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ㆍ장소 번복 등 무례에 기자들 보이콧

일면 스님이 자신에게 제기된 흥국사 탱화 도난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입장을 밝히려 했지만 언론사 선별을 비롯, 기자회견 시간과 장소를 번복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동국대 전략홍보팀은 10월 30일 오전 10시경 ‘11시에 이사장 일면 스님이 동국대 정각원에서 탱화 의혹과 관련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불교계 언론매체 7곳(불교신문ㆍ법보신문ㆍ현대불교ㆍ주간불교ㆍ미디어붓다ㆍBBS불교방송ㆍBTN불교TV)에 참석 여부를 물었다.

이 같은 소식에 불교계 언론매체 12곳 기자와 동국대 학생기자들이 일면 스님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다. 흥국사 탱화와 관련해 일면 스님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처음이다. 스님은 그동안 법률대리인을 통한 입장만을 전해왔다.

하지만 오전 10시 50분경 전략홍보팀은 장소가 변경됐다며 기자들을 홍보실로 불러 모았다. 정각원 앞에는 동국대 학생들이 ‘일면 스님 퇴진’ 등의 문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 홍보실 이동 후에도 정확한 시간과 장소 등은 알지 못한 채 30여분을 대기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죄송하다. 잠시만 기다려달라”고만 말했다.

이윽고 홍보팀 관계자는 “사전에 연락한 7개 언론사에 대해서만 기자회견을 간담회로 변경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기자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으며 보이콧 하기로 뜻을 모았다. 불과 1시간 전에 긴급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음에도 시간과 장소를 번복하고, 일부 언론사만 선별해 진행한다는 데에 따른 것이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은 11월 2일 오전 11시에 일면 스님 기자회견을 요청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해산했다.

이와 관련해 학교 측은 ‘기자들의 보이콧’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계종단 내에서 일면 스님이 차지하는 권위와 얽힌 ‘탱화 도난 의혹’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켜 세간의 관심이 쏠려있음에도, 사전에 7개 언론매체에만 연락했기 때문에 다른 매체 기자들을 배제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에 홍보팀 관계자에게 언론매체 선별 기준을 묻자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는 현재 이사장스님과 소송 중에 있기 때문에 부르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소송 중이 아닌 매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날 배제된 언론매체는 평소에도 동국대와 관련된 보도를 해오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법인사무처는 일부 기자에게 “이사장스님 입장문이라도 받아가라”는 연락을 했고, 일면 스님은 이를 받으러 사무처를 들른 몇몇 기자에게만 해명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면 스님은 이 자리에서 “흥국사 주지 시절 탱화를 2점 도난당한 것은 사실이고, 참회하고 있다”면서 “당시 의현 스님의 총무원장 3선 반대에 앞선 일로 19개월간 주지 임명장을 받지 못해 도난 사실을 보고할 상황이 안 됐다. 더불어 선천적인 간질환이 당시 최악의 상황으로 진행돼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스님은 흥국사 탱화인 일직사자도와 월직사자도가 불교중앙박물관에 소장 중이라는 내용의 유물보관증서를 배포했다. 반면 기자들이 요청한 11월 2일 기자회견은 거절했다.

일면 스님의 이 같은 행동에 일각에서는 동국대 이사 선임을 위한 강경책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 동국대 이사후보 추천을 위한 종관위 회의가 성원미달로 두 차례나 연기돼 중앙종회를 거치지 않고 동국대 이사회에서 직접 이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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