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마음의 양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이 0.8권에 불과하다는 소식이다.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중국 2.6권에 비해 크게 낮다. 독서량 순위에서 세계 166위로 최하위권이다. ‘독서가 취미’라는 사람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종교인의 독서량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불교출판계에서는 타 종교에 비해 불자들의 독서량이 크게 못 미친다고 말한다. 선불교의 ‘불립문자(不立文字)’를 곡해해서는 안 된다. 불서(佛書)는 부처님의 향기를 몸 속 깊이 배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불자들은 오히려 타 종교인에 비해 불서를 더 많이 읽어야 한다. 절대신을 믿고, 그에게 복종하는 종교라면 굳이 경전을 많이 읽지 않아도 믿고, 복종하는 것만으로 신앙이 깊어질 수 있다. 하지만 불교는 스스로를 닦아 부처에 이르게 하는 종교다. 스스로를 닦는 방법은 바로 경전과 선승들의 가르침을 가까이 두고 읽고, 실천하는 것이다. 스님들의 법문은 즐겨 들으면서 법문이 정제돼 실려 있고, 법문의 출전(出典)이라 할 수 있는 불서를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은 게으름이다.

수십 년 절에 다닌 불자조차 가족과 이웃에게 불교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현실은 불서를 멀리하는 이 같은 풍토에 기인한다. 반면 기독교인들은 1~2년만 교회나 성당을 다니면 성경 문구를 줄줄 왼다. 종교인의 독서량이 신앙심과 비례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불서가 법문 못지않게 불자들을 바른 신행으로 이끌어주는 길잡이란 점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이 가을, 모든 불자들이 불서로 마음의 평온은 물론 교양과 인격을 쌓기 바란다. 법복을 입은 불자보다 불서를 읽는 불자를 더 많이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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