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이자 ‘身供養’ “활력·환희심 충만해져요"

▲ 지난 5월 16일 서울 동국대운동장에서 열린 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 어울림한마당에 참여한 각 사찰 연희단원들이 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탄생한 불교인들의 최대 명절입니다. 전 세계 불교인들은 부처님 오심을 축하하는 축제를 펼칩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 때부터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등을 밝히는 연등회의 전통을 잇고 있습니다. 연등회는 이러한 역사성을 인정받아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여러 불자님들께서는 범불교적으로 행하는 연등회 제등행진, 사찰의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에 한 번씩은 참여해 보셨을 겁니다. 제등행렬의 백미는 각양각색의 연등과 불ㆍ연기를 뿜는 용등, 우렁찬 소리를 내는 코끼리등, 날개가 일품인 봉황등 등 대형 장엄등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 우리의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이들이 있지요. 바로 무용으로 연등회를 빛내주는 연희단원들입니다. 이들은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옷을 입고 우아한 몸짓으로 봉축행사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줍니다.

이들은 연등회에서의 공연을 위해 짧게는 수 개월, 길게는 1년여간 연습한다고 합니다. 물론 사찰의 각종 행사에도 참여해 불자님들께 아름다운 춤으로 ‘무용공양’을 합니다. 무용이 좋아서 시작했다가 불교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된 불자, 불교공부를 시작했다가 무용을 접하면서 ‘무용공양’의 원력을 세우고 실천하는 불자를 만났습니다.

▲ 조진선 불자

조진선(61) 불자

제가 제일 좋아했던 건 노래였어요. 국악을 비롯한 전통음악을 ‘언젠가는 하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민요를 배워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20년 전 우연히 한국무용을 접하게 됐어요. 생소한 분야인데, 해보니까 흥미가 느껴졌어요. 저와 궁합이 맞다고 해야 할까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무용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무용을 배우러 문화센터와 교양대학에 가고, 실력있는 선생님을 찾아 학원에도 다녔습니다. 일주일에 4번은 무용을 배웠죠. 그러다가 제게 무용을 가르쳐 주던 선생님이 7~8년 전에 조계사무용단을 지도하게 돼 저도 따라갔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불교교리를 공부하게 됐고, 불교에 심취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어릴 적 사찰에 다니셨던 부모님의 영향 때문에 불교적 정서는 가지고 있었지만, 절에 다니지는 않았거든요.

불교를 공부하면서 무용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은 줄 아세요? 공연을 준비하거나 평소 연습하다 보면 힘들 때가 있는데, 제게 큰 힘이 되어 줍니다. 종교의 힘이겠죠. 그만큼 제 신심도 좀 깊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공연하는 시간은 짧은데 반해 공연을 위한 연습 시간은 작은 행사든, 큰 행사든 할 것 없이 오래 걸리죠.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는 적어도 5~6개월은 걸립니다. 힘이 들 때도 있지만, 다른 봉사는 못하니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춤으로 부처님 전에 공양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습니다. ‘내가 부처님을 위해 뭔가 활동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사찰에서 지내는 49재, 백중, 부처님오신날에 주로 많이 공연하는데요,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무대에 많이 섰어요. 

부처님오신날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백중이나 49재 때는 경건한 마음으로 무용을 합니다. 무대에 서려면 여러 가지 춤을 섭렵해야 하는데, 그 중에서 저는 살풀이를 가장 좋아합니다. 경쾌하고 즐거운 춤도 좋아하지만, 제 성격 탓인지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춰야 하는 살풀이가 더 좋습니다. 지금은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승무를 배우고 있어요. 승무는 춤 중에서도 가장 나중에 춰야 한다는 춤으로 불릴 만큼 어려운 춤입니다. 북을 치면서 춤을 춰야 하니 더 어려운 거죠. 북소리도 아름답게 내야 하니 많은 연습을 해야 합니다만, 몸에 익으면 살풀이만큼 좋아할 것 같네요.

무용을 하면 몸이 건강해져요. 무용에는 한쪽 다리를 들고 서 있어야 하는 동작이 많아 다리에 힘이 없으면 무용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체력 단련은 필수죠. 시간이 날 때마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아파트 계단을 오르고, 집 인근의 산을 오르내리며 다리 힘을 기릅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몸이 건강해지는 걸 느끼죠. 무용이 힘들지만, 그만두고 싶은 적은 없었어요. 기운이 없을 때도 다른 일은 못하지만 춤을 추라면 하루종일이라도 출 수 있어요.

무용을 하면서 불교를 만난 게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무용을 배우고 봉사하면서 제 자신에게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은 변했겠지만, 눈에 띄게 어떤 게 확 변하지는 않은 듯 합니다. 가끔 아이들이 “옛날에는 엄마가 엄청 무서웠는데, 지금은 부드럽다”고 하더군요. 무용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의 변화는 있었겠지요. 

무용을 배우러 오는 불자님들이 많이 있는데요, 오셨다가 4~5개월 가량 해보다가 동작이 어려워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부들은 나이가 있어서 마음과 같이 몸 안 따라 주니 그럴 수 밖에요. 그럴 때면 ‘조금만 더 하면 잘 될 텐데’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죠.

주변에 저보다 연세 많은 분들이 무용 연습을 하는 걸 보고 ‘나도 저 나이 될 때까지 무용을 계속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더 많은 작품을 배워서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기구요. 욕심 같아서는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서 더 많이 배워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싶어요. 제가 생각한 그 무용이 완성됐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잖아요. 앞으로 제 자신을 더 연마해 무용을 좀 더 자신있게 할 수 있게, 내 마음 흡족할 때까지 연습해서 이루고 싶다. 불교 춤이 아니어도 더 배우고 싶습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부처님께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일이니까요.

▲ 김동수 불자

김동숙(57, 법명 수월행)

2002~2003년 경 불교공부를 하고 싶어서 서울에 있는 한 사찰의 불교교양대학 기초과정에 입학했어요. 다니다 보니 사찰에도 여러 종류의 동아리가 있더라구요. 그 중에서 무용단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판소리를 배운 적이 있어서 국악 등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는데 관련 동아리는 없었습니다. 무용을 전공한 건 아니었지만, 그나마 무용단이 제가 생각했던 동아리와 가장 비슷해서 가입하게 됐습니다.

무용을 시작한지 13년의 시간이 지났네요. 실력이 좀 향상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무용은 저 혼자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틀리면 다른 도반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무용공양은 주로 연등회 제등행렬이나 부처님오신날 사찰 행사 위주로 하고 있어요. 연습할 때는 힘들지만, 하고 나면 성취감을 느낍니다. 공연을 보시는 분들이 박수를 쳐주고 호응을 해주면 신이 나 더 열심히 하게 되죠. 그 때는 환희심이 절로 나고 행복합니다. 신심이 더 깊어지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것이 제가 무용공양을 하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매일 무용 연습을 하고 싶습니다만, 시간을 낼 수 없어서 아쉽죠. 무용은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연습하는 그 과정은 나를 닦는 ‘자리(自利)’이고, 연습해서 대중들에게 무용을 선보여 그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건 ‘이타(利他)’가 아닐까요. 그리고 무용봉사는 부처님께 올리는 ‘신공양(身供養)’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손 동작 하나를 하더라도 온 마음을 다하죠. 무용을 하다보니 건강도 저절로 지켜지더군요. 원래 타고난 건강체질이지만, 무용을 하면서 더 건강해졌으니까요.

그리고 여럿이 함께 한 공간에서 몸을 맞대며 무용을 배우고 습득해, 다른 사람들에게 선보여 기쁨을 주는 무용의 과정이 육바라밀(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반야)과도 닮아 있는 것 같아요. 무용을 ‘수행’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힘들어도 견딜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들 때 힘이 되는 건 도반입니다. 도반이 옆에서 잡아주고 챙겨주면, 그 힘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도반의 소중함도 알게 되요. 내가 힘들어 할 때 나를 이끌어 주고, 그가 어려움을 겪을 때 내가 힘이 되어 주는 이들이 도반이잖아요. 무용에 빠져 있다보니 사찰에서 새로운 도반을 만났지만, 학교 친구나 사회 친구와는 사이가 좀 멀어졌어요. 개인적인 시간이 내기 힘들다 보니 연락도 뜸해지더군요.

불교무용에 관심 있는 분들이 주변에 많이 있는데, 쉽게 도전을 하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욕심내지 말고 도전해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처음 시작하면서 너무 큰 걸 생각하거나, 금방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마음만 급해져서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습니다. 여유를 갖고 시간 투자를 많이 하면 자기가 원하는 바를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불교행사 때 타종교인들이 와서 공연을 하고 있는 걸 봤어요. 사찰이나 스님들이 조금만 신경써서 관심을 가지면 불자들로 구성된 예술 동아리나 단체들이 보다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데, 굳이 외부사람 초청하는 현실이 아쉬웠어요. 앞으로는 그들에게 관심을 쏟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불교무용과 작법무에 관심이 많습니다. 배워서 사찰 행사에서 여법하게 봉사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문제는 생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개인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인데요, 계획을 잘 세워서 목표한 바를 이루고 싶습니다.

무용공양을 통해 자신을 갈고 닦는 두 분의 이야기 어떠셨는지요? 이 분들은 여러분과 다른 세상에 사는 분들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곁에 있는 도반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두 분처럼 무용을 배워 부처님전에 또는 대중들에게 무용공양을 올릴 수 있습니다. 미국인 버니 S. 시겔은 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에서 ‘무언가를 실행하기 가장 빠른 순간은 과거도 미래가 아닌 바로 현재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지금 이 나이에 무슨 무용…’이라는 생각을 하시겠지만, 한 생각 돌려보세요. 여러분에게 행복의 문이 열리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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