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 이겨내고 오늘도 행복한 기도

 

설법보전 3층 기도처에서 어느 누구의 간섭 없이 ‘관세음보살’만 독송하라는 스님의 말씀에 평상시 10여 분도 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한 제가 여러 신도와 20여 시간을 기도에 임했다는 것에 제 자신도 놀랐습니다. 지난날 부처님을 찾지 않고 살아온 것에 후회가 막심합니다.

새벽 다섯 시 정각 아파트 문이 열립니다. 앞마당에 우리 아파트 101동 할머니가 운동하러 나오십니다. 이 할머니는 매일같이 그 시간이면 근교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아침운동을 하러 오십니다. 첫 인사가 오늘도 변함없이 “모친은 잘 계시냐?”는 물음입니다. “잘 계신다”는 말대신 “그럭저럭 계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모친께서는 2014년 4월에 고향인 경북 청송에서 86년을 사시다가 지금은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 근처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저희 집에 오시면 항상 운동장으로 같이 가셨기 때문에 이웃 할머니께서 안부를 물으신 것입니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면서 저희 집에서 일어난 일들을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6월 15일은 조부님의 기일이었는데 저의 친손녀와 외손자가 같은 날에 태어났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 할머님 하시는 말씀이 “그래그래, 절에도 잘 다니고 어머님께 효자고 또 운동을 열심히 하니까 복 받았어, 복 받았어” 하십니다. 정말로 부처님께서 저희 내외에게 복을 주셨나 생각을 했습니다.

새벽녘 학교 운동장에는 항상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운동을 하시는데 군대식으로 “충성” 하고 인사를 드리다보니 ‘충성 아저씨’로 통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새벽 3시 40분이면 불교방송 경허 스님 ‘참선곡 불경’을 청취하면서 아침을 열고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 부처님이 자비 광명을 저에게 내려 주셨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5년 1월 직장암 2기 진단을 받고 온갖 어려움 끝에 지인이 추천해 준 서울 모 대학교 구로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는 수술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항암치료를 12회 까지 하는 도중 사경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때 지인이 삼광사로 가보라는 말을 했습니다. 방에 누워 꼼짝도 못하는 저를 두고 우리 내자(內子)는 무작정 삼광사로 달려갔습니다. 불교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대웅보전에 들러 부처님께 기도를 하였습니다. 부산지역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내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삼광사로 기도를 하러 갔는데 제 건강이 조금 회복되자 같이 갈 것을 권했습니다. 그렇게 삼광사로 동행해서 신도가 되었습니다.

삼광사 법회 날에는 꼭 참석했습니다. 다소 생소했던 지관전에서의 법회는 저에게 잊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부처님의 말씀, 법사님의 법문, 주지 스님(당시 영제 스님)의 말씀을 듣고 이렇게 좋은 사찰이 있는 줄 몰랐다는 것을 후회했습니다. 사회를 보는 불자님의 처음 온 신도 소개시간에 서슴없이 일어나 박수를 받았고, 삼광사 지관전 단상에 나가 주지 스님이 나눠 주시는 108염주를 받는 순간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그때부터 우리 내외는 천태종 삼광사 신도로 지내고 있습니다. 병고가 있을 때 어느 한 사람도 제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삼광사 대웅보전에 계시는 상월원각대조사님께서는 저희 내외를 인도해 주셨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법회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꼭 참석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삼광사에서 돌아가신 조상 영가님께 천도재를 올린다는 소식에 우리 내자는 조부모님 내외, 장인장모님 내외, 부친까지 다섯 분을 몇 년 동안 천도해 드렸습니다. 삼광사에서 하는 대로 동참 기도를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저의 건강은 조금씩 회복됐고, 생업에 종사하면서 열심히 경전공부를 하면서 지금까지 하루도 변함없이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삼광사에 다니는 지인이 ‘천태종 신도는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에 가서 4박5일을 기도해야한다’고 말해줘 하절기 휴가기간을 선택해 말로만 듣던 충북 단양군 영춘면 백자리 소백산 구인사를 찾았고, 표지석을 보는 순간 감개무량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나 의심했지만 부산 동래에서 함께한 지인이 이것저것을 가르쳐줬고, 수많은 신도들과 한 가족이란 것을 느꼈습니다. 설법보전 부처님, 관음전 부처님, 삼보당에 계시는 상월원각대조사님, 광명당 부처님, 상월원각대조사전 부처님께 합장 예배 올리고 적멸궁까지 참배를 했습니다.

설법보전 3층 기도처에서 어느 누구의 간섭 없이 ‘관세음보살’만 독송하라는 스님의 말씀에 평상시 10여 분도 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한 제가 여러 신도와 20여 시간을 기도에 임했다는 것에 제 자신도 놀랐습니다. 지난날 부처님을 찾지 않고 살아온 것에 후회가 막심합니다. 구인사란 기도처가 있고, 여기 기도하러온 것은 저희 내외의 행운임을 깨달았습니다. 지난날이 영화의 필름처럼 회상되는 가운데 저의 온 몸은 땀방울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많은 신도들이 무엇 때문에 관세음보살님을 독송하는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았고, 초보 신도로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기도할 수 있는 주변 여건이 너무나 좋았으며, 그렇게 3박4일을 기도하고 아쉬움이 남았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습니다. 지난해도 지인 내외와 같은 방법으로 기도하고 왔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꼭 4박5일을 기도하러 갈 것을 부처님께 약속했습니다. 삼광사에서 열리는 법회는 수없이 많지만 마음만 함께하고, 대신 정기법회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십 원 한 닢도 아끼던 내자가 지난 4월 초파일 부처님 전에 33인 독등을 달고 환하게 미소 지었습니다. 평소에 그 검소함을 능히 알고 있는 저와 자녀들은 놀라면서 그 정성에 감탄했습니다. 진정한 저의 마음을 알아주는 님은 과연 누구일까 생각하니 부처님과 상월원각 대조사님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웃집 노 보살님이 하신 말씀대로 우리 내외가 정말 복을 받은 것 같습니다.

병고에 있을 때 자녀들은 결혼은 생각조차 못했으나 서로의 짝을 찾아 결혼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내자 회갑(음력 5월 8일) 선물이 되어 평생에 크나큰 축복을 주셨습니다.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그 님을 따라서 그곳에 머물겠습니다. 항상 부처님과 천태종 중창조이신 상월원각대조사님 옆에서 기도할 수 있도록 해주신 삼광사 대웅보전 부처님과 덕망 높으신 주지 스님, 대덕 스님께 감사드리며 우리 주변에서 항상 수고하는 신도 여러분께 고맙습니다.

지나온 나날이 어렵고 고되지만 지금은 부처님 품안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저희들만 감내하기 어려워 이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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