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ㆍ꼭두 전시한 장례문화 공간

▲ 쉼박물관에 전시된 전통상여. 상여에는 각종 꼭두가 장식돼 있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몇 번의 큰 전환기를 맞는다. 탄생, 성년, 결혼, 장례(葬禮) 등이 그것이다. 이에 수반되는 의례를 통과의례(通過儀禮)라고 한다. 한국인들은 한 망자(亡者)를 떠나보내는 의식에 정성을 쏟았다. 이런 한국인들의 장례문화를 제대로 살필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 소재 쉼박물관이 그곳이다. 쉼박물관은 전통 상여(喪輿)와 혼백을 운반했던 요여, 상여를 장식한 각종 꼭두와 용수판 등을 통해 조상들의 죽음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장례박물관이다.

쉼박물관은 자녀들에게 사라져가는 한국 전통장례문화를 알려주는 교육장이기도 하다.

이 박물관은 박기옥 관장이 40년 간 살고 있는 집을 개조해 2007년 10월 8일 문을 연 곳이다. 박 관장은 남편이 편안한 얼굴로 임종하는 모습을 보고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이후 한 평생을 살다가 잠드는 것이 진정한 ‘쉬는 것’이라는 생각에 박물관 이름을 ‘쉼박물관’으로 지었다.

박기옥 관장은 국장과 국민장을 우리나라 전통 장례식으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우리나라 꽃 무궁화 보급 운동을 펼치는 문화운동가다. 아울러 전통 보자기와 부채를 만들고 보급하는 전통문화 애호가이기도 하다. 평소 한국전통문화에 심취해 있던 박 관장은 50년 전부터 상여의 장식품인 ‘꼭두’의 매력에 빠져 하나둘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잡귀로부터 망자를 지킨다는 벽사의 의미를 담은 용수판 등 우리 조상들의 예술성이 깃든 미술품도 모았다. 거기에 전통 상여(喪輿)와 요여(腰輿)도 구입했다. 그렇게 한두 점 모은 것이 현재는 2,000여 점에 이른다.

쉼박물관, 1층(상여 전시실, 요여전시실, 꼭두 테마 전시실, 용수판 전시실)과 2층(‘날 것’ 전시실)으로 구분돼 있다. 상여전시실에는 망자(亡者)가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타는 가마인 상여가 전시돼 있다. 상여의 외부는 집의 형태를 본떠 만들었는데, 연꽃ㆍ봉황ㆍ쌍룡ㆍ동방삭ㆍ유소ㆍ사롱 등 각종 장식이 거의 완벽하게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박기옥 관장에 따르면 이 상여는 경남 진주지방의 부잣집에서 사용했던 것이다. 이 상여는 장정 24~36명이 들어야 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요여(腰輿) 전시실에는 일반 가마와 비슷하게 생긴 요여가 전시돼 있다. 요여는 혼귀(魂鬼)ㆍ신주ㆍ명기ㆍ복완(服玩) 등을 실은 작은 가마다. 장례 행렬에서 상여보다 앞에 배치되는데, 죽음과 동시에 분리된 혼령이 육신보다 앞서 움직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육신은 산에 묻히지만, 그 혼은 이 요여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 빈소에 머문다고 한다. 요여 옆에는 윤열수 씨가 30년 간 모아 기증한 부고장이 있는데, 보기 드문 유물이다.

꼭두 테마 전시실에는 장군ㆍ시종ㆍ광대ㆍ저승사자ㆍ도깨비ㆍ용ㆍ봉황ㆍ닭ㆍ일본 순사 형상을 한 다양한 꼭두와 △이수일과 심순애 △심청전 △오성과 한음 △도깨비 방망이 △연꽃 등 이야기가 있는 꼭두가 전시돼 있다.

그리고 용수판(龍首板) 전시실에는 용의 얼굴을 한 각양각색의 용수판이 관람객들을 반긴다. 용수판은 상여의 보개(寶蓋) 앞뒤에 부착하는 반달 모양의 판이다. 용수판은 귀면(鬼面), 용면판(龍面板) 등으로도 불리는데, 잡신으로부터 혼령을 지키는 벽사(酸邪)의 의미가 담겨 있다.

2층은 ‘날 것’ 전시실로, 날짐승 형상을 한 꼭두를 전시한 곳이다. 상여에 많이 장식되는 새는 지상의 영혼을 천상으로 인도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이곳에는 봉황ㆍ학ㆍ용 등의 꼭두가 전시돼 있다. 그리고 단종의 장례 행렬을 묘사한 테마형 꼭두도 자리잡고 있다. 박물관에는 장례문화와 관련된 유물 외에도 박기옥 관장이 해외를 다니며 수집한 유럽의 인형과 각종 장식품들도 볼 수 있다.

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 시간은 하절기(4~10월)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일요일 오후 2~7시, 동절기(11월~3월)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일요일 오후 2~6시. 관람료는 성인 1만 원, 소인 5000원이다. 02)396-9277.

▲ 잡귀를 막아준다는 벽사의 의미가 담긴 용수판.
▲ 상여를 장식했던 각종 꼭두.
▲ 박물관 2층에 전시된 '날것' 꼭두.
▲ 영가의 혼백과 신주 등을 싣는 요여.
▲ 부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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