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문화유산 보며 꿈 키워 가길”

 

저소득 가정의 청소년들은 상대적으로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여행의 기회도 적다. 빈곤으로 인해 가족여행의 기회가 부족하고, 부모가 주말에도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탈선의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불교계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이 한 달에 한 번 국내 소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현장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챙겨주는 자원봉사자 멘토들이 있다. 대부분 1년 정도 활동하지만 지난 2년 간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박수진 씨를 11월 30일 만나봤다.

박수진 씨가 문화유산 탐방 멘토가 된 것은 2014년 현재의 직장으로 이직하고 나서다.

“제가 지금 일하는 학교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멘토를 하게 됐죠. 제 직업이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관찰할겸 봉사활동도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하지만 멘토를 지원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또 프로그램이 1년 간 진행되는 사업이라 활동을 한 후 탈락하는 멘토도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수진 씨는 두 번의 심사와 면접을 통과했고, 활동 평가도 좋아 2년 동안 꾸준히 멘토 활동을 하고 있다.

멘토가 되면 각자 5명의 아이들을 돌본다. 자연스레 내 아이들을 잘 돌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겨난다.

“멘토들은 아이들에게 미리 탐방 프로그램에 계획을 알려줘요. 그리고 현장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옆에서 안전요원 역할을 하죠. 항상 아이들과 붙어있어요.”

멘토 2년 차가 되니 수진 씨는 아이들에게 문화유적지의 역사에 대해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탐방 전 따로 공부를 해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알려주곤 한다. 하지만 유의할 점도 있다. 유적지를 가면 전문해설사가 따로 있는데, 멘토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이 알려주면 해설사의 영역을 침범하게 된다. 그래서 수진 씨는 간단한 퀴즈를 내 흥미를 일으키는 수준으로 준비한다.

이런 노력으로 아이들은 수진 씨를 친누나ㆍ언니처럼 대한다.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털어놓기 힘든 고민도 수진 씨에게 털어놓는다. 그러다보니 아이들과 평소에도 연락을 하면서 밥도 먹는 사이가 됐다. 과거 수진 씨의 집안은 불교지만 절에는 잘 다니지 않는, 말하자면 무늬만 불자였다. 하지만 현재 프로그램 주최가 불교계 단체다보니 불교에 대한 인식이 좋아져서 신심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어머님이 천태종 서울 성룡사에 다니세요. 집안이 불교이다 보니 저절로 불교를 믿게 됐지만 신심이 깊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타 종교는 너무 강압적인 것 같아서 왠지 마음이 안가더라고요. 멘토 활동을 하면서 사찰 문화재도 많이 봤는데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수진 씨는 2년 동안 멘토를 하면서 만난 많은 아이들과 지금도 연락을 한다. 작년에는 사비로 활동했던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물을 했다. 잠깐 스쳐가는 만남이지만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활동 자체가 불교의 인연법과 관련 있는 것 같아요. 중학교 때 참가했던 학생이 멘토가 된다거나, 작년에 참가한 아이가 사진을 찍어주러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경우도 있거든요.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인연법처럼 계속 돌고 도는 것 같아요.”

앞으로 불교계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사업이 더 많아지길 희망한다는 수진 씨. 그녀의 바람처럼 이 세상에 모든 아이들이 웃음을 잃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길 바란다.

 

<사진제공=아름다운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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