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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 신뢰가 망가질 때에
  •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한국학과 교수
  • 승인 2015.12.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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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의 ‘야당언론’ 제재
권위주의 정권 언론탄압 빼닮아
언론의 비판 ‘청정승가’ 밑거름

종교학계의 실정을 보면 특히 미국이나 한국처럼 다종교 사회의 경우, 종교 현실 분석의 틀로 ‘종교시장’ 이론을 자주 활용한다. 경쟁하려 하지 않아도 사실상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여러 종교단체들이 존재하며, 그 종교단체들에게 성금이나 불전 등 재물을 기부하는 신도들이 있다면 시장과 다를 게 없는 관계들이 성립된다는 논리에 따른 분석의 틀이다.

만약 종교계가 정말 시장처럼 기능한다면 거래되는 그 ‘재화’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천당행이나 극락왕생인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교회에 아무리 성금내도 천당은 ‘기부입장제’(?)는 분명히 아니며, 더군다나 자력신앙인 불교의 구조에서는 그 무슨 의례를 어떻게 집행해도 ‘극락왕생 보증’을 그 어느 사찰도 ‘팔’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구도자에게 스스로 공덕 쌓아 이고득락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방편을 가르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종교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구원의 방편을 가르치는 성직자에 대한 ‘신뢰’다. 물론 스님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부처님 뵈러 사찰에 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찰 신도들은 스님들의 말씀을 믿고 나아가서 스님들과 인간적 신뢰 관계를 만든다. 그래서 승보를 포함해 ‘삼보에 귀의한다’고 의례적으로 말하지 않는가? 이런 기초적 신뢰가 망가진다면 아무리 사찰생활의 이국적 정취로 외국 관광객을 들여 ‘템플스테이’로 돈을 번다 한들, 전통불교의 존립은 장기적으로 과연 가능하겠는가?

그러나 최근 조계종 일부 권력자들의 태도를 보면 ‘이 분들이 다수의 신뢰를 잃어버리려고 일부러 작정한 게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몇 주 전에 조계종 종무회의는 불교계 ‘야당 언론’격인 두 언론사를 해종(害宗) 언론으로 규정하여 그들에 대한 각종 제재를 가결했다. 그 제재의 내용을 보면 일부는 1970~80년대 권위주의 정권들이 구사한 언론탄압의 방식을 그대로 빼닮았다. 광고 중단 압력은 대표적이다. 이제부터 -한국에서 북한의 ‘유해 사이트’를 열 수 없듯이- ‘해종 언론 사이트’를 사찰에서 열 수 조차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가 막힐 정도였다. 일부 권승들의 부정행위, 학생과 교수의 장기단식으로 이어진 종립학교 인사의 일부 권력자 부당개입 의혹 등을 보도한 ‘죄’ 외에 아무런 죄도 없는 언론사를 ‘이적단체’로 만드는 게 정말 불교의 화합 정신에 부합되는 일인가?

정계든 종교계든 권력이 인간을 부패시키곤 한다. 동서고금의 철칙이다. 불가에서 이를 가리켜 옛날부터 ‘중 벼슬이 닭 벼슬’이라고 이야기해왔다. 욕망을 버리려고 출가한 사람에게 사판의 ‘벼슬’이 다시 한 번 욕망을 갖도록 한다는 현실을 직시해온 거다. 직시해온 만큼 여러 견제장치도 마련해왔다. 옛날 같으면 법랍 등을 보지 않고 모두 다 동등한 발언권을 가졌던 대중공사는 그런 견제장치였으며, 근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견제장치는 바로 비판적 언론이다. 종립학교를 사산화(私産化)하려 하고 도박판 벌이고 정계와 부정한 관계를 맺고 은처 등 신도들의 신뢰를 파괴시키는 파행을 저지르는 일부 권승들에 대한 불교언론의 비판이 있기에, 사부대중들이 청정승가 이상의 구현이 가능하다는 믿음과 불교에 대한 신뢰를 그나마 갖는다. 비판 언론이 살아 있는 민주국가에 대해서는 국내외에서 신뢰를 보내듯 말이다.

교과서를 국정화하듯 불교언론들을 ‘종정화(宗定化)”하면 그런 신뢰가 망가지고 만다. 신뢰 없는 종교단체가 결국 종교시장에서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는 진리를, 종단 관계자들은 기억해야 한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한국학과 교수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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