희 왕비가 관상수행을 하는 곳도, 왕위의 찬탈사건이 일어난 곳도 인간세상이다. 이렇게 볼 때 관경변상도에 표현된 공간은 아버지를 죽여 왕이 됐던 인간의 추한 욕망과 그 비극을 막지 못한 나약한 인간, 그리고 극락왕생의 희망을 갖고 수행하는 인간이 공존하는 지극히 현세적인 공간이다. 극락정토를 중심으로 3면에 이처럼 관경변상도를 배치한 것은 중앙의 아미타극락정토가 더욱 청정하고 아름답게 부각되는 극적인 효과를 낳는다. 성(聖)과 속(俗), 극락과 현세처럼 공간을 이분화해 대비시켜 궁극적으로 죽음 이후에 가고자한 이상향에 대한 환영(幻影)을 보여줄 뿐 아니라 그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현실세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도 던진다.

수·당대 아미타정토사상을 대성시키고 정토신앙을 사회에 확산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던 선도(善導, 613-681)에게서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선도는 정토왕생을 하는데 왕생자의 의지보다는 아미타불의 본원(本願)에 의지한 ‘타력본원설(他力本願說)’을 주장했다. 그는 수행방법으로 정업(定業)과 잡업(雜業)을 나눠 설명하고, 그 중 최고의 정업은 ‘칭명염불’이라고 했다. 선도의 칭명염불은 관념(觀念)하고 사유(思惟)하는 염불이 아니다. 오직 아미타불의 명호만을 부르며 아미타불 한 부처님만의 본원력을 깊이 믿고 의지하는 염불이다. 그의 칭명염불은 죄악을 저지른 범부(凡夫)와 근기가 낮은 범부들도 쉽게 행할 수 있는 이행문(易行門)인 것이다.

아미타불의 본원에 의지하는 선도의 타력적인 왕생관은 ‘관경변상도’의 구품왕생장면에 표현된 내영의 이미지에 투영돼 있다. 왕생자는 평생 칭명염불을 하며 임종에 이르러 아미타불의 내영을 기다렸을 것이다. 〈관경〉을 해석한 선도의 〈관무량수불경소〉에서 유독 구품의 왕생자는 염불수행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 구품왕생장면, 〈관경변상도〉의 부분, 8세기 초, 돈황 215굴.

 

이승희 홍익대학교 불교미술사 박사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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