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齒) 아픈 외국인근로자, 치료 받으러오세요~”

 

옛날부터 조상들은 치아가 건강한 것을 오복(五福) 중의 하나라고 여겼다. 사실 치아 건강은 오복에 해당하지 않지만, 치아가 건강해야 몸 전체가 건강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그만큼 우리네 인생에 있어 치아는 가장 중요한 부위 중에 하나다. 치아가 아파 음식을 먹지 못했거나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게다가 치료비용도 만만찮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다. 이렇게 치아 진료를 받기 힘든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무료 치과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양현봉 강북다인치과 대표원장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무료 치과진료 활동을 해오고 있는 양 원장을 11월 13일 만났다.

화계사 무료 치과진료소는 2010년 외국인 근로자들의 치과진료를 위해 문을 열었다. 화계사에서 장소를 제공했고, 양 원장이 근무하고 있는 다인치과에서 치과진료 기계를 마련했다.

“병원 규모가 조금 크다보니 모범적으로 대사회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때마침 불교계신문을 우연히 봤는데 화계사가 외국인 근로자들을 도와주는 활동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절에 찾아가니 당시 주지스님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치과진료를 제안하셔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치과진료소는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만 진료한다. 이유는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고생하고, 다쳐도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1970년대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서 일을 했을 때 받았던 차별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에 대상을 한정했다. 진료비는 무료. 무료라고 해서 간단한 진료만 하진 않는다. 충치치료부터 비용이 많이 드는 보철치료(금니, 임플란트, 틀니 등을 씌우는 것)까지 다양한 진료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보철치료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산에서 보철치료를 받기 위해 진료소까지 찾아온 환자가 있었죠. 그냥 보내기가 미안해 치료를 해줬죠. 그리고 다른 환자들을 보니 그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치료가 주로 보철치료더군요. 수백만원이 드는 보철치료를 하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있겠죠. 그 후 교정과 임플란트를 제외한 진료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 원장 어떻게 사찰에서 치과진료를 하게 됐을까? 그는 젊었을 때 종교가 없었다. 불교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어디서 배워야 할 지 몰랐다. 불교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일반 불교대학은 시간이 맞지 않았다. 당시 매주 월ㆍ수ㆍ금이 야간근무였는데 대부분 불교대학 강의시간과 겹쳤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지인을 통해 정토회를 알게 됐고, 서초동 법당을 찾게 됐다. 그때의 첫 느낌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인연이 있었는지 정토회 불교대학 강의시간이 화ㆍ목요일이었다. 그는 바로 강의 등록을 마쳤고, 그 후 경전반까지 졸업했다.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불교공부를 한 후 환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얼굴에 웃음이 많아졌고, 표정도 밝아졌다. 그렇게 되니 기분 좋게 진료도 할 수 있게 됐다.

양 원장은 앞으로 지금의 봉사활동을 확대시키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을 만나서 치료해줄 생각입니다. 우리는 준비가 돼 있지만, 환자들을 찾아다니기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를 대신해 현장에서 환자들을 찾아 이곳으로 안내하는 활동가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또 많은 근로자들이 화계사 치과진료소를 찾아와 아픈 곳을 치료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 환히 웃는 양현봉 원장의 얼굴처럼 가족을 생각하며 타국생활을 버티는 외국인 근로자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나길 기원한다.

▲ 외국인 근로자의 치과치료를 하고 있는 양현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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