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지나자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 날씨가 머지않아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사람들이 월동채비를 하느라 이런 저런 계획을 짜고 있는 가운데 겨울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바로 에너지 빈곤층으로 불리는 사람들로서 이들은 겨울나기가 벌써부터 힘에 부친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10월말부터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는 에너지 빈곤층의 가장 큰 수요로 분류되는 연탄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서민들을 상대로 무료로 연탄을 나눠주는 연탄은행에 연탄이 확보되지 않아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연탄은행은 전국에 31개가 있습니다. 이들 연탄은행이 한결같이 공통으로 연탄의 빈곤상태에 놓여있다고 하니 겨울이 정말 걱정됩니다.

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절대빈곤층은 500만 명에 이릅니다. 그러나 GDP(국내총생산)대비 사회복지 지출은 OECD 28개 국가 중 꼴찌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을 정부와 지자체에만 맡겨놓을 순 없습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종교단체들이 먼저 이들의 지원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불교계도 주요복지단체를 중심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거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가정을 찾아 따뜻한 자비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고 하니 고마운 일입니다.

대승불교에선 보시(布施)를 최고의 덕목으로 꼽습니다. 보시는 나누는 삶이며 베품의 삶이며, 더불어 살아가는데 있어서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실천덕목이라는 것입니다. 보시에는 물질적인 베품의 재시(財施), 정신적인 베품의 법시(法施),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고 두려움을 없애주는 무외시(無畏施)가 있습니다. 또 반드시 재물이 아니어도 똑같은 공덕을 지니고 있는 무재칠시(無財七施)가 있습니다. 무재칠시의 첫째는 안시(眼施)입니다. 사람을 대하는데 부드럽고 따뜻한 눈빛으로 하라는 가르침입니다. 둘째는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로서 자비로운 미소를 머금고 사람을 대하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언사시(言辭施)인데, 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남을 대하는 보시입니다. 넷째는 신시(身施)로서 늘 몸가짐을 바르게 하여 사람을 대하고 노력하여 남을 도우라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심시(心施)로서 어진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면 모두가 평안해진다는 가르침입니다. 여섯째는 상좌시(床座施)인데, 윗자리가 되었든 어떤 순서가 되었든 양보하라는 것입니다. 마지막 일곱째는 찰시(察施)이니 굳이 묻지 말고 헤아려 도와주는 마음을 말합니다.

경전에 나오는 이와 관련된 보시의 일화를 소개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사위국 제타숲 ‘외로운 이 돕는 동산’에 계실 때입니다. 그 나라에는 옷감을 짓는 수마라는 작사가 있었습니다. 수마는 부지런히 일하며 성실히 살았으나 늘 가난하였습니다. 그는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전생에 보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같이 빈궁의 고통을 겪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세에도 보시하지 않고 죽게 되면 미래세에는 이보다 더한 빈궁과 고통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라도 노력하여 미래세를 준비해야겠다.’

수마는 이같은 생각을 갖고 날마다 실과 바늘을 갖고 다니며 떨어진 옷을 꿰매주는 보시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처님이 여러 비구들과 탁발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수마는 부처님께 다가가 가사의 떨어진 곳을 꿰매드렸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 예배를 올린 후 기도하였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비록 변변치 못한 보시이지만 이 공덕으로 미래세에는 눈 어두운 자에겐 밝은 눈을 얻게 하고, 구호를 얻지 못한 자에겐 구호를 받게 하고, 해탈하지 못한 자에겐 해탈하게 하고, 안온하지 못한 자에겐 안온하게 하고, 열반에 들지 못한 자에겐 열반의 경지에 들도록 해 주시옵소서.’

부처님은 수마의 기도를 듣고 빙그레 웃으시며 기뻐하셨습니다.

그 때 아난이 부처님께 왜 빙그레 웃으시는지 여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아! 끼니도 제대로 못 이을 만큼 가난한 저 수마가 나에게 옷을 꿰매는 보시를 하고 기도하는 것을 보았느냐? 그는 비록 지금 빈궁한 환경에서 고통받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고통에서 당장 벗어나게 해달라고 청하지 않았느니라. 그는 정성어린 마음으로 보시를 하고 그 보시의 공덕을 미래세에는 자신보다 더 큰 고통을 받는 자들을 구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원했느니라. 수마는 지금 빈궁하게 살지만 미래세에는 반드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웃었느니라.”

추운 겨울 빈궁한 이를 위해 연탄 한 장 도울 수 있는 재물이 없다 하더라도 중요한 건 마음입니다. 내가 비록 연탄을 사줄 수는 없다 해도 몸으로 그 연탄을 날라주는 공덕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경전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치를 깨닫게 되면 올 겨울 이웃과 함께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보시를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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