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세계불교포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교도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세속의 논리와 탈세속의 논리 사이에서 적절한 중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세속의 논리와 가까우면 종교적 성스러움과 사회의 존경을 잃게 되고, 종교로서 사회적 지도력도 상실할 것이다. 반면 세속의 논리와 너무 멀면 사회적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세속과의 접점도 사라지며, 그 사회적 의미나 역할도 소멸할 것이다.”

박창환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장은 10월 24일 중국 무석에서 열린 제4차 세계불교포럼에서 ‘21세기 세계불교의 세속화 경향에 대한 한 단상’이라는 주제로 이 같이 주장했다.

박 소장은 발제문을 통해 후기자본주의가 세계불교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면서 한ㆍ중ㆍ일ㆍ서양 등의 불교계의 세속화 경향을 설명했다.

박 소장은 “자본의 논리에 지배당하는 세속화 경향은 세계불교의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한국불교계의 일각에서 최근 불거진 출가자들의 일탈행위는 일반시민들에게 불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는데 일조했다”면서 “또한 세계언론에도 보도돼 ‘한국불교는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확대됐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세속화의 경향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불교는 한국사회의 주류담론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이어 “일본불교의 세속화 과정을 상당히 진행됐다. 정신적으로 세속사회를 제도했던 성스러운 종교로서의 권위를 상실하고 점점 사회 주변부로 밀리고 있는 듯하다”며 “반면 중국불교는 정부의 영향 하에 있지만 상승일로에 있다. 이제부터는 불교가 자본의 탐욕으로 병들어가는 세속사회의 흐름을 뒤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서양불교에 대해서는 “승가라는 공동체생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신적 자유를 추구하는 개인주의 불교로 재탄생했다. 전통과 계율에 의해 지배받는 종교가 아니라 하나의 삶의 방식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자본주의에 따른 환경문제에 세계불교가 관심가질 것을 당부했다. 박 소장은 “지구의 자연환경은 자본주의 논리를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고 있고, 이는 곧 인류에게 엄청난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세계불교인들은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무탐ㆍ무진ㆍ무치의 불교적 삶의 양식이 전지구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