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밴드 활동, 어른들이 더 좋아해요!”

▲ 청량사 영주문화센터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밴드 단원들.

‘순수(純粹)’는 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음을 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순수를 아이들의 마음에 비유하고, 불가(佛家)에서는 아이들을 ‘천진불’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순수함 가득한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미소를 띠우기 마련이다.

이런 순수함을 간직한 초등학생 아이들이 모여 사찰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밴드’를 결성해 문화포교를 실천하고 있는 동호회가 있다. 봉화 청량사 어린이밴드다. 기타ㆍ베이스ㆍ건반ㆍ드럼. 사찰에서 접하기 쉬운 목탁이나 죽비 대신 아이들의 손에 잡힌 악기들이다. 교회가 아닌 사찰에서는 무척 생경한 모습이다.

단풍잎이 대지를 수놓은 10월의 마지막 날, 어린이밴드 연습실이 있는 청량사 영주문화센터를 방문했다. 어린이밴드는 매주 토요일 2시간씩 연습을 하는데, 이날은 오는 16일 서울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불사 모연의 밤’ 축하공연을 앞두고 서로 합을 맞추는 자리였다. 특히 공연을 위해 새로 연습한 곡 ‘난 아직 사랑을 몰라(영화 어린신부 OST)’의 중간점검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드럼연주자의 신호에 맞춰 연습이 시작되자 연습실은 이내 우렁찬 악기소리로 가득 찼다. 그리고 반주 사이로 보컬을 맡은 여학생의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자주 모여 합주를 하지 못하는 환경임에도 4학년 때부터 2년 동안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인지 연습은 비교적 깔끔했다.

청량사 어린이밴드는 2013년에 창단했는데 그 계기가 독특하다. 청량사는 어린이법회의 대표 사찰인 만큼 부모들 간의 소통이 많아 성인밴드가 먼저 구성됐다. 이후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연습하자 아이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는 곧 어린이밴드 결성으로 이어졌다. 항상 아이들을 배려하는 주지스님의 관심도 한몫했다. 현재 남학생 1명과 여학생 7명의 동년배로 구성돼 있으며, 가요뿐만 아닌 찬불가까지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어린이밴드는 창단 이후 불교계와 지역사회에서 각광을 받으며 수많은 공연을 펼쳐오고 있다. 가는 곳마다 관객들의 호응이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초청공연을 했는데 어르신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고. 이런 인기 덕분인지 올해는 이미 공연 일정이 12월까지 가득 찼다. 하지만 내년이면 아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에 지금의 밴드를 별도의 명칭을 정해 독립시키고, 어린이밴드 2기를 구성할 예정이다.

보컬 김유민 양은 “친구들과 취미로 음악을 할 수 있어 즐겁다. 특히 관객들의 환호가 가장 기분 좋다”면서 “배우기 어려운 것들을 사찰에서 경험할 수 있어 재밌고 감사하다”고 활동소감을 밝혔다.

순수함으로 세상을 맑히는 청량사 어린이밴드. 찬바람에 가을나무가 잎을 떨어내듯 이들의 공연이 어른들의 삿된 마음을 정화하는 법음(法音)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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