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2015년 ‘삶의 질’과 관련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인들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0점을 받았다고 합니다. 전체 평균 6.58점보다 낮은 수치로 OECD에 속한 34개 국가 중 27위를 차지했습니다. 조사 결과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한국인은 자신의 주위에 기댈 수 있을 만큼 믿어도 될 사람이 거의 없다고 답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이 분야에 있어선 34개국 중 34위로서 꼴찌를 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내 주위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현실입니다. ‘군중 속의 고독’이 바로 이럴 때 쓰이는 말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일상적 삶에서 만족도가 낮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여론조사기관이 은퇴자를 대상으로 현역 시절의 삶에 대해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거나 치열하게 살았다는 답변보다 여러 부분에서 ‘후회가 막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했다거나, 감정에 휘둘려 일을 그르쳤다거나, 내 몸을 돌보지 않고 일에 매달리다 건강을 해쳤다는 등 저마다 후회를 동반한 사연이 가득했습니다.

사람은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후회를 많이 한다는 게 정신분석학자들의 진단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의 도호대학교 오모리 병원 완화케어센터장 오츠 슈이치는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라는 책을 썼고 몇 년 전 이 책은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이 책에도 보면 일상 생활과 직결된 감사, 겸손, 친절, 연애, 여행, 결혼, 유산, 건강, 종교 등 각각의 분야에서 후회하는 고백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다가옵니다.

부처님도 전 생애를 둘러보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러한 가르침을 〈잡아함경〉 42권에서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아난다와 함께 마을로 아침 탁발을 나갔다가 늙은 거지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남루한 누더기를 입고 모닥불을 쬐고 있었다. “부처님, 저 노인들은 어찌하여 늙은 따오기처럼 신세가 곤궁하게 되었습니까?” 아난다의 질문에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 늙은 부부는 젊고 건강했을 때 열심히 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저들이 젊고 건강했을 때 열심히 일을 했더라면 아마도 사밧티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만약 출가해서 수행에 전념했다면 훌륭한 아라한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젊은 시절에 그렇게 살지 않았다.”

다시 아난다가 여쭈었다. “저들은 청년 시절의 게으름 때문에 늙어서 과보를 받았다는 말씀인지요?” 부처님이 다시 말씀하셨다. “아니다. 만약 장년이 되었을 때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일했다면 사밧티에서 둘째가는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또 출가해서 수행을 했다면 훌륭한 결과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장년 시절도 그냥 보냈다. 그리고 다시 중년을 맞았다. 그때라도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일했다면 사밧티에서 셋째가는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또 열심히 수행을 했다면 훌륭한 과위(果位)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그런 기회를 다 허송하고 말았다. 저들은 이제 건강도 없고 재물도 없고, 의욕도 없고 감당할 능력도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구나.”

경전에 나오는 이 말씀은 매우 의미심장한 뜻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내용으로 25가지가 꼽히고 있는데 재산과 건강과 의욕이 모두 거기에 포함돼 있습니다. 늙은 거지부부는 허송세월로 이들을 모두 날려버리고 곤궁하게 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대부분 때를 놓치고 안일하게 살다가 나중에 크게 후회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행위에 대해 후회하는 것보다 오히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후회하는 것이 옳습니다. 늙은 거지부부처럼 인생의 마지막에 가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후회야말로 더 이상 어쩔 수 없기 때문입니다. 〈탈무드〉에도 “실패한 일을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지도 못하고 후회하는 것이 훨씬 바보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매달려봐야 후회하지 않게 됩니다.

중국의 주자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실천하지 않으면 후회하는 열 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 후회한다. 둘째, 가족에게 자상하지 않으면 헤어진 뒤에 후회한다. 셋째, 젊을 때 공부하지 않으면 늙은 뒤에 후회한다. 넷째, 편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망한 뒤에 후회한다. 다섯째, 풍족할 때 아끼지 않으면 가난해진 뒤에 후회한다. 여섯째,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 일곱째, 담장을 고치지 않으면 도둑이 든 뒤에 후회한다. 여덟째, 색을 삼가지 않으면 병이 든 뒤에 후회한다. 아홉째, 술 취해 한 헛소리는 술이 깬 뒤에 후회한다. 열째, 손님을 대접하지 않으면 돌아간 뒤에 후회한다입니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 실천해야 될 내용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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