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구 스님
(진주 월경사 주지, 제천 삼천사 10월 14일 법회)

여러분 반갑습니다. 요즘 많은 불자들이 사찰법회에 참석합니다. 저는 오늘, 불자 여러분들께 법회(法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이 ‘법회’란 사전적 의미로 보면 좁게는 ‘불법(佛法)을 강설하기 위한 모임’, 넓게는 ‘승려 및 신도가 한 곳에 모여 불사(佛事)를 행하는 일’입니다. 즉 불경 또는 불교의 교리를 설하는 종교의식인 셈이죠. 여러분들은 이런 법회에 참석하면 여러 가지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경전은 난해합니다. 중생들의 근기가 낮기도 하거니와 번역을 여러 차례 거치다 보니 더 어렵습니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부처님 가르침이 전해지면서 중국 사람이 번역을 합니다. 그것을 다시 한국 사람이 번역 하니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겁니다. 하지만 난해하고 어렵다고 그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자꾸 듣고, 열심히 공부하고, 배워서 이해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런데 재미없고, 어렵다고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런 분들은 그냥 영화관이나 쇼를 하는 곳에 가야 합니다. 종교생활을 취미생활로 이용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법회는 이렇게 중요한 행위입니다. 무엇보다, 여러분들이 모르는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회 시간만이라도 그 시간을 본인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절에 있을 때는 절 밖에서 생각하는 잡념이나 쓸모없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 도량(道場)이라는 말 많이 들어 보셨죠? 부처님이나 보살님들이 도를 얻는 곳이며, 도를 얻으려고 수행하는 곳을 말합니다. 평소 사용하는 뜻으로는 불도를 수행하는 절이나 스님들이 모인 장소를 일컫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있는 이곳도 도량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스스로 잡념을 버리고 청정도량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도량에 관한 내용이 〈천수경〉에 나옵니다. ‘일쇄동방 결도량(一灑東方 潔道場), 도량찬(道場讚), 도량청정 무하예(道場淸淨 無瑕穢)’ 등입니다. 그러니 절에 법회를 보러 오면 한 시간이 됐든, 두 시간이 됐든 일체의 잡념을 버리시길 바랍니다. 촌음(寸陰)이 중요한 시간인 만큼 금쪽같이 써야 합니다.

불교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종교입니다. 남을 배격하지 말고 항상 배려해야 합니다. 남을 배려하려면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줘야 합니다. 경청을 해야 하죠. 지금은 고인이 된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씨는 생전에 ‘말을 배우는데 3년이 걸리지만,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은 60년이 걸린다’라고 했을 정도로 남의 말을 들어주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듣질 않고 자기 말만 하려 합니다. 한 시간 법회를 한 후 물어보면 무엇을 들었는지 잘 몰라요. 본인이 잘 들어서 남한테 가르쳐 주기도 해야 하는데 말이죠. 여러분들이 법회에 참석해 내용을 귀담아 듣고, 배운 것을 집이나 직장으로 돌아가 가족과 지인들에게 알려주고, 전달해야 합니다. 전달자 입장이 돼야 합니다. 아무리 부처님 말씀과 가르침이 아름답고 거룩해도 전해 듣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겁니다. 이것을 전달하고, 홍보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이 그런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어떡해야죠? 본인 말만 하지 말고 남의 말을 잘 귀담아 들어야겠죠. 또 불자로서 부처님 가르침을 듣기 위해 절에 오려면, 며칠 전부터 자기 몸을 스스로 관리해야 합니다. 평소와 달라야 하죠. 의복부터 깨끗해야 합니다. 우중충하고 더럽게 입고 오면 안 됩니다. 내 옷이 깨끗하면 내 마음도 같아지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향을 싼 종이에는 향냄새가 나지만, 생선을 싼 종이에는 생선 비린내가 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절에 나가기 전에 본인 스스로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고 깨닫는 바가 있을 겁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다보면 자기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자기 기분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렇게 안 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절에 나와서 법회에 참석하고, 수행ㆍ정진과 기도를 통해 노력을 하는 겁니다. 이 수행이라는 것은 절대 고통 없이는 이룰 수가 없습니다. 고통을 스승으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내게 오는 고통을 감로수로 알고, 잘 참고 이겨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참석하고 있는 정기법회도 1년 365일 중에 딱 12번뿐입니다. 이 12번을 다 참석하는 것도 큰 신심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 한 두 번 빠지기 시작하면 계속 빠지게 돼 있습니다. 그럼 처음 ‘법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아야지’ 다짐한 원래의 초발심(初發心)은 어디론가 사라지죠. 주위에서도 ‘저 사람 처음에는 안 저랬는데...’라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또 수행을 함에 있어서 온 마음을 다 쏟아야 돼요. 그게 근본 수행이고, 참 공부입니다.

오늘 말씀 드린 내용을 잘 이해해서 법회에 자주 참석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열심히 공부해 모두 참다운 불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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