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로 건강ㆍ화합 다 잡았죠!”

▲ 봉은사 풍물단 '소리마음' 단원들이 설장구 연습을 하고 있다.

자동차의 클락션 소리,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목소리 등 도심을 다니다 보면 얼굴을 찡그리게 하는 소음을 자주 듣게 된다. 강남 도심 빌딩 숲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봉은사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매주 화ㆍ목요일은 꽹과리 등 사물(四物)을 통해 울려 퍼지는 경쾌한 악기소리가 이런 소음을 잠시나마 잠재워 준다. 봉은사 풍물단 ‘소리마음’의 연습날이기 때문이다. 10월 8일 우리 전통가락을 배우며 심신을 다지는 ‘소리마음’을 만났다.

봉은사 일주문을 지날 때쯤 귓가에 날카로운 꽹과리 소리가 들려왔다. 풍물단의 연습장소인 보우당 문을 열자 장구를 어깨에 비스듬히 둘러메고 춤을 추는 설장구를 연습하는 20여 명의 단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꽹과리ㆍ징ㆍ북을 치는 다른 단원들의 연주에 맞춰 장구를 치며 다채로운 안무로 독특한 멋을 표현했다. 풍물단 장이환 강사는 “지금 단원들이 추는 설장구는 전문가들도 10년은 연습해야 하는 수준이다. 아마추어는 거의 불가능한 고난이도 춤”이라고 넌지시 실력을 자랑했다. 풍물단은 설장구 연습이 끝나자 잠깐 숨을 고르더니 둥근 대형으로 앉아 사물놀이 연습을 했다. 이들은 또 한 번 신명난 사물놀이 공연을 펼쳤다. 점점 빨라지는 손동작과 다르게 그들의 얼굴에는 희열을 담은 미소가 번졌다.

서울 봉은사 풍물단 ‘소리마음’은 1996년 경 풍물을 좋아하는 10여 명의 신도들이 모인 게 시작이다. 당시에는 사찰에서 인정받지 못한 친목단체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풍물에 대한 열정이 높아 1998년 장이환 강사를 찾아 집중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지금의 풍물단이 만들어지게 됐다. 현재 35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단원들은 화요일은 우도농악놀이를, 수요일은 설장구ㆍ꽹과리ㆍ사물놀이 등을 배우고 있다. 이 외에도 모둠북ㆍ진도북ㆍ태평소 등 다양한 전통 악기도 배운다.

소리마음은 다른 단체에 비해 대회 참가보다는 공연에 집중을 한다. 장 강사는 그 이유에 대해 “대회에 참가하면 참가하는 사람들만 집중적으로 연습을 할 수 밖에 없다. 다른 단원들은 그만큼 연습에 소홀해지고, 신행단체의 의미에도 맞지 않다”며 “우리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목표지 대회나 입시가 목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소리마음은 대회에 쏟을 열정을 각종 공연으로 돌리고 있다. 사찰의 모든 행사는 물론이고, 교도소ㆍ군부대ㆍ요양원 등에서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또 연등회, 서울 하이페스티벌, 코엑스ㆍ지역 사찰 공연 등에도 초청돼 실력을 뽐내고 있다.

소리마음 정은옥 단장은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다듬이질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 것처럼 우리들은 사물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또 근육도 단단해지고, 건강도 좋아졌다”면서 “더 많은 곳에서 공연과 봉사를 하고 싶고, 앞으로 좋은 신도들이 많이 가입해 사찰 풍물단의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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