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찾아간 서양학자와 티베트 학승들의 철학일지
헤리슨 J. 펨버턴/불광출판사/192면/13,000원

 

▲ 티베트불교 카르마 카규파의 영적 지도자인 트린리 타예 도르제(17대 카르마파)와 저자 해리슨 J. 펨버턴.

2004년 미국 대학에서 한평생 서양철학을 가르쳐온 노(老)학자가 티베트불교 카르마 카규파의 지도자 샤마르 린포체의 초청을 받아 인도 북동부 다르질링에 위치한 칼림퐁로 향했다. 그는 그곳에서 샤마르 린포체를 비롯한 티베트 학승들에게 5주간 서양철학을 강의했다. 노 철학자와 티베트 학승들이 나이와 전공을 떠나 서양철학과 불교를 비교하며 나눈 담론이다. 책은 그 내용을 담은 철학일지다.

저자는 소크라테스·데카르트·니체·칸트·헤겔·하이데거 등 서양철학사에 한 획을 그은 사상가들을 방대하고도 심도 있게 다룬다. 그들의 이론과 철학적 방법론과 심리를 시간·장소·배경에 상관없이 티베트 불교와 최대한 비교, 어떻게든 동·서양이 서로 만나는 지점을 찾아내려 한다. 그리고 긴 토론을 거치며 각자 다른 길을 걸어오고, 다른 결실을 맺은 동·서양이 여전히 그 어느 쪽도 완전하지 않음을 공감한다.

저자는 두 전통을 아우르는 중도의 길을 찾기 위해 동·서양의 정신을 분석·비교하고 탐구하기 위해 학승들에게 서양철학과 불교가 얽히는 지점과 관련된 질문을 던진다. 소크라테스처럼 ‘덕은 가르칠 수 있는지’를 묻고, 데카르트의 ‘생각하므로 존재하는가’, 그리고 과학과 유효성에 대해 질문한다. 이후 불교의 순환적 시간관과 서양의 직선적 시간관을 상호 비교하며 동·서양의 접점을 모색한다.

저자는 학승들과의 철학 강의는 열린 마음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그 어떤 토론도 가능했다고 털어놓는다. 서로에 대한 호의, 존중, 그리고 궁금함이 토론의 바탕에 깔린 것이다. 그리고 책의 후기에서 동양과 서양의 철학이 양립불가가 아니라 서로의 소통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예일대에서 철학박사를 받은 해리슨 J. 펨버턴은 미국에서 50년 간 철학을 가르쳤다. 2차대전 후 일본 주둔 미군 기지에서 동양 사상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예일대, 버지니아대, 워싱턴 앤 리 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했다. 워싱턴 앤 리 대학 명예교수. 이외 텍사스대, 홍콩중문대 등 다수의 대학 초빙교수도 맡았다. 현재 버지니아 군사 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이 추미란은 동국대학교와 인도 델리대학교에서 인도철학과 역사를 공부했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며 정신세계, 영성, 인문 분야에서 독어, 영어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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