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만큼 매일 하세요.
저는 죽기 전에 부처님 전에 꼭 3000배를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젊은 나이임에도 사고로 발목이 좋지 않아서 108배만 해도 많이 힘듭니다. 꼭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이로 인해 더 큰 병을 얻을까봐 두려운 마음도 있습니다. 3000배를 한 번에 다 해야 하나요? 아니면 며칠씩 나눠서 해도 될까요?
불자님은 3000배를 올리겠다는 발원을 하신 거예요. 하루 종일 한 번에 3000배를 해낸다면 정말 큰 성취를 느끼시겠죠. 하지만 불자님이 죽기 전에 꼭 3000배를 할 것이라는 절실한 마음은 겉으로 드러나는 소요 시간에 좌우되지 않는 겁니다.
하루에 하든, 며칠에 나눠서 하든 직접 해내보십시오. 불편한 다리 사정을 극복하고 며칠에 걸려서라도 3000배를 하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실 겁니다. 그게 불자님이 쌓을 수 있는 공덕이에요.
공덕은 좋은 일을 행한 덕으로 훌륭한 결과를 내는 것입니다. 내 사리사욕으로 행한다면 부실공덕이요, 순수하게 행한다면 진실공덕이 되는 것인데요.
좋은 일에는 남을 위한 좋은 일도 있지만 수행을 하는 것 역시 좋은 일이 되는 겁니다. 며칠이 걸리든 3000배를 하고 나면 행복이 절로 따라올 겁니다.
선근공덕을 지으시는 건데요.
공덕은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이루어내는 모든 행위에서 따라옵니다. 이 생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난 것에 감사하고, 내가 몸이 불편해지게 된 내가 지은 업에 참회하시는 마음으로 생활하시기를 바랍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장애는 깨닫거나 수행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두려움에서 도망치다 보면 극복할 수가 없게 됩니다. 건강이 더 악화될까봐 걱정을 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도전을 해보세요. 몸의 불편함은 불교에서 말하는 장애가 아니라는 걸 잊지 마시고, 무리는 하지 마시되, 할 수 있는 만큼 매일매일 절을 하셔서 3000배를 꼭 하시기 바랍니다. 3000배는 불자님의 삶을 바꾸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겁니다. 몸의 장애는 수행의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주변 분들에게 당당히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불교에서도 제1조건이 믿음인가요?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 건 다른 종교와 다를 바 없어 보여서요. 저는 제가 이해가 되어야 받아들이는 성향인데 불교를 종교로 생각한다면 믿음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혼란스럽습니다.
불교에서도 믿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무조건 믿으라는 건 아닙니다. 맹목적인 믿음은 올바른 종교가 이끄는 길이 아니에요.
믿음을 다지기 위해 불교공부도 해야 하고 공부를 하면서도 알음알이에 믿음이 깊어지면, 당장 이해가 되지 않는 말씀이라도 믿음이 생기게 되는 거죠. 알고 믿으라는 말은 신앙만 할 것이 아니라, 공부와 수행을 통해 믿음을 키워가라는 말입니다.
수행이 따르지 않으면 믿음이 깊어질 수 없고 불법과 선지식에 대한 믿음이 약하면 수행이 깊어질 수 없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부처님이 제시한 수행의 길을 갈 수 있는 겁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으면 중간에 슬럼프가 와도 극복하는 힘이 더 강해지는 겁니다.
제가 부처님과 제자 박칼리의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박칼리가 중병으로 앓아누웠는데 회생불가능이었답니다.
부처님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뵙고 싶었다는 박칼리에게 “나의 이 늙은 몸을 보고 예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법을 보는 자는 부처님을 보고 부처님을 보는 자는 진리를 보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셨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는 부처님에 대한 예배가 불교의 신앙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합니다. 불교의 기본 입장은 맹목적인 신앙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보고, 알고, 깨달으라’고 가르칩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고 난 후 처음으로 얻은 제자에게도 당신이 깨달은 진리를 자세히 설명해줌으로써 이해를 시키셨어요. 깨달은 자 부처님을 믿는게 아니라 부처님의 말씀이 진리이기 때문에 그분의 가르침을 믿고 깨닫고자 수행을 하는 겁니다.
믿음은 강요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강요로서 믿게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해함으로서 가지게 되는 확신이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믿음이 되는 겁니다.
사람들 앞에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편입니다. 싫으면 싫은 티, 좋으면 좋은 티가 그대로 드러나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도 많이 듣습니다. 어떻게 해야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수 있죠? 스님께 배우고 싶습니다.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겠다는 생각보다는 마음에 긍정의 기운을 담으세요.
긍정적인 생각만큼 중요한 건 없어요. 속에서 나는 억울하다, 짜증난다, 왜 저러나 이런 마음이 있으니까 표정도 그렇게 나오는 겁니다. 살면서 쓴소리를 얼마나 많이 듣는데 내가 잘못한 게 있나보다, 저 사람과 나는 그냥 다른 성격인가 보다 하고 슬슬 흘리는 융통성도 있어야 하고, 나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주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짜증난다는 마음이 들 때마다 자기 표정이 어떤가 한 번 생각해보시고 의도적으로 살 피려는 노력도 하면 습관이 돼서 조금은 나아지겠죠.
그래도 안 된다 하면 내 감정이 울컥 울컥 올라와 다른 사람을 피곤하게 할 때마다 철야기도를 하십시오. 막연히 해도 안돼, 난 이런 사람인가봐 하는 핑계로 그치지 마세요. 지금 주변 사람들에게 감정을 티내지 않고 원만하게 지내고 싶으신 거잖아요. 좋은 티를 내는 거야 긍정의 기운이니 무리가 없겠지만 싫은 티를 내는 건 반드시 고치시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걸 고치기 위해 고쳐질 때까지 뭐든 해보겠다는 독한 각오를 가지셔야 합니다.
내가 감정을 조절 못하고 싫은 티를 낸 날이다 하면, 밤새 관세음보살을 외우면서 감정을 다스리던지, 아니면 밤새 절을 하세요. 기도를 하고 절을 하면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내 감정대로 행동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지세요. 결국은 배려의 문제고, 분노조절의 문제입니다. 싫은 티를 내는 건 솔직하기 때문이 아니라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내 주변 사람들도 같이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매일 매일 발원하시는 것도 감정을 티내지 않고 원만하게 지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