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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 위사카의 눈물과 서원
  •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
  • 승인 2015.12.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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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심 버리고
동체대비심 일으키면
이 세상이 불국정토

부처님 재세시에 여성 재가불자, 우바이 중에서 보시제일로 알려진 위사카가 있었다. 우바이 위사카는 동원정사라고도 불리는 녹자모 강당을 지어 교단에 기진(寄進)하여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처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보시 공덕이 뛰어난 불자였다.

이렇게 크고 많은 공덕을 지은 위사카가 나이 100세에 이르렀을 때 사랑하는 증손녀가 죽음에 직면했다. 그 때부터 그녀는 하염없는 눈물바람으로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리고 부처님을 친견할 때도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하여 눈물을 흘렸다.

부처님께서 슬퍼하는 위사카를 보시고 한 말씀 하셨다. “그대의 눈물로 이 사위성이 잠기겠구나!” 그러자 위사카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아무리 많은 눈물을 흘린다 한들 어찌 사위성이 제 눈물에 잠기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그대가 증손녀의 죽음을 이토록 슬퍼하여 눈물을 많이 흘리는데, 이 사위성에서 매일 같이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겠느냐? 그 눈물을 모두 합한다면 사위성이 잠기고도 남을 것이다.”라고 설하셨다.

이 가르침을 들은 위사카는 곧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알아차렸다. 증손녀의 죽음을 위해서는 그토록 슬피 울었는데, 정작 이웃의 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의 죽음을 보고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이 나와 남을 구별하고, 백년의 인생을 차별심으로 세상을 살아왔음을 깨우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차별심을 버리고 모든 사람을 내 가족같이 생각하겠다는 동체대비심이 일어났다.

위사카는 부처님 앞에서 서원했다. “세존이시여, 제 눈앞에서 아이들이 굶어 죽거나 치료 받지 못하여 죽어가는 일들이 있다면 어떤 경우든 제 자신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그 후 그녀는 사위성의 어린이들을 돌보는 원력보살로 거듭나게 되었다.

중생들의 삶 속에는 언제나 수많은 고통과 괴로움의 원인이 나타나고, 그 속에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런데 그들의 고통과 괴로움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너와 나를 구분하는 차별심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동체대비심, 즉 너와 나를 한 몸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일어나는 자비심이 부족해서 다른 사람의 고통과 괴로움을 모른 척 하는 것이다.

최근 불교계에서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아동, 청소년,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시설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웃을 위해 봉사와 후원에 참여하는 불자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이웃 종교에 비하여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또한 국제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고통과 괴로움에 대해서도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위사카의 헌신적인 삶은 초기 교단의 문화를 바꾸는데 일조하였다. 그녀는 사위성에서 출가하는 모든 스님들에게 목욕 수건을 보시하였으며, 때 아닌 때에 음식을 먹어야 하는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렸다. 스님들에게 음식과 의복과 좌구와 탕약을 공양하면서 동시에 주변의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구제하는데도 게으르지 않았다. 그녀는 슬픔에 직면하여 더 이상 눈물로 대신하지 않고 자신의 서원을 실천하면서 봉사와 후원으로 승화시켰다. 그녀의 눈물과 서원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나의 삶으로 수용할 수 있는 불자들이 많아진다면 지금, 여기가 바로 불국정토가 되는 것이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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