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에 가장 위대한 참음이 무엇인지 일러주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 일부분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힘이 없으면서 힘 자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어리석은 자의 힘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진리를 멀리 벗어나니 이치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약한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는 것은 가장 훌륭한 참음이라 할 수 있으니 힘이 없으면 어찌 참고 용서하겠는가. 남에게 온갖 모욕을 당할지라도 힘있는 사람이 스스로 참아내는 것은 가장 훌륭한 참음이니 스스로 힘이 없어 굴복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어찌 참는 것이라 하겠는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듯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다른 사람을 보호하고 남이 나를 향해 불같은 성질을 내더라도 돌이켜서 스스로 침묵을 지켜라. 이러한 이치를 잘 지키면 스스로 이롭고 남에게도 이롭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러한 이치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침묵하고 참는 사람에게 자신이 이긴 것으로 여겨 오히려 험담을 하나니, 모욕을 말없이 참아내는 사람이 언제나 이기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자기와 같은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은 싸우기 싫어서 참는 것이며, 자기보다 약한 사람 앞에서 참는 것이 가장 훌륭한 참음이다.”

부처님은 ‘모욕을 말없이 참아내는 사람이 언제나 이기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고 있는 사람들의 생애를 돌아보면 굴곡과 모욕의 순간을 굳게 이겨낸 삶의 편린들이 있습니다. 참음은 모래를 금으로 변화시키는 제련의 과정입니다. 만일 참음의 과정이 없었다면 존경받는 인물로 자리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참음은 곧 인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자성어에 ‘타면자건(唾面自乾)’이란 말이 있습니다.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면 그것이 저절로 마를 때까지 기다리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나오는 것으로, 측천무후의 유능한 신하 중에 누사덕(婁師德)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성품이 온후하고 관대하였으며 아무리 무례한 일을 당해도 자세에 흔들림이 없이 항상 똑같았습니다. 어느 날 그의 아우가 대주자사로 임명되어 떠나갈 때 그가 아우를 불러 물었습니다. “너는 남의 시샘을 면하기 위해선 어떻게 처신하면 된다고 생각하느냐?” 아우가 “비록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결코 상관하거나 화내지 않고 잠자코 침을 닦겠습니다”고 했습니다. 아우의 대답을 들은 누사덕은 다음과 같이 훈계했습니다. “내가 염려하는 바대로 답하는구나. 만약 어떤 사람이 네게 침을 뱉는다면 필시 네게 뭔가 크게 화가 났기 때문일 터, 네가 바로 그 자리에서 침을 닦는다면 상대의 기분을 거스르게 되어 더욱 화를 내게 될 것이다. 침은 닦지 않아도 자연히 마르게 되니, 그런 때는 웃으며 그냥 침을 받아두는 게 낫다.” 인내가 처세에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가를 일깨워주는 가르침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인내보다 더욱 큰 인내를 인욕(忍辱)이라 합니다. 인욕은 세상의 온갖 고통과 번뇌 등을 참는 수행법으로 육바라밀(六波羅密)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떠한 역경과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보살도를 행하라는 인욕바라밀은 이 세상의 온갖 모욕과 고통ㆍ번뇌를 참으며 원한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정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이롭거나 자기를 칭찬하면 즐거워하고, 자기에게 해롭거나 자기를 모욕하면 화를 냅니다. 불교에서는 이런 사람을 가리켜 범부(凡夫)라 칭합니다. 인내가 없는 세상에선 충돌과 마찰이 있으며, 다툼이 생깁니다.

일찍이 원효성사는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에서 “스스로 받을 수 있는 욕과 즐거움을 헌신짝같이 버린다면 사람들은 그를 성인이라고 믿고 존경할 것이며, 사람으로서 행하기 어려운 것을 참고 견디어 행한다면 부처님같이 존중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본생담에 나오는 인욕선인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포악한 가리왕이 어느 날 후궁들과 꽃구경을 나왔다가 한 선인이 법문을 하는 것을 발견하곤 괘씸하게 여겨 물었습니다. “너에게 묻겠다. 계(戒)란 무엇인가?” 선인이 “참음입니다”라고 답하자 가리왕은 “참음이 계라면 너의 귀를 잘라보겠다”하곤 칼을 빼어 귀를 잘랐습니다. 그러나 선인은 화를 내지도 않고 억지로 참는 기미조차 없었습니다. 더욱 화가 난 가리왕은 선인의 두 팔과 두 다리, 그리고 코를 베어버렸습니다. 선인은 자신의 아픔보다 가리왕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조약돌과 모래가 쏟아졌습니다. 사천왕이 가리왕을 벌주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의 노여움에 가리왕은 무릎을 꿇고 참회했습니다. “이제까지 한 일을 모두 참회합니다. 선인께서는 이 참회를 받아주소서” 선인이 말했습니다. “대왕이시여, 나에겐 탐욕도 노여움도 없습니다. 만일 나의 마음이 참되고 거짓이 없다면 나의 잘린 손발과 귀, 코가 본래대로 붙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모든 것이 제자리에 붙었습니다. 이를 인욕선인이라 하며 이 분이 부처님의 전신입니다.

이러한 인욕을 실천하는 분들이 바로 인생의 승리자이며 존경받는 존재들입니다. 불자들이라면 인욕을 늘 생활 속에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